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킹 신고를 받은 경찰, 접근금지까지 꼭 해줘야 하나요?
스토킹 피해를 신고했는데 경찰이 접근금지 조치를 해주지 않으면 “법을 어긴 것 아니냐”고 묻는 분들이 많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아닙니다. 스토킹처벌법은 경찰이 ‘반드시’ 해야 하는 조치와 ‘할 수 있는’ 조치를 조문별로 다르게 정해 두었고, 흔히 말하는 ‘접근금지’는 후자에 속합니다. 왜 그런지 조문을 하나씩 짚어보겠습니다.
1. 신고하면 ‘무조건’ 해야 하는 조치는 따로 있다 — 응급조치
스토킹처벌법 제3조는 “진행 중인 스토킹행위에 대하여 신고를 받은 경우” 사법경찰관리가 즉시 현장에 나가 다음 네 가지를 **“하여야 한다”**고 정합니다.
- 스토킹행위의 제지, 향후 스토킹행위 중단 통보, 지속·반복 시 처벌 서면경고
- 스토킹행위자와 피해자등의 분리 및 범죄수사
- 피해자등에 대한 긴급응급조치 및 잠정조치 요청의 절차 등 안내
- 피해자등이 동의한 경우, 스토킹 피해 관련 상담소 또는 보호시설로 인도
이 네 가지를 응급조치라고 부릅니다. 의무가 생기는 조건은 ‘진행 중인’ 스토킹행위에 대한 신고라는 점을 눈여겨봐야 합니다. 이미 끝난 과거의 행위에 대한 신고에까지 이 조문이 똑같은 의무를 부과하는지는 조문에 나와 있지 않습니다.
여기서 흔히 오해가 생기는 지점이 있습니다. 제3조제3호는 “긴급응급조치 및 잠정조치 요청의 절차 등 안내”를 의무화한 것일 뿐, 긴급응급조치 자체(예: 접근금지)를 즉시 시행하라는 의무가 아닙니다. ‘안내 의무’와 ‘조치 의무’는 서로 다른 문제입니다.
2. 접근금지는 ‘할 수 있다’ — 긴급응급조치
접근금지처럼 피해자가 체감하는 강한 조치는 제4조의 긴급응급조치입니다. 조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사법경찰관은 스토킹행위 신고와 관련하여 스토킹행위가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행하여질 우려가 있고 스토킹범죄의 예방을 위하여 긴급을 요하는 경우 스토킹행위자에게 직권으로 또는 스토킹행위의 상대방이나 그 법정대리인 또는 스토킹행위를 신고한 사람의 요청에 의하여 다음 각 호에 따른 조치를 할 수 있다.
조치 내용은 두 가지입니다.
- 피해자등이나 그 주거등으로부터 100미터 이내 접근 금지
- 「전기통신기본법」 제2조제1호의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 금지
핵심은 어미입니다. 제3조는 “하여야 한다”지만 제4조제1항은 **“할 수 있다”**입니다. 즉 긴급응급조치는 사법경찰관의 재량입니다. 피해자나 법정대리인, 신고인이 요청하더라도 그 요청만으로 반드시 발동되는 것이 아니며, 발동 조건은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행하여질 우려”와 “긴급을 요하는 경우”라는 판단 요소를 충족해야 합니다. “신고만 하면 자동으로 접근금지가 된다”는 설명은 이 조문과 맞지 않습니다.
3. 재량으로 접근금지를 ‘했다면’ — 그다음은 의무가 이어진다
긴급응급조치를 발동할지 말지는 재량이지만, 일단 했다면 그 뒤의 절차는 다시 의무로 바뀝니다.
- 사법경찰관은 긴급응급조치를 했을 때 즉시 긴급응급조치결정서를 작성하여야 한다(제4조제2항). 여기에는 스토킹행위의 요지, 조치가 필요한 사유, 조치 내용 등이 들어갑니다.
- 사법경찰관은 지체 없이 검사에게 사후승인을 지방법원 판사에게 청구해줄 것을 신청하여야 한다(제5조제1항).
