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할 수 있었는데 맞서 때렸다면, 배상 책임이 없을까

입력 2026.10.10. 오전 10:08

질문의 핵심: “피할 수 있었는데”라는 전제가 틀렸다

“맞서 때렸어도 배상 책임이 없나요?”라는 질문에는 흔히 “피할 수 있었는데”라는 전제가 붙습니다. 그런데 민법 제761조제1항이 정하는 면책은 애초에 ‘피할 수 있었는지’를 기준으로 삼지 않습니다. 조문이 묻는 것은 손해를 가한 행위가 “부득이”했는지입니다. 이 차이를 혼동하면 조문을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읽게 됩니다.

조문 원문부터 정확히 읽기

민법 제761조(정당방위, 긴급피난)는 다음과 같이 정합니다.

① 타인의 불법행위에 대하여 자기 또는 제삼자의 이익을 방위하기 위하여 부득이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배상할 책임이 없다. 그러나 피해자는 불법행위에 대하여 손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② 전항의 규정은 급박한 위난을 피하기 위하여 부득이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에 준용한다.

이 조문은 항이 두 개뿐이고, 호나 목으로 더 나뉘지 않습니다. “정당방위”와 “긴급피난”이라는 말은 조 제목에만 나오고, 본문 어디에도 그 단어의 정의가 따로 적혀 있지 않습니다. 따라서 요건을 설명할 때는 제목의 어감이 아니라 본문 문언 그대로를 기준으로 삼아야 합니다.

제1항 본문: 면책이 성립하는 세 가지 조건

제1항 본문이 “배상할 책임이 없다”고 면책을 인정하려면, 문언상 다음 세 가지가 함께 갖춰져야 합니다.

  1. “타인의 불법행위에 대하여” — 상대방 쪽에 먼저 불법행위가 있었어야 합니다.
  2. “자기 또는 제삼자의 이익을 방위하기 위하여” — 자신이나 다른 사람의 이익을 지키려는 목적이어야 합니다.
  3. “부득이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 그 방위가 ‘부득이’한 것이어야 합니다.

세 조건 중 어느 하나라도 빠지면 본문의 면책 효과가 조문상 그대로 적용된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특히 세 번째 요건인 “부득이”를 빼고 “맞서 때렸으면 면책된다”는 식으로 단순화하면, 조문이 실제로 요구하는 조건을 빠뜨린 설명이 됩니다. 질문에서 말한 “피할 수 있었는데”라는 상황은 바로 이 “부득이” 요건과 맞닿아 있는 지점이지만, 민법 제761조제1항 본문 자체는 “피할 수 있었는지”를 별도의 판단 기준으로 명시하지 않고 “부득이”라는 한 단어로 표현하고 있을 뿐입니다. 이 단어를 어떻게 해석할지는 조문 문언만으로는 단정할 수 없고, 이 글에서는 조문에 없는 내용을 덧붙이지 않습니다.

제1항 단서: 면책과 별개로 존재하는 청구 가능성

제1항은 본문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이어지는 단서는 이렇게 적습니다.

그러나 피해자는 불법행위에 대하여 손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점 세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본문과 단서는 서로 다른 주체·다른 효과를 말합니다. 본문은 손해를 가한 사람(방위한 사람)이 배상할 책임이 “없다”고 하고, 단서는 피해자(먼저 불법행위를 한 사람)가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 둘을 하나로 뭉쳐서 “맞서 때리면 책임이 없지만 상대도 청구할 수 있으니 결국 똑같다”는 식으로 단순화하면, 본문과 단서가 각각 정한 효과를 왜곡하게 됩니다.

둘째, 단서의 문언에는 ‘원인 제공자’라는 말이 없습니다. 단서는 그냥 “피해자는 불법행위에 대하여”라고만 적습니다. 흔히 이 상황을 설명할 때 “원인을 제공한 사람에게 청구할 수 있다”는 식으로 풀어 쓰기도 하지만, 이는 조문 문언을 쉽게 옮긴 표현일 뿐이며 조문 자체에 그런 단어가 쓰여 있는 것은 아닙니다. 조문을 직접 인용할 때는 문언 그대로 “피해자는 불법행위에 대하여 손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로 옮겨야 합니다.

셋째, 단서는 “청구할 수 있다”로 끝납니다. 이는 청구가 가능하다는 뜻이고, 배상이 반드시 이루어진다거나 확정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반드시 받는다”, “물어줘야 한다”, “자동으로 배상된다”는 식의 표현은 조문이 실제로 쓴 “청구할 수 있다”보다 더 강한 효과를 덧붙인 설명이 됩니다.

