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취하하면 노무사 비용을 물어줘야 할까: 민사소송법 제98조와 민법 제750조는 다르다
“소송에서 지면 상대방 변호사비를 물어준다”는 이야기는 많이들 알고 있다. 그런데 노동위원회에 낸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취하한 경우에도 같은 논리가 적용될까? 회사 쪽에서 “구제신청을 취하했으니 우리가 쓴 노무사 비용을 물어내라”고 요구하는 사례를 두고, 민사소송법 제98조와 민법 제750조가 어떻게 다르게 작동하는지 조문을 기준으로 정리한다.
민사소송법 제98조: “패소한 당사자가 부담한다”는 한 문장
민사소송법 제98조는 다음과 같다.
제98조(소송비용부담의 원칙) 소송비용은 패소한 당사자가 부담한다.
이 조문은 항이나 호로 나뉘어 있지 않은 한 문장짜리 규정이다. 비용을 부담하는 기준은 오직 ‘패소’라는 결과 하나다. 패소한 당사자에게 고의나 과실이 있었는지, 소송을 낸 행위가 위법했는지는 이 조문에서 전혀 묻지 않는다. 소송에서 졌다는 사실 자체가 비용 부담의 근거가 되는 구조다.
그런데 이 조문에는 ‘취하’라는 단어도, ‘부당해고 구제신청’이라는 단어도 나오지 않는다. 즉 제98조는 소송에서 법원이 패소 판결을 내렸을 때 그 소송비용을 누가 부담하는지를 정한 규정이고, 노동위원회에 낸 구제신청을 당사자가 스스로 취하한 상황을 직접 규율하는 조문이 아니다. “구제신청을 취하했으니 제98조에 따라 비용을 물어야 한다”는 식의 적용은 조문 문언만으로는 성립하지 않는다.
민사소송법 제109조: 소송비용으로 인정되는 변호사 보수, 그런데 ‘노무사’는 없다
소송비용에 변호사 보수가 포함되는지는 별도 조문인 제109조가 정한다.
제109조(변호사의 보수와 소송비용) ①소송을 대리한 변호사에게 당사자가 지급하였거나 지급할 보수는 대법원규칙이 정하는 금액의 범위안에서 소송비용으로 인정한다. ②제1항의 소송비용을 계산할 때에는 여러 변호사가 소송을 대리하였더라도 한 변호사가 대리한 것으로 본다.
이 조문에서 눈여겨볼 지점이 두 가지다.
첫째, 소송비용으로 인정되는 보수는 ‘소송을 대리한 변호사’에게 지급한 보수다. 조문 어디에도 ‘노무사’라는 단어는 없다. 노동위원회 구제신청 절차에서 회사가 노무사를 선임해 비용을 지출했다고 해도, 이 조문의 문언만으로는 그 비용이 민사소송법상 소송비용으로 당연히 인정된다고 말할 수 없다.
둘째, 인정되는 금액도 지급한 금액 전부가 아니라 ‘대법원규칙이 정하는 금액의 범위안에서’만이다. 실제로 얼마가 인정되는지는 대법원규칙이 따로 정하는 영역이라 이 글에서 구체적인 금액이나 비율을 단정할 수 없다. 제2항은 여러 변호사가 대리했더라도 소송비용 계산 시에는 한 변호사가 대리한 것으로 본다는 간주 규정으로, 보수 인정 범위와는 별개의 내용이다.
그럼 노무사 비용을 물어내라는 근거는 어디서 나오나: 민법 제750조
노동위원회 절차에서 쓴 노무사 비용을 상대방에게 요구하는 근거로 거론되는 조문은 민사소송법이 아니라 민법 제750조인 경우가 있다.
제750조(불법행위의 내용)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이 조문도 항·호 구분 없는 한 문장이지만, 구조는 제98조와 전혀 다르다. 제98조는 ‘패소’ 하나만으로 비용 부담자가 정해지지만, 제750조에 따라 손해배상 책임이 생기려면 다음 세 가지가 모두 있어야 한다.
- 고의 또는 과실이 있을 것
- 그 행위가 위법행위일 것
- 그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했을 것
이 세 요건이 함께 갖춰져야 ‘배상할 책임’이 생긴다. 어느 하나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리고 조문 문언에는 구제신청을 취하하는 행위 자체를 위법행위로 규정하는 내용이 없다. 구제신청을 냈다가 취하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고의·과실, 위법성, 손해라는 요건이 전부 충족되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는 뜻이다.
두 조문을 나란히 놓고 보면
정리하면 다음과 같은 차이가 드러난다.
- 민사소송법 제98조는 소송에서 패소한 당사자가 소송비용을 부담한다는 결과 책임 규정이다. 고의·과실 요건이 없다.
- 민사소송법 제109조는 그 소송비용 안에 변호사 보수를 포함시키되, 대법원규칙이 정하는 범위 안에서만, 그리고 소송을 대리한 변호사에 대한 보수에 한해 인정한다.
- 민법 제750조는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와 손해 발생이라는 별도의 요건을 모두 갖춰야 배상 책임이 생기는 규정이다.
노동위원회 구제신청을 취하한 사안에 비용 부담을 논하려면, 이 중 제98조가 그대로 적용되는 소송 패소 상황인지, 아니면 제750조가 요구하는 고의·과실·위법성·손해라는 별개의 요건을 따져야 하는 상황인지부터 구분해야 한다. 둘을 혼동해 “패소했으니 제98조로 물어낸다”거나 “취하했으니 그 자체로 위법행위다”라고 단정하는 것은 조문 문언과 맞지 않는다.
참고 법령
- 민법 제750조(불법행위의 내용)
- 민법 부칙 <제21454호, 2026. 3. 17.>
- 민사소송법 제98조(소송비용부담의 원칙)
- 민사소송법 제109조(변호사의 보수와 소송비용) 제1항~제2항
- 민사소송법 부칙 <제21993호, 2026. 9. 29.>
- 민사소송법 부칙 <제21455호, 2026. 3. 17.> 제1조~제3조 (2028-03-01 시행예정, 제98조·제109조는 변경 대상 아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