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인으로 조사받았는데 사실상 피의자 취급을 받았다면, 그 진술을 재판에서 증거로 쓸 수 있을까?
이 글은 2026년 9월 30일 기준 현행 형사소송법(법률 제21241호, 시행 2026. 7. 1.)과 대법원 2011. 11. 10. 선고 2011도8125 판결을 근거로 합니다.
한눈에 보는 답
- 조사 서류에 ‘참고인’이라고 적혔는지로 정해지지 않습니다. 조사 당시 그 사람이 실제로 피의자 지위에 있었는지가 기준입니다.
- 피의자 지위가 생기는 때는 수사기관이 조사대상자의 범죄혐의를 인정하여 수사를 개시하는 행위를 한 때입니다(대법원 2011도8125 등).
- 피의자 지위에 있었는데 진술거부권을 미리 알리지 않았다면, 판례는 그 진술의 증거능력을 부인합니다. 진술이 강요 없이 이루어졌어도(임의성이 인정되어도) 마찬가지입니다. 서류 형식이 ‘진술조서·진술서·자술서’여도 피의자신문조서와 같게 봅니다.
- 피의자 지위에 있지 않았던 참고인에게는 진술거부권을 알리지 않았어도 그 이유만으로 증거능력을 부정하지 않습니다.
- 공범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만으로는 피의자 지위를 단정할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 판단입니다(2011도8125).
결국 “범인 취급을 받았다”는 느낌보다 수사기관이 그 사람에 대한 범죄혐의를 인정하고 수사를 시작했다고 볼 객관적 사정이 있었는지가 결론을 가릅니다.
1. 법 조문: 진술거부권은 누구에게, 언제 알려야 하나
형사소송법 제244조의3 제1항(현행)은 다음과 같습니다.
①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피의자를 신문하기 전에 다음 각 호의 사항을 알려주어야 한다.
- 일체의 진술을 하지 아니하거나 개개의 질문에 대하여 진술을 하지 아니할 수 있다는 것
- 진술을 하지 아니하더라도 불이익을 받지 아니한다는 것
- 진술을 거부할 권리를 포기하고 행한 진술은 법정에서 유죄의 증거로 사용될 수 있다는 것
- 신문을 받을 때에는 변호인을 참여하게 하는 등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수 있다는 것
제2항은 알린 뒤의 절차를 정합니다.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피의자에게 진술거부권과 변호인 조력권을 행사할지 질문하고, 그 답변을 조서에 기재하여야 합니다. 답변은 피의자가 자필로 적게 하거나, 수사기관이 적은 부분에 피의자가 기명날인 또는 서명하게 하여야 합니다.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항목 | 조문 내용 |
|---|---|
| 고지 의무자(기준일 현재) |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 |
| 고지 대상 | 피의자 |
| 고지 시점 | 피의자를 신문하기 전 |
| 고지 사항 | 제1항 제1호부터 제4호까지 4가지 |
| 후속 의무 | 권리 행사 여부 질문, 답변 조서 기재, 자필 기재 또는 기명날인·서명(제2항) |
조문에는 참고인에게 고지하라는 문언이 없습니다. 또 ‘참고인’이 무엇인지, 피의자 지위가 언제 생기는지를 정의한 조문도 없습니다. 이 시기는 판례가 정한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2. 고지를 빠뜨리면 어떻게 되나: 제244조의3과 제308조의2는 역할이 다르다
제244조의3은 고지·질문·조서 기재 의무만 정합니다. 이를 어겼을 때 진술이 증거가 될 수 있는지는 정하지 않습니다.
증거에서 빼는 근거는 별도 조문인 제308조의2(위법수집증거의 배제)입니다.
제308조의2(위법수집증거의 배제)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는 증거로 할 수 없다.
대법원은 진술거부권이 헌법상 자기부죄거부 권리에 터잡은 것이라는 이유로 다음 원칙을 여러 차례 확인했습니다(대법원 1992. 6. 23. 선고 92도682 판결, 대법원 2009. 8. 20. 선고 2008도8213 판결, 2011도8125 판결 이유에서 재확인).
- 수사기관이 피의자를 신문하면서 미리 진술거부권을 고지하지 않았다면, 그 진술은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입니다. 진술의 임의성이 인정되더라도 증거능력이 부인됩니다.
