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럿이 모여 직접 때린 것과 해산 명령에 안 따른 것, 다른 죄인가요?
여럿이 모여 소란을 벌이는 상황에서 “직접 폭력을 행사했는지”와 “해산 명령에 따랐는지”는 형법상 전혀 다른 죄로 다뤄진다. 형법 제115조(소요)와 제116조(다중불해산)는 겉보기에 비슷해 보이지만, 처벌하는 행위 자체가 다르다. 두 조문을 구분하는 기준을 정리한다.
핵심 차이: 실제 행위 vs. 목적과 불응
형법 제115조(소요)는 다음과 같이 규정한다.
제115조(소요) 다중이 집합하여 폭행, 협박 또는 손괴의 행위를 한 자는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이 조문의 핵심은 “다중이 집합하여” “폭행, 협박 또는 손괴의 행위를 한 자”를 처벌한다는 점이다. 즉 실제로 폭행이든 협박이든 손괴든 그 행위가 일어났어야 성립한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흔히 줄여서 “여럿이 모여 폭행하면 소요죄”라고 표현하지만 조문은 폭행 하나만을 요건으로 하지 않는다. 폭행, 협박, 손괴 중 어느 하나라도 있으면 해당할 수 있고, 주체도 단순히 “여럿”이 아니라 “다중이 집합”한 상태를 전제로 한다.
반면 형법 제116조(다중불해산)는 다음과 같이 규정한다.
제116조(다중불해산) 폭행, 협박 또는 손괴의 행위를 할 목적으로 다중이 집합하여 그를 단속할 권한이 있는 공무원으로부터 3회 이상의 해산명령을 받고 해산하지 아니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이 조문의 요건을 뜯어보면 다음과 같다.
- 폭행, 협박 또는 손괴의 행위를 할 목적으로 다중이 집합했을 것
- 그를 단속할 권한이 있는 공무원으로부터 해산명령을 받았을 것
- 그 해산명령이 3회 이상 있었을 것
- 그런데도 해산하지 아니했을 것
여기서 가장 중요한 지점은, 제116조는 실제로 폭행이나 협박, 손괴가 일어났는지를 요건으로 삼지 않는다는 것이다. 조문은 그런 행위를 “할 목적으로” 다중이 모였다는 점만 요구한다. 다시 말해 제116조는 “실제로 때렸는지”가 아니라 “그런 행위를 할 목적으로 모였는데 공무원의 거듭된 해산명령에도 흩어지지 않았는지”를 처벌하는 죄다.
왜 두 죄는 “다른 죄”인가
질문의 핵심인 “여럿이 모여 직접 때린 것”과 “해산 명령에 안 따른 것”은 각각 다음과 같이 대응한다.
- 직접 때린 것(또는 협박·손괴를 실행한 것) → 형법 제115조(소요)의 영역. 다중이 집합한 상태에서 폭행, 협박, 손괴라는 행위 자체가 발생했어야 한다.
- 해산 명령에 불응한 것 → 형법 제116조(다중불해산)의 영역. 폭행 등을 할 목적으로 모인 다중이, 권한 있는 공무원으로부터 3회 이상 해산명령을 받았음에도 흩어지지 않았어야 한다.
즉 제115조는 “행위의 실행”에 초점을 맞추고, 제116조는 “목적을 가진 집합 상태에서의 불응”에 초점을 맞춘다. 실제로 폭행이 벌어졌는지 여부가 두 조문을 가르는 분기점이라고 볼 수 있다. 제116조를 “실제 폭행이 있어야 성립하는 죄”로 이해하면 조문의 구조를 잘못 읽는 것이 된다. 폭행 등이 실제로 일어나지 않았더라도, 그런 목적으로 모인 다중이 거듭된 해산명령에 응하지 않았다면 제116조가 적용될 수 있는 구조다.
해산명령의 요건을 느슨하게 보면 안 되는 이유
제116조가 성립하려면 해산명령과 관련해 두 가지 요건이 모두 충족되어야 한다.
첫째, 해산명령의 주체는 “그를 단속할 권한이 있는 공무원”이어야 한다. 아무 공무원이나, 혹은 공무원이 아닌 제3자가 해산을 요구했다고 해서 이 조문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조문은 단속할 권한이 있는 공무원으로부터 나온 명령일 것을 명시하고 있다.
둘째, 해산명령은 “3회 이상”이어야 한다. 한 번이나 두 번의 해산명령에 응하지 않았다고 해서 바로 제116조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조문의 문언 그대로 3회 이상의 해산명령이 있었고, 그럼에도 해산하지 않은 경우를 요건으로 한다. “해산명령을 받으면 즉시 처벌된다”거나 “불응하면 무조건 처벌된다”는 식의 이해는 조문의 요건을 건너뛴 것이다.
법정형 비교: 섞어서 이해하면 안 된다
두 조문의 법정형도 뚜렷하게 다르다.
- 제115조(소요):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
- 제116조(다중불해산):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
주목할 점은 제115조에는 “1년 이상”이라는 하한이 있지만, 제116조에는 그런 하한 문언이 없다는 것이다. 제116조는 “2년 이하”로만 되어 있어 하한을 두지 않았다. 두 조문의 형을 섞어서 “소요죄도 2년 이하”라거나 “다중불해산죄도 1년 이상”이라고 이해하면 조문을 잘못 읽는 것이 된다. 실제로 행위가 발생한 소요죄가 목적과 불응만을 요건으로 하는 다중불해산죄보다 형이 무겁게 설계되어 있다는 점도 두 죄의 성격 차이를 보여준다.
조문에 없는 내용: 숫자와 연혁
두 조문 모두 ‘다중’이 몇 명 이상을 뜻하는지, ‘집합’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를 정한 괄호 정의를 두고 있지 않다. 몇 명이 모여야 ‘다중’에 해당하는지는 조문상 숫자로 정해져 있지 않다.
또한 현재 조문의 문언(“<개정 1995.12.29>“)은 1995년 12월 29일 공포된 법률 제5057호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형법이 이후 다른 법률(제22007호, 2026. 9. 29. 일부개정, 2026. 10. 2. 시행)로 개정되었다고 해서 제115조·제116조의 문언 자체가 그 개정으로 새로 바뀐 것은 아니다. 즉 이 두 조문은 2026년 개정과 무관하게 1995년 개정 당시의 문언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조문이다.
이 주제와 관련해 특정 사건을 다룬 판례는 확인되지 않았다. 구체적인 사안에서 제115조와 제116조 중 어느 조문이 적용되는지는 다중이 집합한 목적, 실제 행위의 발생 여부, 해산명령의 주체와 횟수 등 개별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지는 문제다.
참고 법령
- 형법 제115조(소요)
- 형법 제116조(다중불해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