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행죄 형량, 양형기준을 꼭 따라야 할까 — '존중' 의무와 '구속력 없음'의 차이
폭행 사건에서 재판이 끝난 뒤 흔히 나오는 질문이 있다. “판사는 양형기준표대로 형을 정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결과가 예상과 다르면 더 그렇다. 답은 법원조직법에 명확히 쓰여 있다. 법관은 양형기준을 존중하여야 하지만, 양형기준은 법적 구속력을 갖지 아니한다. 이 두 문장을 같이 읽어야 전체 그림이 맞는다.
법원조직법 제81조의7 — ‘존중’ 의무와 ‘구속력 없음’을 동시에 규정
법원조직법 제81조의7제1항은 이렇게 정한다.
법관은 형의 종류를 선택하고 형량을 정할 때 양형기준을 존중하여야 한다. 다만, 양형기준은 법적 구속력을 갖지 아니한다.
본문과 단서가 한 문장 안에 함께 들어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본문만 떼어 “존중해야 한다”는 의무만 보면 양형기준이 거의 강제력을 가진 것처럼 들린다. 반대로 단서만 떼어 “구속력이 없다”만 보면 양형기준이 참고 자료 수준에 불과하다고 오해하기 쉽다. 조문은 이 둘을 동시에 요구한다 — 법관은 양형기준을 가볍게 보지 않고 참고해야 하지만, 그 결과로 반드시 양형기준이 제시한 범위 안에서 선고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양형기준대로 선고된다”는 말도, “법관이 양형기준을 무시해도 된다”는 말도 모두 조문과 어긋난다. 법관에게는 양형기준을 참고점으로 존중할 의무가 있고, 동시에 거기서 벗어날 수 있는 재량도 열려 있다.
양형기준을 벗어나면 어떻게 되나 — ‘금지’가 아니라 ‘설명 의무’
같은 조 제2항은 양형기준을 벗어난 판결 자체를 막지 않는다. 대신 다음과 같은 절차적 장치를 둔다.
법원이 양형기준을 벗어난 판결을 하는 경우에는 판결서에 양형의 이유를 적어야 한다. 다만, 약식절차 또는 즉결심판절차에 따라 심판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즉, 양형기준을 벗어난 선고 자체는 위법도 아니고 금지 대상도 아니다. 다만 법원이 그렇게 할 경우 판결서에 ‘왜 양형기준을 벗어났는지’를 설명하는 이유를 적어야 한다. 이는 양형의 투명성과 일관성을 담보하려는 절차적 통제 장치로 이해할 수 있다. 다만 약식절차 또는 즉결심판절차로 심판하는 경우에는 이 이유 기재 의무가 적용되지 않는다. 두 절차는 통상의 정식 재판 절차와 다른 간이한 심판 방식이기 때문에 조문이 별도로 예외를 둔 것이다.
양형기준은 누가, 왜 만드나 — 법정형을 바꾸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양형기준이라는 것 자체는 무엇을 하는 장치인가. 법원조직법 제81조의6제1항은 다음과 같이 규정한다.
위원회는 법관이 합리적인 양형을 도출하는 데 참고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양형기준을 설정하거나 변경한다.
여기서 핵심은 양형기준이 “참고할 수 있는” 자료로 설정·변경되는 것이라는 점이다. 양형기준이 법정형 자체를 만들거나 바꾸는 것이 아니다. 법정형은 각 범죄를 규정한 형법 등 개별 법률이 정하는 것이고, 양형기준은 그 법정형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법관이 합리적이고 일관된 선고를 하도록 돕는 참고 도구다. 실제로 제3항제1호는 위원회가 양형기준을 설정·변경할 때 “범죄의 유형 및 법정형”을 고려해야 할 사항 중 하나로 들고 있는데, 이는 양형기준이 법정형을 전제로 그 틀 안에서 만들어진다는 점을 보여준다.
