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자의 부모를 때리면 존속폭행인가 — 이혼·사별 뒤에는 민법 제775조가 가른다
결론부터: 형법은 “자기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을 함께 규정한다
형법 제260조제2항은 존속폭행의 대상을 “자기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이라고 정한다. 즉 내 부모뿐 아니라 배우자의 부모도 이 조항의 적용 대상이다. “배우자의 부모를 때려도 존속폭행이 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혼인 중이라면 조문상 답은 그렇다는 쪽이다.
문제는 이혼했거나 배우자가 사망한 뒤다. 이때도 여전히 “배우자”로 볼 수 있는지는 형법 조문만으로는 정해지지 않는다. 형법 제260조제2항은 이혼·사별 후의 처리를 스스로 규정하지 않고, 민법 제775조를 인용하지도 않는다. 두 조문을 연결하는 것은 해석의 문제이며, 그 실마리를 주는 조문이 민법 제775조다.
민법 제775조: 인척관계는 언제 끝나는가
민법 제775조(인척관계 등의 소멸)는 다음과 같다.
①인척관계는 혼인의 취소 또는 이혼으로 인하여 종료한다. ②부부의 일방이 사망한 경우 생존 배우자가 재혼한 때에도 제1항과 같다.
여기서 두 가지를 정확히 봐야 한다.
첫째, 제1항이 정한 종료 사유는 “혼인의 취소 또는 이혼”이다. 이혼만이 아니라 혼인의 취소도 인척관계를 끝내는 사유다.
둘째, 제2항이 정한 것은 배우자가 사망했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라 “생존 배우자가 재혼한 때”다. 즉 배우자가 사망했다는 사정만으로는 인척관계가 곧바로 끝나지 않는다. 조문의 문언대로 읽으면, 사별 후 재혼하기 전까지는 인척관계가 존속한다는 것이 민법 제775조의 구조다.
참고로 인척이 누구를 가리키는지는 민법 제769조(인척의 계원)에 나와 있다. “혈족의 배우자, 배우자의 혈족, 배우자의 혈족의 배우자를 인척으로 한다.” 배우자의 부모는 이 중 “배우자의 혈족”에 해당한다.
이혼·사별 후 폭행이 존속폭행인지는 어떻게 갈리는가
형법 제260조제2항이 “배우자”라는 말을 쓸 때, 그 배우자 관계(또는 그로 인해 생긴 인척관계)가 살아있는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민법 제775조를 끌어와 해석하는 흐름을 위 조문 구조에서 읽을 수 있다. 정리하면:
- 이혼 또는 혼인의 취소가 있었다면 — 민법 제775조제1항에 따라 인척관계는 종료한다.
- 배우자가 사망했지만 재혼하지 않았다면 — 민법 제775조제2항의 문언상 종료 사유(재혼)가 아직 발생하지 않은 상태다.
- 배우자가 사망한 뒤 생존 배우자가 재혼했다면 — 그때 인척관계가 종료한다.
다만 이 연결은 형법 조문이 직접 명시한 것이 아니라 두 법의 문언을 놓고 하는 해석이라는 점을 다시 강조해야 한다. 이 쟁점에 대해 참고할 만한 판례는 확인되지 않으므로, “이혼하면 자동으로 존속폭행이 안 된다”거나 “사별하면 즉시 남남이 된다”는 식의 단정은 조문의 문언을 벗어난 통념일 뿐이다. 실제 사안에서는 사실관계(혼인관계의 종료 시점·방식, 재혼 여부 등)를 조문 문언에 그대로 대입해 판단해야 한다.
존속폭행의 법정형과 처벌 절차
형법 제260조는 3개 항으로 구성되어 있고, 호는 없다.
- 제1항(폭행): 2년 이하의 징역, 5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
- 제2항(존속폭행):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
- 제3항: 제1항 및 제2항의 죄는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
두 항의 법정형 구성이 다르다는 점도 주의할 필요가 있다. 단순 폭행에는 구류·과료라는 선택형이 있지만, 존속폭행에는 구류·과료가 없고 징역 또는 벌금으로만 규정되어 있다.
또한 제3항은 “제1항 및 제2항의 죄” 모두에 적용된다. 다시 말해 존속폭행죄도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명시적으로 밝히면 그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 이를 “합의하면 무조건 끝난다”고 단순화하면 조문의 문언과 어긋난다. 조문이 정한 것은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는 것으로, 공소제기 자체를 막는 절차적 요건이지 처벌 여부를 자동으로 결정하는 합의 조항이 아니다.
현행 조문의 시행·개정 경위
현재 시행 중인 형법은 법률 제21450호(2026. 3. 12. 일부개정, 2026. 9. 13. 시행)다. 다만 제260조의 현재 문언 자체를 만든 개정은 법률 제5057호(1995. 12. 29. 공포)이며, 법률 제21450호가 함께 고친 조문은 제98조, 제98조의2, 제99조, 제100조, 제101조, 제102조, 제104조, 제123조의2로, 제260조는 포함되지 않는다. 이 부칙은 시행일(공포 후 6개월이 경과한 날, 다만 제123조의2는 공포한 날)만 정하고 별도의 적용례·경과조치는 두지 않았다.
한편 법률 제22007호(2026. 9. 29. 공포, 2026. 10. 2. 시행)로 예정된 개정이 있으나, 이 개정으로도 제260조의 문언은 바뀌지 않는다. 부칙 역시 시행일만을 정하고 있다.
민법 제769조·제775조의 현재 문언을 만든 개정은 법률 제4199호(1990. 1. 13. 공포)이며, 현행 민법 공포번호인 제21454호(2026. 3. 17. 일부개정·시행)의 부칙이 정한 적용례·특례는 상속권 상실 선고와 유류분에 관한 것으로, 제769조·제775조와는 무관하다.
요약
- 형법 제260조제2항의 존속폭행 대상은 “자기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으로, 배우자의 부모도 조문상 포함된다.
- 이혼·사별 후에도 이 관계가 유지되는지는 형법이 직접 정하지 않고, 민법 제775조의 인척관계 종료 규정(혼인의 취소 또는 이혼으로 종료, 사망의 경우 생존 배우자의 재혼으로 종료)을 함께 놓고 해석해야 한다.
- 존속폭행의 법정형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이며 구류·과료는 없다.
- 존속폭행도 폭행죄와 마찬가지로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
- 이 쟁점에 관한 판례는 확인되지 않으므로, 구체적 사안은 조문 문언에 따라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참고 법령
- 형법 제260조(폭행, 존속폭행) 제1항, 제2항, 제3항
- 형법 부칙 <제21450호, 2026. 3. 12.>
- 형법 부칙 <제22007호, 2026. 9. 29.>
- 민법 제769조(인척의 계원)
- 민법 제775조(인척관계 등의 소멸) 제1항, 제2항
- 민법 부칙 <제21454호, 2026. 3.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