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인이라더니 범인 취급하며 조사했다면 그 진술을 재판에서 쓸 수 있나요?
결론부터
수사기관이 참고인 조사라는 이름을 붙였더라도, 그 사람이 실제로 수사기관에게서 범죄혐의를 인정받아 수사가 개시된 상태(피의자 지위)였다면 신문 전에 진술거부권을 고지했어야 하고, 고지하지 않은 진술은 임의성이 있어도 증거로 쓸 수 없다. 반대로 아직 피의자 지위에 이르지 않은 사람이라면, 참고인으로서 진술거부권을 고지받지 못했다는 사정만으로 그 진술조서의 증거능력이 부정되지는 않는다. 이 구분의 기준을 세운 것이 대법원 2011. 11. 10. 선고 2011도8125 판결이다.
진술거부권 고지, 누구에게 언제 해야 하나
형사소송법 제244조의3 제1항은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이 피의자를 신문하기 전에 다음 네 가지를 알려주어야 한다고 정한다.
- 진술 전체 또는 개별 질문에 대해 진술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
- 진술하지 않아도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는 것
- 진술거부권을 포기하고 한 진술은 법정에서 유죄 증거로 쓰일 수 있다는 것
- 신문받을 때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수 있다는 것
제2항은 이 고지 후 피의자가 진술거부권과 변호인 조력권을 행사할지 질문하고, 그 답변을 조서에 기재하도록 의무를 지운다. 답변은 피의자가 직접 자필로 적거나, 수사기관이 적은 부분에 피의자가 기명날인 또는 서명하게 해야 한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조문이 고지를 요구하는 대상이 **“피의자”**뿐이라는 것이다. 참고인에게 고지하라는 문언은 형사소송법 어디에도 없다. 문제는 “누가 피의자인가”이고, 이 조문 자체는 그 시점을 정의하지 않는다.
참고로 기준일(2026년 9월 30일) 현재 이 고지 의무의 주체는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 양쪽이다. 2026년 10월 2일부터 시행 예정인 개정 조문은 주어를 “사법경찰관”으로 바꾸는데, 이는 아직 시행 전이므로 현재 시점 기사·실무에 현행처럼 적용해서는 안 된다.
‘피의자’가 되는 시점 — 대법원의 기준
대법원 2011도8125 판결은 이렇게 정리한다.
수사기관에 의한 진술거부권 고지 대상이 되는 피의자 지위는 수사기관이 조사대상자에 대한 범죄혐의를 인정하여 수사를 개시하는 행위를 한 때 인정된다. 따라서 이러한 피의자 지위에 있지 아니한 자에 대하여는 진술거부권이 고지되지 아니하였더라도 진술의 증거능력을 부정할 것은 아니다.
즉 기준은 조사 명칭(참고인/피의자)도 아니고, 나중에 공범으로 밝혀질 가능성도 아니다. 그 시점에 수사기관이 실제로 범죄혐의를 인정하고 수사를 개시했는지가 기준이다.
이 사건에서 검사는 필로폰 수입 사건의 공소사실을 입증하려고, 배송 과정에서 물건을 건네받아 전달한 역할을 한 사람(공소외 3)을 참고인으로 조사해 진술조서를 작성했다. 원심은 이 사람이 공범으로서 피의자 지위에 있었다고 보아 진술거부권 미고지를 이유로 진술조서의 증거능력을 부정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를 법리오해로 파기·환송했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 피고인들과 공범 관계에 있을 가능성만으로 피의자 지위에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
- 검사가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상태였는데도 고지를 잠탈할 의도로 참고인 조사 형식을 취했다고 볼 사정도 기록상 없었다.
- 오히려 피고인들이 “필로폰이 중국에서 온 줄 몰랐다”고 변소했기 때문에, 그 범의를 밝히려고 참고인으로 조사한 것으로 보였다.
다만 이 판결이 “잠탈 의도가 있었다면 어떻게 되는지”까지 결론 낸 것은 아니다. 그런 사정이 이 사건 기록에는 없었다고 확인했을 뿐이다.