위원회가 지켜야 할 원칙과 고려 사항 — 법관의 의무가 아니다
제81조의6제2항과 제3항은 각각 양형기준을 만드는 위원회가 지켜야 할 사항을 정한다. 어미가 다르다는 점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제2항의 네 가지 원칙은 “준수하여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 범죄의 죄질, 범정(犯情) 및 피고인의 책임의 정도를 반영할 것
- 범죄의 일반예방과 피고인의 재범 방지 및 사회복귀를 고려할 것
- 같은 종류 또는 유사한 범죄에 대해서는 고려하여야 할 양형 요소에 차이가 없으면 양형에서 서로 다르게 취급하지 아니할 것
- 피고인의 국적, 종교 및 양심, 사회적 신분 등을 이유로 양형상 차별을 하지 아니할 것
제3항의 여덟 가지 고려 사항은 “고려하여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 범죄의 유형 및 법정형
- 범죄의 중대성을 가중하거나 감경할 수 있는 사정
- 피고인의 나이, 성품과 행실, 지능과 환경
- 피해자에 대한 관계
- 범행의 동기, 수단 및 결과
- 범행 후의 정황
- 범죄 전력(前歷)
- 그 밖에 합리적인 양형을 도출하는 데 필요한 사항
이 두 항은 모두 위원회가 양형기준을 설정·변경하는 단계에서 지는 의무다. 예를 들어 “피고인의 나이”나 “범행 후의 정황”을 고려하라는 것은 개별 사건을 재판하는 법관이 선고 시 반드시 거쳐야 할 절차를 정한 것이 아니라, 양형기준이라는 참고 자료 자체를 만들 때 위원회가 반영해야 할 요소를 정한 것이다. 이 점을 혼동하면 양형기준의 성격을 오해하기 쉽다.
마지막으로 제81조의6제4항은 위원회에 양형기준 공개 의무를 지운다. 양형기준은 비공개 내부 지침이 아니라 공개를 전제로 한 참고 자료로 운영된다.
폭행죄에는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이 있나
위 조문들은 양형 제도의 구조와 효력을 정한 일반 규정이다. 폭행죄의 법정형이나 폭행죄 양형기준의 구체적 형량 범위를 직접 규정하지는 않는다. 즉, 이 조문만으로는 “폭행죄는 몇 개월에서 몇 년까지 선고된다”는 숫자를 알 수 없다. 다만 다음과 같은 구조는 분명하다.
- 폭행 사건을 맡은 법관은 형의 종류와 형량을 정할 때 양형위원회가 만든 폭행죄 양형기준을 존중해야 한다.
- 그러나 그 양형기준에 법적 구속력은 없으므로, 사건의 구체적 사정에 따라 기준 범위를 벗어난 선고도 가능하다.
- 다만 기준을 벗어나 선고하는 경우, 정식 재판 절차에서는 판결서에 그 이유를 적어야 한다(약식절차·즉결심판절차는 예외).
따라서 “양형기준대로 무조건 정해진다”거나 “법관이 양형기준을 반드시 따라야 한다”는 식의 설명은 정확하지 않다. 동시에 “양형기준은 아무 의미 없는 참고용일 뿐”이라는 설명도 정확하지 않다. 법률은 존중 의무와 구속력 부인을 함께 규정하고, 기준을 벗어날 때는 이유를 밝히도록 하는 절충적 구조를 택하고 있다.
정리
- 법관은 형의 종류·형량을 정할 때 양형기준을 존중해야 하지만, 양형기준에 법적 구속력은 없다(법원조직법 제81조의7제1항).
- 양형기준을 벗어난 판결 자체는 허용되며, 다만 판결서에 양형의 이유를 적어야 한다. 약식절차·즉결심판절차는 이 의무의 예외다(법원조직법 제81조의7제2항).
- 양형기준은 양형위원회가 법관의 합리적 양형 도출을 돕기 위해 설정·변경하는 참고 기준이며, 법정형 자체를 정하거나 바꾸지 않는다(법원조직법 제81조의6제1항).
- 양형위원회는 양형기준을 만들 때 네 가지 원칙을 준수하고 여덟 가지 사항을 고려해야 하며, 양형기준을 공개해야 한다(법원조직법 제81조의6제2항~제4항).
- 폭행죄의 구체적 법정형이나 양형기준 수치는 위 조문에 담겨 있지 않으므로, 이 글만으로 단정할 수 없다.
참고 법령
- 법원조직법 제81조의6(양형기준의 설정 등) 제1항, 제2항, 제3항, 제4항
- 법원조직법 제81조의7(양형기준의 효력 등) 제1항, 제2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