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긴급응급조치는 재량, 그래도 사후승인 신청은 왜 의무인가
스토킹 신고를 받은 경찰이 가해자에게 접근금지 조치를 내리는 장면, 뉴스나 드라마에서 자주 본다. 그런데 이 조치가 “경찰 마음대로 할 수도 안 할 수도 있는 것”이라면, 그다음 법원에 승인을 받으러 가는 절차는 꼭 해야 하는 걸까, 아니면 이것도 재량일까. 이 질문은 스토킹처벌법 제4조와 제5조의 문언 차이를 보면 답이 나온다.
결론부터: 조치는 재량, 승인 신청은 의무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스토킹처벌법) 제4조제1항은 사법경찰관이 일정한 요건을 갖추면 접근금지 등 조치를 **“할 수 있다”**고 정한다. 재량 규정이다. 하지만 경찰이 일단 그 조치를 했다면, 그다음 절차인 제5조제1항은 **“하여야 한다”**로 끝난다. 즉 “조치를 할지”는 경찰의 재량이지만, “조치를 했다면 사후승인 절차를 밟을지”는 재량이 아니라 의무다. 이 둘을 섞어서 “경찰 재량이니 법원 승인도 안 받아도 된다”고 이해하면 틀린다.
제4조(긴급응급조치) — 조치를 내리는 단계
제4조제1항 원문은 이렇다.
사법경찰관은 스토킹행위 신고와 관련하여 스토킹행위가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행하여질 우려가 있고 스토킹범죄의 예방을 위하여 긴급을 요하는 경우 스토킹행위자에게 직권으로 또는 스토킹행위의 상대방이나 그 법정대리인 또는 스토킹행위를 신고한 사람의 요청에 의하여 다음 각 호에 따른 조치를 할 수 있다.
요건과 효과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요건
- 스토킹행위 신고와 관련하여
- 스토킹행위가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행하여질 우려가 있고
- 스토킹범죄의 예방을 위하여 긴급을 요하는 경우
- 사법경찰관의 직권으로, 또는 상대방·그 법정대리인·신고한 사람의 요청으로
효과(제1호~제2호)
- 스토킹행위의 상대방등이나 그 주거등으로부터 100미터 이내의 접근 금지
- 스토킹행위의 상대방등에 대한 「전기통신기본법」 제2조제1호의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 금지
이 조치를 법에서는 “긴급응급조치”라고 부른다(제4조제2항에서 “제1항에 따른 조치”를 이하 “긴급응급조치”라 한다고 정의한다). 다만 조치를 하는 것 자체는 “할 수 있다”지만, 조치를 한 뒤에는 바로 의무가 따라붙는다. 제4조제2항이다.
사법경찰관은 제1항에 따른 조치를 하였을 때에는 즉시 스토킹행위의 요지, 긴급응급조치가 필요한 사유, 긴급응급조치의 내용 등이 포함된 긴급응급조치결정서를 작성하여야 한다.
조치를 했다면 “즉시” 결정서를 작성해야 한다. 이건 선택이 아니다.
제5조(긴급응급조치의 승인 신청) — 법원 승인을 받는 단계
바로 이 지점이 질문의 핵심이다. 경찰이 긴급응급조치를 했다면, 그다음은 전부 의무 규정으로 이어진다. 제5조제1항부터 보자.
사법경찰관은 긴급응급조치를 하였을 때에는 지체 없이 검사에게 해당 긴급응급조치에 대한 사후승인을 지방법원 판사에게 청구하여 줄 것을 신청하여야 한다.
여기서 주의할 점이 두 가지다.
첫째, 신청 상대는 검사다. 사법경찰관이 지방법원 판사에게 직접 청구하는 게 아니라, 검사에게 “판사에게 청구해 달라”고 신청하는 구조다. 둘째, 이 신청은 “지체 없이” 해야 하는 의무다. 재량이 아니다.
제5조제2항은 검사의 역할을 정한다.
제1항의 신청을 받은 검사는 긴급응급조치가 있었던 때부터 48시간 이내에 지방법원 판사에게 해당 긴급응급조치에 대한 사후승인을 청구한다. 이 경우 제4조제2항에 따라 작성된 긴급응급조치결정서를 첨부하여야 한다.
여기서 48시간은 “긴급응급조치가 있었던 때부터” 계산한다. 신고가 들어온 시점이나 검사가 경찰의 신청을 접수한 시점이 아니다. 경찰이 실제로 접근금지 등 조치를 실행한 그 시점이 기준이라는 점을 혼동하기 쉽다.
법원 승인은 재량, 그러나 승인 못 받으면 취소는 의무
이제 법원 단계다. 제5조제3항은 분명히 재량 규정이다.
지방법원 판사는 스토킹행위가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행하여지는 것을 예방하기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제2항에 따라 청구된 긴급응급조치를 승인할 수 있다.
“청구하면 당연히 승인된다”는 식으로 이해하면 안 된다. 판사는 필요성을 인정할 때에만 승인할 수 있다는 재량 판단 구조다.
