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디지털교과서, '교육자료'면 학교가 꼭 써야 하나요? — 초ㆍ중등교육법 제29조로 보는 교과용 도서의 범위
“AI 디지털교과서는 교과서가 아니라 교육자료다”라는 말을 들은 뒤 “그럼 학교가 꼭 쓰지 않아도 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이 자주 나온다. 이 질문에 답하려면 먼저 초ㆍ중등교육법이 “교과용 도서”를 어떻게 정의하고, 그 사용을 언제 의무로, 언제 재량으로 두는지를 조문 그대로 확인해야 한다.
1. 법이 말하는 ‘교과용 도서’는 무엇인가
초ㆍ중등교육법 제29조제1항은 “교과용 도서”를 두 가지로 나눈다.
- 제1호 교과서: 학생들의 교육을 위하여 사용하는 학생용 도서로서, 국가가 저작권을 가지고 있거나 교육부장관이 검정 또는 인정한 것
- 제2호 지도서: 같은 조건의 교사용 도서
즉 “교과용 도서”라는 이름이 붙으려면 국가 저작권, 또는 교육부장관의 검정ㆍ인정이라는 절차를 통과해야 한다. 이 절차를 거치지 않은 자료는 법 제29조의 “교과용 도서”가 아니다.
2. 전자책등 — 교육부장관이 ‘필요한 경우’ 검정ㆍ인정할 수 있는 것
제29조제2항은 전자적 매체에 담긴 전자책, 음반, 영상(법에서 “전자책등”이라 부른다)도 교과용 도서로 포함시킬 길을 열어 둔다. 다만 이 항의 본문은 재량 규정이다. “교육부장관은 필요한 경우 … 검정ㆍ인정하거나 편찬할 수 있다”고만 되어 있어, 교육부장관이 하지 않으면 전자책등은 교과용 도서가 되지 않는다.
그리고 이 조항에는 중요한 단서가 붙어 있다. “제29조의2제1항제2호에 따른 학습지원 소프트웨어는 교과용 도서로 검정ㆍ인정하거나 편찬할 수 없다.” 전자책등과 학습지원 소프트웨어는 법 문언상 같은 묶음이 아니다. 전자책등은 검정ㆍ인정의 대상이 될 수 있지만, 학습지원 소프트웨어는 이 단서로 교과용 도서 지위 자체가 막혀 있다. AI 디지털교과서가 어느 쪽으로 분류되는지, 그리고 제29조의2제1항제2호가 학습지원 소프트웨어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정의하는지는 이 글이 참고한 자료만으로는 확인되지 않는다.
3. 사용 의무는 ‘교과용 도서’에만 걸린다
핵심은 제29조제3항이다.
“학교에서는 교과용 도서를 사용하여야 한다.”
이 본문은 의무 규정이다. 교과서ㆍ지도서로 검정ㆍ인정ㆍ편찬된 것은 학교가 사용해야 한다.
반면 단서는 다르다.
“제2항에 따라 교과용 도서로 검정ㆍ인정되거나 편찬된 전자책등은 학교의 장이 제32조제1항에 따라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사용할 수 있다.”
여기서 두 가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
- 이 단서가 적용되는 전자책등은 “교과용 도서로 검정ㆍ인정되거나 편찬된” 것에 한정된다. 아무 전자 자료나 이 단서로 들어오는 것이 아니다.
- 그렇게 검정ㆍ인정된 전자책등이라도 학교장이 학교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쳐 사용할 수 있다”는 재량 규정이다. 전자책등은 교과서처럼 사용 의무가 걸리지 않는다.
결국 법 제29조 체계 안에서 “꼭 써야 하는지”에 대한 답은 두 갈래로 나뉜다. 교과서ㆍ지도서로 검정ㆍ인정ㆍ편찬되었다면 제3항 본문에 따라 사용 의무가 있고, 전자책등으로 검정ㆍ인정ㆍ편찬되었다면 학교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쳐 사용 여부를 학교장이 정하는 재량 사항이다. 그리고 애초에 교과용 도서로 검정ㆍ인정ㆍ편찬되지 않은 자료, 즉 법 제29조 바깥에 있는 “교육자료”는 이 조문의 사용 의무ㆍ재량 규정 어느 쪽에도 걸리지 않는다.