- 수사기관의 조사 과정에서 작성된 서류라면 ‘진술조서, 진술서, 자술서’라는 형식을 취했더라도 피의자신문조서와 달리 볼 수 없습니다.
그래서 형식보다 실질이 중요합니다. 서류 제목이 ‘참고인 진술조서’여도, 조사 당시 실제로 피의자 지위에 있었다면 피의자신문과 같은 기준이 적용됩니다.
3. 갈림길: 호칭이 아니라 수사가 개시됐는가
대법원은 피의자 지위가 인정되는 시점을 이렇게 봅니다.
수사기관에 의한 진술거부권 고지의 대상이 되는 피의자의 지위는 수사기관이 조사대상자에 대한 범죄혐의를 인정하여 수사를 개시하는 행위를 한 때에 인정되는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이러한 피의자의 지위에 있지 아니한 자에 대하여는 진술거부권이 고지되지 아니하였다 하더라도 그 진술의 증거능력을 부정할 것은 아니다. — 대법원 2011. 11. 10. 선고 2011도8125 판결(대법원 2000도2968, 2008도12127 판결 참조)
이 기준은 다음과 같이 적용됩니다.
| 조사 당시 상황 | 진술거부권 미고지 시 증거능력 |
|---|---|
| 수사기관이 범죄혐의를 인정해 수사를 개시한 뒤 조사한 경우(피의자 지위) | 판례상 부인됩니다. 임의성이 있어도, 진술조서 형식이어도 같습니다. |
| 범죄혐의를 인정해 수사를 개시했다고 볼 수 없는 상태에서 참고인으로 조사한 경우 | 미고지라는 이유만으로 부정되지 않습니다. |
| 공범일 가능성은 있으나 수사 개시를 보여주는 객관적 자료가 없는 경우 | 가능성만으로 피의자 지위를 단정할 수 없습니다(2011도8125). |
4. 대법원 2011도8125 판결의 사실관계와 판단
사실관계(일반화)
- 필로폰 수입 혐의로 기소된 사건입니다. 주위적 공소사실은 수입, 예비적 공소사실은 매수였습니다.
- 운반책에게서 필로폰이 숨겨진 곡물포대를 건네받아 피고인들에게 전달한 사람(판결문상 ‘공소외 3’)이 있었습니다. 검찰은 이 사람을 참고인으로 조사했습니다.
- 검사는 수입 혐의를 입증하려고 이 참고인 진술조서를 증거로 신청했습니다.
원심의 판단
원심은 이 사람을 공범으로서 피의자 지위에 있었다고 보았습니다. 그래서 진술조서라는 형식과 관계없이 실질은 피의자신문조서이고, 진술거부권을 고지했다는 자료가 없으니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증거신청을 기각하고 수입 부분을 무죄로 판단했습니다.
대법원의 판단: 파기환송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보고 원심판결을 파기해 광주고등법원에 환송했습니다.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 공범관계에 있을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지만, 그 가능성만으로 조사 당시나 그 후에 검사가 범죄혐의를 인정해 수사를 개시했다고 단정할 수 없고, 그렇게 볼 객관적 자료도 없다.
- 검사가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상태였는데도 진술거부권 고지를 피하려는(잠탈) 의도로 참고인 조사 형식을 취했다고 볼 사정도 기록상 찾을 수 없다.
- 오히려 피고인들이 수입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하자, 수입의 범의를 밝히려고 전달자를 참고인으로 조사한 것이라면 그는 피의자 지위에 있지 않았다.
- 따라서 진술거부권을 고지받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그 진술조서를 위법수집증거로 볼 수 없다.
이 판결에서 확인되지 않은 부분
이 판결은 고지를 피하려는 의도의 참고인 조사가 기록상 없다고만 판단했습니다. 그런 의도가 인정되면 결론이 어떻게 되는지는 이 판결로 확인되지 않습니다. 이 부분을 이 판결의 결론처럼 단정해서는 안 됩니다.
5. 쟁점별 체크포인트
실제 사안에서 피의자 지위였는지를 따질 때 판례 기준에 비추어 살펴볼 만한 사항입니다.
- 수사 개시 여부: 조사 시점에 수사기관이 그 사람에 대한 범죄혐의를 인정해 수사를 개시하는 행위를 했는지, 이를 뒷받침할 객관적 자료가 있는지.
- 조사 목적: 다른 사람의 혐의를 밝히려는 참고인 조사였는지, 본인의 혐의를 조사한 것인지.