요건과 효과는 서로 다른 조문이다
여기서 자주 혼동되는 부분이 있다. 제244조의3은 고지·질문·조서 기재의 의무만 정할 뿐, 이를 위반했을 때 증거능력이 어떻게 되는지는 규정하지 않는다. 고지 위반과 증거배제를 연결하는 것은 제308조의2다.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위법수집증거의 배제)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는 증거로 할 수 없다.
대법원은 이 조문과 헌법상 자기부죄거부 특권을 근거로, 피의자에게 미리 진술거부권을 고지하지 않고 받은 진술은 임의성이 인정되는 경우라도 증거능력이 부인되어야 한다고 반복해서 밝혀 왔다. 즉 “강요당하지 않고 스스로 말했다”는 사정이 있어도, 고지 절차 자체를 지키지 않았다면 증거로 쓸 수 없다는 것이다.
형식이 아니라 실질로 판단한다
또 하나 중요한 원칙은, 조서의 제목이 아니라 실질로 본다는 것이다. 수사기관 조사 과정에서 작성된 서류라면 ‘진술조서’, ‘진술서’, ‘자술서’라는 형식을 취했더라도, 그 실질이 피의자신문조서와 다르지 않다면 피의자신문조서와 같은 기준으로 취급된다. 반대로 말하면, 명칭이 “진술조서”라고 해서 무조건 증거능력이 인정되는 것도 아니고, “참고인”이라는 딱지가 붙었다고 해서 자동으로 고지 의무가 면제되는 것도 아니다. 실제로 그 사람이 어떤 지위에서 조사받았는지가 관건이다.
실무적으로 무엇을 확인해야 하나
이 판례가 보여주는 구도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참고인 신분으로 불려갔더라도 조사 당시 수사기관이 이미 그 사람에 대한 범죄혐의를 인정하고 수사를 개시한 상태였다면, 신문 전에 진술거부권을 고지했어야 한다.
- 고지하지 않았다면 그 진술은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에 따라 위법수집증거로 증거능력이 부정될 여지가 있다.
- 반대로 아직 혐의를 인정받아 수사가 개시된 단계가 아니라면, 나중에 공범 관계가 드러나더라도 그 이전 참고인 진술의 증거능력이 당연히 부정되지는 않는다.
- “참고인이면 무조건 증거로 쓸 수 있다”거나 “고지가 없으면 자동으로 무효”라는 식의 일률적 판단은 이 판례의 결론이 아니다. 조사 당시 실제로 수사가 개시된 상태였는지를 구체적 사정으로 따져야 한다.
이 판단은 사건마다 조사 경위, 수사기관의 의도, 조사 당시 확보된 증거 상황 등을 종합해서 가려질 문제이며, 위 판례 하나만으로 모든 사안의 결론이 정해지는 것은 아니다.
참고 법령·판례
- 형사소송법 제244조의3(진술거부권 등의 고지) 제1항·제2항 — [시행 2026. 7. 1.] [법률 제21241호, 2025. 12. 30., 일부개정]
-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위법수집증거의 배제)
- 헌법 제12조 제2항
- 대법원 2011. 11. 10. 선고 2011도8125 판결
- (위 판결이 인용한 선례) 대법원 2001. 10. 26. 선고 2000도2968 판결, 대법원 2010. 6. 24. 선고 2008도12127 판결, 대법원 1992. 6. 23. 선고 92도682 판결, 대법원 2009. 8. 20. 선고 2008도8213 판결
관련 판례
[1] 피의자에 대한 진술거부권 고지는 피의자의 진술거부권을 실효적으로 보장하여 진술이 강요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인정되는 것인데, 이러한 진술거부권 고지에 관한 형사소송법 규정내용 및 진술거부권 고지가 갖는 실질적인 의미를 고려하면 수사기관에 의한 진술거부권 고지 대상이 되는 피의자 지위는 수사기관이 조사대상자에 대한 범죄혐의를 인정하여 수사를 개시하는 행위를 한 때 인정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따라서 이러한 피의자 지위에 있지 아니한 자에 대하여는 진술거부권이 고지되지 아니하였더라도 진술의 증거능력을 부정할 것은 아니다.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