제2항: 긴급피난은 요건이 다르다

제2항은 제1항의 규정을 “급박한 위난을 피하기 위하여 부득이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에 준용한다고 정합니다. 이 요건 문언을 자세히 보면 “타인의 불법행위”라는 표현이 들어 있지 않습니다. 즉 긴급피난은 누군가의 불법행위를 전제로 하지 않고, 그보다 넓은 “급박한 위난”을 피하려는 상황을 전제로 합니다. 정당방위(제1항)와 긴급피난(제2항)은 조문 구조상 같은 효과(전항의 규정 준용)를 받지만, 그 효과를 받기 위한 출발 요건은 서로 다르므로 둘을 같은 요건으로 뭉쳐서 설명해서는 안 됩니다.

조문에 없는 말을 덧붙이지 않기

이 조문을 설명할 때 흔히 등장하지만 실제 문언에는 없는 표현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치료비’, ‘원인 제공자’, ‘무조건’, ‘자동으로’, ‘즉시’, ‘전액’, ‘과잉방위’ 같은 말입니다. 민법 제761조는 오직 “손해”와 “배상”이라는 말만 쓰고 있을 뿐, 손해의 종류를 치료비로 한정하거나 배상 범위를 전액으로 정하거나 시점을 즉시로 못 박지 않습니다. 따라서 이 조문을 근거로 “치료비는 전액 자동으로 물어줘야 한다”는 식의 결론을 끌어내는 것은 조문 문언을 넘어선 설명입니다.

조문의 연혁과 현재 시행 상태

이 글이 전제로 삼은 민법은 2026년 3월 17일부터 시행된 법률 제21454호(일부개정) 체계입니다. 다만 이 개정이 고친 조문은 제1001조(대습상속), 제1008조(특별수익자의 상속분), 제1010조(대습상속분), 제1115조(유류분의 보전)이며, 제761조는 이 개정의 대상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즉 현재 시행 중인 제761조의 문언을 만든 개정이 구체적으로 언제인지는 확인되지 않으며, 제정 당시 문언이 그대로 이어져 온 것일 수도 있고 연혁 표기가 생략된 것일 수도 있습니다. 법률 제21454호의 공포번호를 제761조의 개정 근거로 쓰는 것은 정확하지 않습니다.

같은 법률의 부칙도 참고할 만합니다. 부칙 제1조는 시행일을 “공포한 날부터 시행”한다고 정하고, 제2조와 제3조는 상속 관련 적용례를, 제4조는 상속권 상실 선고에 관한 특례를 정합니다. 이 부칙 어디에도 제761조에 관한 적용례나 경과조치는 없습니다. 2026년 10월 10일 현재 제761조는 항이 2개, 호·목은 없는 현행 조문이고, 시행 전 별도의 문언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또한 제761조 자체에는 법정형이나 과태료 규정이 없고, 함께 개정된 다른 조문(제1001조·제1008조·제1010조·제1115조)에도 벌칙이나 과태료 조문은 없습니다. 이 조문에 관한 구체적인 판례도 확인되지 않으므로, 특정 사건번호나 판단 사례를 단정적으로 제시하지 않습니다.

정리

“피할 수 있었는데 맞서 때렸어도 배상 책임이 없나요?”라는 질문에 민법 제761조만으로 답할 수 있는 범위는 이렇습니다.

  • 제1항 본문은 “타인의 불법행위에 대하여”, “자기 또는 제삼자의 이익을 방위하기 위하여”, “부득이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세 요건이 모두 갖춰질 때에만 “배상할 책임이 없다”고 정합니다. ‘피할 수 있었는지’라는 질문은 이 중 “부득이”라는 문언과 관련되지만, 조문은 그 해석 기준을 별도로 명시하지 않습니다.
  • 같은 항 단서는 그 경우에도 “피해자는 불법행위에 대하여 손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이는 본문의 면책과는 별개의, 피해자 측의 청구 가능성을 열어 둔 규정이며 배상이 확정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 제2항의 긴급피난은 “타인의 불법행위”를 전제로 하지 않는, 제1항과는 요건이 다른 별도 상황입니다.

구체적인 사안에서 ‘부득이’했는지, 방위 목적이 있었는지, 손해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는 개별 사정에 따라 달리 판단될 문제이며, 이 글은 그 판단 기준 자체를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조문 문언의 구조를 설명하는 데 그칩니다.


참고 법령

  • 민법 제761조(정당방위, 긴급피난) 제1항, 제2항
  • 민법 부칙 <법률 제21454호, 2026. 3. 17.> 제1조~제4조

관련 법령: 민법 제761조

같은 법이 적용된 이슈

확인한 1차 출처

최종 확인일: 2026-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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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콘텐츠는 법률브리프 에디터가 작성 및 검수하였으며, 일부는 AI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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