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인이 바빠서 못 가면 진술서를 내는 걸로 대신할 수 있나요?
결론부터
진술서를 낸다고 해서 출석요구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경찰수사규칙이 정한 각하 사유는 “출석요구에 응하지 않았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완성되지 않고, **“고소ㆍ고발사실에 대한 수사를 개시ㆍ진행할 구체적인 근거가 없는 경우”**라는 조건이 함께 충족되어야 합니다. 따라서 진술서 제출로 사건의 구체적인 근거(언제·누가·무엇을 했는지 등)가 수사기관에 전달된다면, 단순히 출석을 못 했다는 사정만으로 사건이 각하되는 상황은 피할 여지가 생깁니다.
조문은 정확히 무엇을 말하는가
경찰수사규칙 제108조제1항제4호다목은 각하 사유를 다음과 같이 정합니다.
“고소인 또는 고발인이 고소ㆍ고발장을 제출한 후 혐의 확인을 위한 수사기관의 출석요구, 자료제출 요청 등에 불응하거나 고소인ㆍ고발인의 소재가 확인되지 않는 등 고소ㆍ고발사실에 대한 수사를 개시ㆍ진행할 구체적인 근거가 없는 경우”
이 문장은 쪼개서 읽어야 정확합니다.
- 불응·소재불명 요건 — 출석요구에 응하지 않거나, 자료제출 요청에 응하지 않거나, 고소인의 소재 자체가 확인되지 않는 상황
- 구체적 근거 부재 요건 — 그 결과로 “고소ㆍ고발사실에 대한 수사를 개시ㆍ진행할 구체적인 근거가 없는” 상태에 이른 경우
두 요건이 “등”이라는 말로 하나의 목(目) 안에 묶여 있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즉 출석에 불응했다는 사실만으로 바로 각하 사유가 완성되지 않고, 그로 인해 수사를 진행할 구체적 근거마저 없어졌는지를 함께 봅니다. 몇 번, 며칠 안에 응해야 각하되는지는 조문에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진술서는 ‘자료제출’에 해당할 수 있다
다목이 열거한 불응 대상은 ‘출석요구’만이 아니라 **‘자료제출 요청 등’**도 포함합니다. 수사기관이 직접 조사(출석)를 요구했는데 고소인이 그 대신 사건 경위를 정리한 진술서를 제출했다면, 이는 출석요구 자체에 응한 것은 아니지만 수사기관이 사실관계를 확인할 자료를 제공한 것에는 해당할 수 있습니다.
다만 여기서 두 가지를 분명히 구분해야 합니다.
- 법령에 “진술서 제출로 출석을 대체할 수 있다”는 명문 규정은 없습니다. 경찰수사규칙 제108조와 수사준칙 제51조 어디에도 그런 대체 수단을 정한 조문은 보이지 않습니다.
- 실제로 각하될지는 수사기관이 그 진술서만으로 “구체적인 근거”가 충분하다고 판단하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진술서 내용이 사건의 핵심 사실관계를 충분히 담고 있다면 수사를 진행할 근거가 있다고 볼 여지가 커지지만, 진술서가 형식적이거나 추가 확인이 필요한 부분이 많다면 수사기관이 재차 출석을 요구할 수 있고, 그 요구에도 응하지 않으면서 소재마저 파악되지 않는 상황으로 이어지면 다목 사유가 쌓이게 됩니다.
요컨대 “바빠서 못 간다”는 사정 자체는 각하 여부와 직접 관계가 없고, 그 대신 제출한 자료(진술서)가 수사를 진행할 수 있을 만큼 구체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지가 실질적인 기준이 됩니다.
각하는 별도 처분이 아니라 ‘불송치’의 한 갈래
각하는 독립된 처분이 아니라 경찰수사규칙 제108조제1항이 정한 불송치 결정의 네 가지 주문(혐의없음·죄가안됨·공소권없음·각하) 중 하나입니다. 수사준칙 제51조제1항제3호라목도 “각하”를 불송치의 하위 구분으로 나열하고 있습니다. 이 조문은 “주문은 다음과 같이 한다”는 서술 문언이어서, 불출석이 있으면 “각하해야 한다” 또는 “각하할 수 있다”는 식의 의무·재량 규정이 아닙니다. 각하 여부는 가목부터 바목까지 여섯 가지 사유 중 하나에 해당하는지를 수사기관이 판단해 결정하는 사항입니다.
또한 경찰수사규칙 제108조제1항제4호는 “고소ㆍ고발로 수리한 사건”을 전제로 한 결정이므로, 애초에 고소ㆍ고발장을 접수한 사건에만 적용되는 사유라는 점도 함께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출석에 불응하면 벌칙을 받나요
경찰수사규칙 제108조와 수사준칙 제51조 어디에도 출석요구에 불응한 고소인에게 벌칙이나 과태료를 부과하는 문언은 없습니다. 불응의 효과는 사건이 각하될 가능성이 생긴다는 것뿐이고, 그 가능성도 앞서 본 두 요건이 함께 충족되어야 발생합니다.
정리
- 출석요구에 불응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사건이 각하되지 않습니다. “수사를 개시ㆍ진행할 구체적인 근거가 없는 경우”라는 조건이 함께 충족되어야 합니다.
- 다목의 불응 대상은 출석요구뿐 아니라 자료제출 요청도 포함하므로, 진술서 제출이 ‘자료제출’로서 의미를 가질 여지는 있습니다.
- 그러나 “진술서로 출석을 대체할 수 있다”는 명문 규정은 없고, 실제 판단은 그 진술서가 수사를 진행할 수 있을 만큼 구체적인 근거를 담고 있는지에 좌우됩니다.
- 각하는 불송치 결정의 한 갈래이며, 불출석에 따른 벌칙·과태료 규정은 없습니다.
- 이 쟁점을 직접 다룬 판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참고 법령
- 경찰수사규칙 제108조(불송치 결정) 제1항제4호다목, 제108조제1항
- 검사와 사법경찰관의 상호협력과 일반적 수사준칙에 관한 규정 제51조(사법경찰관의 결정) 제1항제3호라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