4. 시행령의 ‘디지털교과서’ 정의와 법 조문이 엇갈린다는 점
여기서 혼란이 생기는 지점이 있다. 하위 법령인 「교과용도서에 관한 규정」 제2조제2호는 지금도 “교과서”의 범위에 “지능정보화기술을 활용한 학습지원 소프트웨어”를 포함시키고, 이를 “디지털교과서”라고 부른다. 이 조항의 마지막 개정 표기는 2023년 10월 24일이다.
반면 위에서 본 초ㆍ중등교육법 제29조제2항 단서(2025년 8월 14일 신설)는 “학습지원 소프트웨어는 교과용 도서로 검정ㆍ인정하거나 편찬할 수 없다”고 정한다. 법률 문언과 시행령 문언이 같은 “학습지원 소프트웨어”를 서로 다르게 다루고 있는 셈이다. 이 엇갈림만으로 AI 디지털교과서의 현재 법적 지위를 단정할 수는 없다. 시행령 정의가 법률 개정 내용을 그대로 따라 고쳐졌는지는 이 글이 참고한 자료 범위 밖의 문제다.
5. 2026년 10월 29일부터 바뀌는 제29조 — 아직 시행 전
참고로, 2026년 3월 10일 법률 제21424호로 공포된 초ㆍ중등교육법은 2026년 9월 11일부터 시행 중이지만, 이 법률이 고친 조문은 제30조의8이며 제29조는 그 대상이 아니다.
제29조 자체는 2026년 4월 28일 공포된 법률 제21580호에 의해 다시 개정되는데, 이 개정 내용은 2026년 10월 29일부터 시행된다(이 글 작성 시점인 2026년 10월 8일 기준으로는 아직 시행 전이다). 바뀌는 내용은 다음과 같다.
- 현행 제4항 내용은 제6항으로 옮겨지되, 제5항에 따른 디지털 파일의 제출 형식ㆍ절차에 관한 사항이 추가된다.
- 새 제4항: 교육부장관 및 교육감은 장애인 학생ㆍ장애인 교원을 위한 교과용 도서가 점자 등 접근 가능한 방식으로 학기 시작 전 적시에 제작ㆍ보급되도록 하여야 한다는 의무가 신설된다.
- 새 제5항: 교육부장관이 이 업무를 위해 필요하면 교과용 도서를 발행ㆍ제작한 자에게 디지털 파일 제출을 요청할 수 있고, 정당한 사유가 없으면 요청받은 날부터 30일 이내에 제출해야 한다는 의무가 신설된다.
이 개정으로 현행 4개 항ㆍ2개 호 구조는 6개 항ㆍ2개 호 구조로 바뀐다. 다만 이 개정은 장애인 학생ㆍ교원을 위한 접근성 보장과 디지털 파일 제출 절차에 관한 것이고, “AI 디지털교과서가 교과용 도서인지”를 직접 정하는 내용은 아니다.
6. 정리
- “교육자료”로만 분류되어 교과서ㆍ지도서ㆍ전자책등 어느 형태로도 교육부장관의 검정ㆍ인정ㆍ편찬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면, 그 자료는 초ㆍ중등교육법 제29조가 정한 “교과용 도서”가 아니다. 따라서 제29조제3항의 사용 의무도, 전자책등에 적용되는 학교운영위원회 심의 재량 규정도 적용될 자리가 없다.
- 교과용 도서로 검정ㆍ인정ㆍ편찬되었다면, 그것이 교과서ㆍ지도서인 경우 학교는 사용 의무를 지고, 전자책등인 경우 학교장이 학교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쳐 사용 여부를 정한다.
- AI 디지털교과서가 이 중 어느 범주에 속하는지는 법률(제29조제2항 단서의 학습지원 소프트웨어 금지)과 시행령(제2조제2호의 디지털교과서 정의) 문언이 서로 엇갈려 있어, 이 글이 참고한 조문만으로 일괄적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개별 자료가 실제로 어떤 절차를 거쳤는지 확인하는 것이 출발점이다.
참고 법령
- 초ㆍ중등교육법 제29조(제1항, 제2항, 제3항, 제4항)
- 초ㆍ중등교육법 제29조의2제1항제2호(참조)
- 초ㆍ중등교육법 제32조제1항(참조)
- 초ㆍ중등교육법 부칙 <법률 제21424호, 2026.3.10.>
- 초ㆍ중등교육법 부칙 <법률 제21580호, 2026.4.28.> 제1조, 제2조
- 교과용도서에 관한 규정 제2조(제2호)
- 교과용도서에 관한 규정 부칙 <대통령령 제33829호, 2023.1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