정부가 글 삭제를 명령할 수 있는 경우 —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7
들어가며
인터넷에 올린 게시물이나 댓글이 삭제될 수 있다. SNS 커뮤니티의 자체 심사도 있지만, 정부 기관이 직접 서비스 제공자에게 삭제를 명령하는 경우도 있다. 어떤 글이 정부의 삭제 명령 대상이 될까?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7은 이 문제를 다룬다. 핵심은 불법정보라는 개념과, 정부 기관의 권한을 “할 수 있다”와 “해야 한다”로 나눠서 규정한 점이다.
정부가 삭제를 명령할 수 있는 글: 불법정보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7제1항은 “불법정보”를 정의한다. 누구든 이런 내용을 인터넷에 올리면 안 되고, 올라왔을 때 정부는 삭제를 명령할 수 있는 대상이 된다.
제1항이 금지하는 불법정보의 범위
- 제1호: 음란물 — 음란한 부호·문언·음향·화상 또는 영상을 배포·판매·임대하거나 공공연하게 전시하는 내용
- 제2호: 명예훼손 —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거짓의 사실을 공공연하게 드러내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
- 제2호의2: 혐오 표현 — 인종, 국가, 지역, 성별, 장애, 연령, 사회적 신분, 소득수준 또는 재산상태를 이유로 특정 개인이나 집단에 대한 다음 중 어느 하나:
- 가. 직접적인 폭력이나 차별을 선동하는 정보
- 나. 증오심을 심각하게 조장하여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현저히 훼손하는 정보
- 제3호: 괴롭힘 콘텐츠 —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하는 부호·문언·음향·화상 또는 영상을 반복적으로 상대방에게 도달하도록 하는 내용
- 제4호: 시스템 공격 — 정당한 사유 없이 정보통신시스템, 데이터 또는 프로그램을 훼손·멸실·변경·위조하거나 그 운용을 방해하는 내용
- 제5호: 청소년 유해 콘텐츠 — 청소년유해매체물로서 상대방의 연령 확인, 표시의무 등 법령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영리를 목적으로 제공하는 내용
- 제6호: 사행행위 — 법령에 따라 금지되는 사행행위에 해당하는 내용
- 제6호의2: 개인정보 거래 — 정보통신망법 또는 개인정보 보호에 관한 법령을 위반하여 개인정보를 거래하는 내용
- 제6호의3: 폭발물·화약 정보 — 총포·화약류를 제조할 수 있는 방법이나 설계도 등의 정보
- 제6호의4: 마약 정보 — 마약류의 사용, 제조, 매매 또는 매매의 알선 등에 해당하는 내용
- 제7호: 국가기밀 — 법령에 따라 분류된 비밀 등 국가기밀을 누설하는 내용
- 제8호: 국가보안법 위반 — 국가보안법에서 금지하는 행위를 수행하는 내용
- 제9호: 범죄 조장 — 범죄를 목적으로 하거나 교사 또는 방조하는 내용
“할 수 있다” vs “해야 한다” — 정부의 권한이 달라진다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7이 중요한 이유는, 불법정보를 모두 같은 방식으로 차단하지 않기 때문이다. 차단 대상을 두 그룹으로 나눠서,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의 의무를 다르게 정했다.
그룹 1: 제3항 — “할 수 있다”(재량)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는 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다음 불법정보에 대해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나 게시판 관리·운영자에게 처리(거부·정지 또는 제한)를 **“명할 수 있다”**고 규정된다. 즉, 해도 되고 안 해도 된다는 의미다.
- 제1호~제2호 (음란물, 명예훼손)
- 제2호의2 (혐오 표현)
- 제3호~제6호 (괴롭힘, 시스템 공격, 청소년 유해, 사행행위)
- 제6호의2~제6호의4 (개인정보 거래, 폭발물·화약, 마약)
다만, 제2호(명예훼손)와 제3호(괴롭힘)에는 단서가 있다. 해당 정보로 피해를 받은 자가 구체적으로 밝힌 의사에 반하여 정부가 처리를 명할 수 없다는 뜻이다. 즉, 피해자가 삭제를 원하지 않으면 정부도 막을 수 없다.