그렇다면 검사가 청구를 하지 않거나, 판사가 승인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여기서 다시 의무 규정이 등장한다. 제5조제4항이다.
사법경찰관은 검사가 제2항에 따라 긴급응급조치에 대한 사후승인을 청구하지 아니하거나 지방법원 판사가 제2항의 청구에 대하여 사후승인을 하지 아니한 때에는 즉시 그 긴급응급조치를 취소하여야 한다.
중요한 건, 승인을 못 받았다고 조치가 “저절로” 효력을 잃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경찰이 “즉시” 취소하는 행위를 해야 조치가 종료된다. 경찰의 취소 의무 이행이 있어야 비로소 종료되는 구조다.
마지막으로 제5조제5항은 기간 상한만 정한다.
긴급응급조치기간은 1개월을 초과할 수 없다.
세 단계 재량·의무 구조를 한눈에
| 단계 | 조문 | 어미 | 재량/의무 |
|---|---|---|---|
| 경찰의 긴급응급조치 발령 | 제4조제1항 | 할 수 있다 | 재량 |
| 경찰의 결정서 작성 | 제4조제2항 | 즉시 … 작성하여야 한다 | 의무 |
| 경찰의 검사에 대한 승인 신청 | 제5조제1항 | 지체 없이 … 신청하여야 한다 | 의무 |
| 검사의 판사에 대한 승인 청구(48시간 이내) | 제5조제2항 | 청구한다 / 첨부하여야 한다 | 의무 |
| 판사의 승인 여부 판단 | 제5조제3항 | 승인할 수 있다 | 재량 |
| 경찰의 조치 취소 (불승인 시) | 제5조제4항 | 즉시 … 취소하여야 한다 | 의무 |
표를 보면 질문의 답이 명확해진다. “조치를 내릴지”와 “법원 승인을 받을 만큼 절차를 밟을지”는 전혀 다른 층위다. 경찰이 조치를 내리기로 선택한 순간(제4조제1항의 재량 행사), 그 이후의 절차—결정서 작성, 검사에 대한 신청, 검사의 청구, 그리고 불승인 시 취소—는 전부 “하여야 한다”로 묶인 의무의 연쇄다. 법원에 사후승인을 받는 절차 자체를 건너뛸 수 있는 재량은 법문 어디에도 없다.
현행 법률과 개정 경과
이 글이 다루는 제4조·제5조는 현행 스토킹처벌법(법률 제21998호, 2026. 9. 29. 일부개정, 2026. 10. 2. 시행) 기준이다. 다만 제4조제1항 끝에는 <개정 2023.7.11>이라는 표기가 붙어 있는데, 이는 그 문언을 만든 개정이 법률 제19518호(2023. 7. 11. 공포)였다는 뜻으로, 현재 시행 중인 법률의 공포번호(제21998호)와는 다른 개정이다. 제5조는 연혁 표기가 없어 어느 개정이 현재 문언을 만들었는지는 이 글의 근거로 단정할 수 없다.
2026년 9월 29일 개정(제21998호)의 부칙은 두 가지를 정했다. 시행일은 2026년 10월 2일이고, 다만 별도 개정법률(제21556호) 제17조의10제2항 개정규정만 2027년 4월 22일부터 시행한다는 단서가 붙어 있다. 그리고 제7조의2(사법경찰관의 사건송치) 개정규정을 시행 당시 수사 중인 사건에도 적용한다는 적용례를 두었다. 이 개정으로 함께 고쳐진 조문은 제7조의2뿐이고, 제4조·제5조는 이 개정의 대상이 아니었다.
한편 법률 제21556호(2026. 4. 21. 공포, 2027. 4. 22. 시행)는 이 글 작성 기준일(2026. 10. 11.) 현재 아직 시행 전인 시행예정본이다. 이 법률이 고치는 조문은 제9조·제17조의3·제17조의5·제17조의14·제20조이며, 제4조·제5조 문언은 그대로 유지된다. 즉 “2027년에 접근금지 조치나 사후승인 절차 자체가 바뀐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이 글에서 다루지 않은 부분
긴급응급조치를 위반했을 때의 벌칙 조문과 법정형은 스토킹처벌법 제4조·제5조 자체에는 규정되어 있지 않다. 이 부분은 이 글의 근거 범위 밖이므로 다루지 않았다. 또한 제4조제1항의 “전기통신”은 「전기통신기본법」 제2조제1호를 인용하고 있고, “상대방등”·“주거등”이라는 표현이 쓰이는데, 이 정의들의 구체적 범위 역시 이 글이 근거로 삼은 자료에 포함되어 있지 않아 풀어서 설명하지 않았다.
참고 법령
-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4조(긴급응급조치)
-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긴급응급조치의 승인 신청)
-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부칙 <제21998호, 2026. 9. 29.> 제1조·제2조
- 전기통신기본법 제2조제1호(제4조제1항제2호에서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