- 신청을 받은 검사는 긴급응급조치가 있었던 때부터 48시간 이내에 지방법원 판사에게 사후승인을 청구합니다(제5조제2항). 이때 긴급응급조치결정서를 첨부해야 합니다.
- 지방법원 판사는 스토킹행위의 지속·반복을 예방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사후승인을 할 수 있다(제5조제3항) — 여기는 다시 판사의 재량입니다.
- 검사가 사후승인을 청구하지 않거나 판사가 승인하지 않은 때에는, 사법경찰관은 즉시 그 긴급응급조치를 취소하여야 한다(제5조제4항).
- 긴급응급조치 기간은 1개월을 초과할 수 없습니다(제5조제5항).
정리하면 ‘발동’은 재량, ‘발동 이후 결정서 작성·사후승인 신청’은 의무, ‘판사의 승인’은 다시 재량, ‘불승인 시 취소’는 다시 의무입니다. 재량과 의무가 조문마다 교차한다는 점이 이 법의 구조적 특징입니다.
4. 주체도 다르다 — 사법경찰관리와 사법경찰관
조문을 읽을 때 주의할 점이 하나 더 있습니다. 제3조의 응급조치는 **“사법경찰관리”**가 하지만, 제4조의 긴급응급조치와 그에 따른 결정서 작성·제5조의 승인 신청·취소는 모두 **“사법경찰관”**이 합니다. 두 용어는 법적으로 범위가 다르므로, ‘경찰이 한다’는 식으로 뭉뚱그려 이해하면 누가 어떤 조치의 책임을 지는지 헷갈릴 수 있습니다.
5. 지금 적용되는 법은 무엇인가
이 글이 다루는 제3조·제4조·제5조는 2026년 9월 29일 일부개정, 2026년 10월 2일 시행된 법률 제21998호를 기준으로 한 현행 조문입니다. 다만 제3조와 제4조의 현재 문언 자체는 2023년 7월 11일 개정(법률 제19518호)으로 만들어진 것이고, 제5조는 연혁 표기가 없어 어느 개정으로 지금 문언이 만들어졌는지 단정할 수 없습니다. 2026년 9월 29일 개정(법률 제21998호)은 제7조의2(사법경찰관의 사건송치)를 함께 고쳤을 뿐, 그 부칙은 시행일과 제7조의2 적용례만 정했을 뿐 응급조치·긴급응급조치를 바꾸지 않았습니다.
한편 2026년 4월 21일 개정된 법률 제21556호는 제17조의3, 제17조의5, 제17조의14, 제20조, 제9조 등을 고치는 내용으로 2027년 4월 22일부터 시행될 예정입니다. 이 시행예정본에서도 제3조·제4조·제5조의 문언은 지금과 동일하므로, 응급조치와 긴급응급조치에 관한 이 글의 설명은 2027년 4월 22일 이후에도 그대로 유지됩니다.
핵심 요약
- 신고 즉시 경찰이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은 ‘진행 중인’ 스토킹행위에 대한 제지·분리·수사·절차 안내·보호시설 인도(응급조치, 제3조) — 사법경찰관리의 의무
- 100미터 접근금지,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 금지 등 ‘접근금지’는 긴급응급조치(제4조)로, 사법경찰관의 재량 판단에 따라 직권 또는 요청으로 할 수 있는 것
- 긴급응급조치를 했다면 결정서 작성·사후승인 신청은 다시 의무이고, 판사의 사후승인 자체는 재량, 불승인 시 즉시 취소는 다시 의무
- 긴급응급조치 기간은 1개월을 넘길 수 없음
- “신고만 하면 무조건 접근금지가 된다”는 조문과 맞지 않는 설명
참고 법령
-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스토킹행위 신고 등에 대한 응급조치)
-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4조(긴급응급조치)
-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긴급응급조치의 승인 신청)
-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7조의2(사법경찰관의 사건송치)
- 「전기통신기본법」 제2조제1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