그룹 2: 제4항 — “해야 한다”(의무)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는 다음 불법정보에 대해 다음 조건을 모두 충족하면 반드시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나 게시판 관리·운영자에게 처리를 명하도록 의무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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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 정보: 제7호~제9호 (국가기밀, 국가보안법 위반, 범죄 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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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가지 요건 (모두 충족해야 함):
- 요청: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이 요청했을 것 (단, 제9호 중 성폭력범죄 촬영물·편집물·합성물·가공물·복제물과 아동·청소년성착취물의 경우는 수사기관의 장의 요청 포함)
- 심의와 시정 요구: 요청받은 날부터 7일 이내에 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친 후 시정 요구를 했을 것
- 불이행: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나 게시판 관리·운영자가 시정 요구에 따르지 않았을 것
세 조건이 모두 갖춰져야 비로소 정부가 차단 명령을 내릴 수 있다.
허위조작정보는 차단 대상이 아니다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7제2항은 “허위조작정보”를 금지한다. 이는:
- 허위정보: 내용의 전부 또는 일부가 거짓인 정보
- 조작정보: 내용을 사실로 오인하도록 변형된 정보
이들이 금지되는 조건은 **“손해를 끼칠 의도” 또는 “부당한 이익을 얻을 목적”**을 요구하며, 단서로 **“풍자와 패러디는 제외”**한다.
중요한 점: 허위조작정보는 제3항과 제4항의 삭제 명령 대상 목록에 포함되지 않는다. 따라서 거짓 정보나 조작 정보는 정부가 강제로 삭제를 명령할 수 없다. 대신 피해자가 명예훼손 등으로 민사소송을 제기하거나 형사 고소를 할 수 있다.
절차: 의견제출의 기회
정부가 삭제 명령을 내리기 전에는, 제44조의7제5항에 따라 명령 대상이 되는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 게시판 관리·운영자 또는 해당 이용자에게 의견제출의 기회를 미리 주어야 한다. 이는 행정절차의 기본 원칙을 따른 것이다.
다만, 다음 경우에는 의견제출의 기회를 주지 않을 수 있다:
- 공공의 안전 또는 복리를 위하여 긴급히 처분할 필요가 있는 경우
- 의견청취가 뚜렷이 곤란하거나 명백히 불필요한 경우(대통령령으로 정함)
- 의견제출의 기회를 포기한다는 뜻을 명백히 표시한 경우
대형 플랫폼의 의무: 자체 조치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7제6항은 국내에 데이터를 임시적으로 저장하는 서버를 설치·운영하는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 중 일정 규모 이상인 자(대통령령 기준)에게 불법정보 유통 방지를 위한 기술적·관리적 조치를 의무화했다:
- 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친 불법정보를 서버에서 식별하여 신속하게 접근을 제한
- 식별한 정보의 게재자에게 유통금지를 요청
- 조치 실태를 시스템에 자동으로 기록하고 대통령령이 정하는 기간 동안 보관
- 그 밖에 불법정보 유통 방지에 필요한 조치(대통령령으로 정함)
정리
정부가 삭제를 명령할 수 있는 글은 정보통신망법이 정한 불법정보에 한정되며, 정부의 권한은 정보의 종류에 따라 다르다:
“할 수 있다”(재량) — 심의를 거쳐 삭제 명령 가능 (다만 명예훼손·괴롭힘은 피해자가 원하지 않으면 불가):
- 음란물, 명예훼손, 혐오 표현, 괴롭힘, 시스템 공격, 청소년 유해, 사행행위, 개인정보 거래, 폭발물·화약, 마약
“해야 한다”(의무) — 3개 조건 모두 충족 시 반드시 삭제 명령:
- 국가기밀, 국가보안법 위반, 범죄 조장
차단 대상이 아님:
- 거짓 정보나 조작 정보(허위조작정보)
이 구분을 이해하는 것이 인터넷 표현의 자유와 질서 유지 사이의 균형을 파악하는 첫걸음이다.
참고 법령
-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4조의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