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훼손과 모욕죄, 합의했을 때 사건이 끝나는 방식이 다르다
명예훼손과 모욕죄는 모두 피해자의 인격을 침해하는 범죄지만, 합의 후 법원 처리 방식이 실제로 다르다. 이 차이는 두 범죄의 법적 성질에서 비롯된다.
고소가 필요한 명예훼손, 처벌 거부의사 표시가 필요한 모욕죄
형법 제308조와 제311조의 명예훼손죄는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사건”이다. 이는 피해자가 검사에게 고소해야만 수사·기소가 시작된다는 뜻이다.
반면 형법 제307조와 제309조의 모욕죄는 다르다. 모욕죄는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사건”이다. 즉, 검사가 이미 기소할 수 있지만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겠다고 의사 표시하면 기소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 법적 차이가 합의 후 법원 처리에서 서로 다른 결과를 낳는다.
명예훼손 합의: 고소 취소로 공소기각
명예훼손 사건에서 피해자가 가해자와 합의하면, 피해자는 고소를 취소할 수 있다. 고소 취소는 고소 자체를 철회하는 것이므로, 법원은 형사소송법 제327조 제6호에 따라 공소기각 판결을 선고해야 한다.
중요한 점은 합의 자체로 사건이 끝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피해자가 고소를 취소한 후, 법원이 공소기각 판결을 내려야 법적으로 사건이 정리된다. 또한 고소 취소는 제1심 판결 선고 전까지만 할 수 있다.
모욕죄 합의: 처벌 거부의사 표시로 공소기각
모욕죄 사건에서 피해자가 가해자와 합의하면, 피해자는 “처벌을 원하지 아니한다”는 의사를 표시하거나 이전의 “처벌을 원한다”는 의사 표시를 철회할 수 있다. 이 의사 표시가 이루어지면, 법원은 형사소송법 제327조 제7호에 따라 공소기각 판결을 선고해야 한다.
모욕죄는 고소가 아니라 처벌 거부의사가 요구되는 사건이므로, 명예훼손처럼 “고소 취소”라고 표현하지 않는다는 점이 법적으로 의미 있다.
같은 결과, 다른 절차
표면적으로는 두 경우 모두 공소기각 판결이라는 같은 결과에 도달한다. 하지만 그 과정은 분명히 다르다:
- 명예훼손: 합의 → 고소 취소 → 법원의 공소기각 판결
- 모욕죄: 합의 → 처벌 거부의사 표시 → 법원의 공소기각 판결
또한 고소의 취소는 제1심 판결 선고 전까지만 가능하므로, 명예훼손 사건에서는 이 기한 내에 합의와 고소 취소를 마쳐야 한다는 제약이 있다.
혼동하지 말아야 할 점
합의금을 주고받았다고 해서 자동으로 사건이 종결되지는 않는다. 명예훼손이면 고소 취소를, 모욕죄면 처벌 거부의사를 명시해야 하고, 법원의 공소기각 판결이 있어야 사건이 법적으로 마무리된다.
또한 공소기각 판결은 무죄 판결이 아니다. 공소기각은 사건의 실체를 판단하지 않고 절차적 이유로 공소를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다.
참고 법령
- 형법 제307조(모욕), 제308조(명예훼손), 제309조(모욕), 제311조(명예훼손), 제312조(고소와 피해자의 의사)
- 형사소송법 제232조(고소의 취소), 제327조(공소기각의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