- 서류 형식과 실질: 제목이 진술조서·진술서·자술서여도 실질이 피의자신문이라면 피의자신문조서와 같게 봅니다.
- 고지 기록: 제244조의3 제2항에 따른 권리 행사 여부 질문과 답변이 조서에 기재되어 있는지, 자필 기재 또는 기명날인·서명이 있는지.
- 공범 가능성: 공범일 가능성이 있다는 사정만으로는 피의자 지위가 인정되지 않습니다.
6. 자주 묻는 질문
Q. 서류에 ‘참고인 진술조서’라고 되어 있으면 증거로 쓰이나요? 서류 이름만으로 정해지지 않습니다. 조사 당시 수사기관이 범죄혐의를 인정해 수사를 개시한 피의자 지위였다면 피의자신문조서와 같게 봅니다. 이때 진술거부권을 고지하지 않았다면 판례상 증거능력이 부인됩니다. 피의자 지위가 아니었다면 미고지만으로는 증거능력이 부정되지 않습니다.
Q. 강요 없이 스스로 말했다면 고지가 없어도 괜찮은가요? 피의자 지위에 있었다면 그렇지 않습니다. 판례는 진술거부권을 미리 고지하지 않은 피의자 진술은 임의성이 인정되더라도 증거능력이 부인된다고 봅니다.
Q. 나중에 공범으로 드러났다면 과거 참고인 진술은 모두 증거에서 빠지나요? 2011도8125 판결은 공범관계의 가능성만으로 피의자 지위를 단정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판단 기준은 조사 당시 또는 그 후에 수사기관이 범죄혐의를 인정해 수사를 개시했다고 볼 객관적 사정이 있었는지입니다.
Q. 진술거부권 고지 의무와 증거 배제는 같은 조문에 있나요? 아닙니다. 고지·질문·조서 기재 의무는 제244조의3에,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않고 수집한 증거를 배제하는 효과는 제308조의2에 있습니다. 두 조문이 판례를 통해 연결됩니다.
7. 2026년 10월 2일 시행 예정 개정 관련 주의
- 현행(2026. 9. 30. 기준): 제244조의3의 고지 의무 주체는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입니다.
- 시행 예정(2026. 10. 2.): 법률 제22009호·제21857호 시행예정본에서 제244조의3 제1항·제2항의 주어가 **“사법경찰관”**으로 바뀝니다(개정 표기 2026.8.4). 고지 사항 4가지는 같습니다. 기준일 현재는 시행 전입니다.
- 제308조의2: 시행예정본에서도 문언이 같습니다.
- 연혁: 제244조의3과 제308조의2는 모두 2007. 6. 1. 신설된 조문입니다(법률 제8496호). 현행 법률 제21241호(2025. 12. 30. 공포)가 고친 조문은 제59조의3과 제215조의2이며, 이 두 조문과는 관계가 없습니다.
참고 법령 및 판례
법령
- 형사소송법 제244조의3(진술거부권 등의 고지) 제1항·제2항: 현행(법률 제21241호, 시행 2026. 7. 1.) 문언과, 2026. 10. 2. 시행 예정인 법률 제22009호·제21857호 문언
-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위법수집증거의 배제)
- 헌법 제12조 제2항: 대법원 2011도8125 판결의 참조조문
판례
- 대법원 2011. 11. 10. 선고 2011도8125 판결
- 위 판결이 인용한 판례: 대법원 1992. 6. 23. 선고 92도682 판결, 대법원 2001. 10. 26. 선고 2000도2968 판결, 대법원 2009. 8. 20. 선고 2008도8213 판결, 대법원 2010. 6. 24. 선고 2008도12127 판결
관련 판례
[1] 피의자에 대한 진술거부권 고지는 피의자의 진술거부권을 실효적으로 보장하여 진술이 강요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인정되는 것인데, 이러한 진술거부권 고지에 관한 형사소송법 규정내용 및 진술거부권 고지가 갖는 실질적인 의미를 고려하면 수사기관에 의한 진술거부권 고지 대상이 되는 피의자 지위는 수사기관이 조사대상자에 대한 범죄혐의를 인정하여 수사를 개시하는 행위를 한 때 인정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따라서 이러한 피의자 지위에 있지 아니한 자에 대하여는 진술거부권이 고지되지 아니하였더라도 진술의 증거능력을 부정할 것은 아니다.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