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주선한 합의가 깨지면 기소에 불리해지나요?
형사사건에서 검찰 단계의 “형사조정”을 거쳤는데 합의가 성립되지 않은 경우, 이 사실이 이후 기소 여부 판단에 불리하게 작용하는지 궁금해하는 경우가 많다. 결론부터 말하면 범죄피해자 보호법은 이를 명시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다만 그 전에 형사조정 제도 자체가 어떤 구조로 운영되는지 정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형사조정은 검사가 “회부할 수 있는” 제도다
범죄피해자 보호법 제41조제1항은 형사조정 회부를 다음과 같이 규정한다.
검사는 피의자와 범죄피해자(이하 “당사자”라 한다) 사이에 형사분쟁을 공정하고 원만하게 해결하여 범죄피해자가 입은 피해를 실질적으로 회복하는 데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당사자의 신청 또는 직권으로 수사 중인 형사사건을 형사조정에 회부할 수 있다.
이 조문에서 핵심은 “회부할 수 있다”는 재량 표현이다. 당사자가 신청한다고 해서 검사가 반드시 형사조정에 회부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검사가 형사분쟁을 공정하고 원만하게 해결하고 피해를 실질적으로 회복하는 데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 당사자의 신청 또는 검사의 직권으로 회부하는 구조다.
형사조정에 회부할 수 없는 경우
제41조제2항은 회부 가능한 사건의 구체적 범위를 대통령령에 위임하면서도, 단서에서 회부해서는 안 되는 경우 세 가지를 직접 정하고 있다.
- 피의자가 도주하거나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는 경우
- 공소시효의 완성이 임박한 경우
- 불기소처분의 사유에 해당함이 명백한 경우 (다만, 기소유예처분의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는 제외한다)
여기서 주의할 부분은 3호의 단서다. 불기소처분 사유에 해당함이 명백하면 원칙적으로 형사조정에 회부할 수 없지만, 그 사유가 기소유예처분에 해당하는 경우라면 이 제외 규정 때문에 형사조정 회부가 가능하다. 이 단서를 빠뜨리고 읽으면 정반대 결론에 이르게 되므로 유의해야 한다.
형사조정위원회의 구성과 절차
형사조정은 각급 지방검찰청 및 지청에 설치된 형사조정위원회가 담당한다(제42조제1항). 위원회는 2명 이상의 형사조정위원으로 구성되며(제42조제2항), 형사조정에 필요한 법적 지식 등 전문성과 덕망을 갖춘 사람 중에서 관할 지방검찰청 또는 지청의 장이 미리 위촉한다(제42조제3항). 국가공무원법 제33조 각 호에 해당하는 사람은 위원으로 위촉될 수 없고(제42조제4항), 위원의 임기는 2년이며 연임할 수 있다(제42조제5항). 위원장은 관할 지방검찰청 또는 지청의 장이 위원 중에서 위촉한다(제42조제6항). 위원회의 구체적 구성·운영과 위원의 임면에 관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제42조제8항).
절차 측면에서 형사조정위원회는 당사자 사이의 공정하고 원만한 화해와 피해의 실질적 회복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하고(제43조제1항), 형사조정이 회부되면 지체 없이 절차를 진행하여야 한다(제43조제2항). 여기서 “지체 없이”는 위원회가 절차를 시작할 의무를 정한 표현이지, 회부 자체에 어떤 기한을 두는 규정은 아니다.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이해관계인을 신청 또는 직권으로 참여시킬 수 있다(제43조제3항, 재량).
형사조정이 성립되지 않았을 때 — 불리하게 고려하지 못한다
이 글의 질문에 직접 답하는 조문은 제45조(형사조정절차의 종료)다. 형사조정위원회는 조정기일마다 그 과정을 서면으로 작성하고, 조정이 성립되면 그 결과도 서면으로 작성하여야 한다(제45조제1항). 조정 과정에서 증거위조나 거짓 진술 등의 사유로 혐의가 없음이 명백해지면 조정을 중단하고 담당 검사에게 회송하여야 하며(제45조제2항), 조정 절차가 끝나면 그 서면을 붙여 회부한 검사에게 보내야 한다(제45조제3항).
핵심은 제45조제4항이다.
검사는 형사사건을 수사하고 처리할 때 형사조정 결과를 고려할 수 있다. 다만, 형사조정이 성립되지 아니하였다는 사정을 피의자에게 불리하게 고려하여서는 아니 된다.
이 조항은 본문과 단서로 나뉜다. 본문은 검사가 형사조정 결과를 수사·처리에 고려할 수 있다는 재량을 정한다. 반면 단서는 명확한 금지 규정이다. 형사조정이 성립되지 않았다는 사정 그 자체를, 피의자에게 불리하게 고려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 금지의 수범자는 검사이고, 금지의 대상은 “불성립이라는 사정”이다.
즉 조문상으로는 형사조정이 깨졌다는 이유만으로 그 사정을 피의자에게 불리하게 반영하는 것은 법이 금지하는 행위에 해당한다. 다만 조문이 금지하는 것은 “불성립이라는 사정 자체를 불리하게 고려하는 것”이며, 조정 과정에서 드러난 다른 사실관계나 증거관계가 수사·처리에 영향을 미치는 것까지 배제하는 규정은 아니라는 점은 조문 문언 그대로 구분해서 읽을 필요가 있다.
“합의하면 처벌 없음”, “불성립하면 기소” 같은 통념은 조문에 없다
형사조정 제도를 두고 “합의만 하면 처벌을 피한다”거나 반대로 “합의가 깨지면 곧바로 기소된다”는 식의 통념이 퍼져 있지만, 제41조와 제45조 어디에도 그런 표현은 없다. 형사조정 회부는 검사의 재량이고, 조정 결과를 고려할지 여부도 검사의 재량이다. 법이 정하는 것은 그 재량의 방향성 중 한 가지, 즉 “불성립이라는 사정을 불리하게 고려해서는 안 된다”는 금지선뿐이다. 조정이 성립되었다고 해서 처벌하지 않는다는 규정도, 불성립되었다고 해서 반드시 기소한다는 규정도 이 조문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하위 법령으로 위임된 부분
다음 사항들은 범죄피해자 보호법 본문이 아니라 대통령령·법무부령에 구체적으로 위임되어 있으며, 이 글에서 다루는 조문 범위 밖이다.
- 형사조정에 회부할 수 있는 형사사건의 구체적 범위(제41조제2항 본문) — 대통령령
- 형사조정위원회의 구성과 운영, 위원의 임면에 관한 사항(제42조제8항) — 대통령령
- 형사조정위원 수당·여비·일당·숙박료의 구체적 지급 기준(제42조제7항) — 법무부령
- 형사조정의 절차에 관한 세부 사항(제43조제4항) — 대통령령
- 형사조정 과정 및 결과 서면의 서식 등(제45조제5항) — 법무부령
이 값들은 이번 자료에서 확인되지 않으므로 구체적인 수치나 서식 내용을 단정해서 안내할 수 없다.
참고 법령
- 범죄피해자 보호법 제41조(형사조정 회부)
- 범죄피해자 보호법 제42조(형사조정위원회)
- 범죄피해자 보호법 제43조(형사조정의 절차)
- 범죄피해자 보호법 제45조(형사조정절차의 종료)
- 국가공무원법 제33조 (범죄피해자 보호법 제42조제4항에서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