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으로 전학 간 가해학생, 상급학교 진학 때 피해학생과 다시 만날까
학교폭력 사건으로 가해학생이 전학 조치를 받았을 때, 피해학생과 보호자가 가장 궁금해하는 것은 두 가지다. 하나는 “가해학생이 원래 다니던 학교로 다시 돌아올 수 있는가”, 다른 하나는 “중학교나 고등학교로 올라갈 때 또 같은 학교에서 마주치게 되는가”이다. 이 두 질문은 서로 다른 법 조문이 답을 정하고 있다.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이하 학교폭력예방법)과 그 시행령을 기준으로 정리한다.
재전학 금지: 원래 학교로는 못 돌아온다
먼저 첫 번째 질문의 답은 명확하다. 학교폭력예방법 제17조제14항은 다음과 같이 정한다.
“가해학생이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간 이후에는 전학 전의 피해학생 소속 학교로 다시 전학올 수 없도록 하여야 한다.”
전학 조치(같은 조 제1항제8호)를 받은 가해학생이 일정 기간 뒤에 원래 학교, 즉 피해학생이 계속 다니고 있는 그 학교로 재전학해 오는 것을 법이 아예 막아 놓은 것이다. 이 조항은 “하여야 한다”는 의무 규정이므로 재량의 여지가 없다.
상급학교 진학: 시행령이 정한 분리 배정 원칙
문제는 재전학이 아니라 ‘진학’이다. 가해학생과 피해학생이 각자 중학교나 고등학교로 올라갈 때는 어떻게 될까. 이 부분은 법률이 아니라 학교폭력예방법 시행령 제20조가 규율한다.
시행령 제20조는 가해학생에 대한 전학 조치가 실제로 어떻게 집행되는지를 4개 항에 걸쳐 정하고 있다.
- 제1항: 심의위원회가 전학 조치를 요청하면, 학교의 장은 교육감 또는 교육장에게 가해학생이 전학할 학교의 배정을 지체 없이 요청해야 한다.
- 제2항: 교육감 또는 교육장은 가해학생이 전학할 학교를 배정할 때 “피해학생의 보호에 충분한 거리 등”을 고려해야 하며, 관할구역 밖 학교를 배정하려면 해당 교육감·교육장에게 통보해야 한다.
- 제3항: 통보받은 교육감 또는 교육장은 그 가해학생이 전학할 학교를 배정해야 한다.
그리고 이 글의 핵심인 제4항은 이렇게 규정한다.
“교육감 또는 교육장은 제2항과 제3항에 따라 전학 조치된 가해학생과 피해학생이 상급학교에 진학할 때에는 각각 다른 학교를 배정하여야 한다. 이 경우 피해학생이 입학할 학교를 우선적으로 배정한다.”
즉, 전학 조치(제8호)를 받은 가해학생과 피해학생이 나중에 같은 급의 상급학교(예: 둘 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경우)에 진학하게 되면, 교육감 또는 교육장은 두 사람에게 서로 다른 학교를 배정해야 한다. 이것은 재량이 아니라 의무 조항이다.
“우선 배정”은 예외 단서가 아니라 후속 문장
여기서 주의할 점이 있다. 제4항의 둘째 문장, 즉 “피해학생이 입학할 학교를 우선적으로 배정한다”는 부분을 “다만” 단서로 오해하는 경우가 있는데, 조문 구조상 이는 예외 단서가 아니라 앞 문장에 이어지는 후속 문장이다. 시행령 제20조 전체에는 ‘다만’으로 시작하는 단서 자체가 없다.
이 후속 문장이 뜻하는 바는, 두 학생의 진학 학교를 배정하는 절차에서 피해학생이 입학할 학교를 먼저 확정한 뒤 가해학생을 그와 다른 학교로 배정한다는 순서상의 원칙이다. 이를 “피해학생이 원하는 학교에 반드시 갈 수 있다는 보장”으로 확대해서 이해해서는 안 된다. 조문은 배정 순서의 우선성을 정한 것이지, 피해학생의 진학 희망 학교를 법적으로 보장하는 규정이 아니다.
적용 범위: 전학 조치(제8호)에 한정된다
또 하나 유의할 점은 이 분리 배정 원칙이 적용되는 대상이다. 시행령 제20조제4항은 “제2항과 제3항에 따라 전학 조치된 가해학생”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즉 학교폭력예방법 제17조제1항제8호(전학) 조치를 받은 경우에 한정된다.
같은 조 제1항제7호인 ‘학급교체’ 조치를 받은 경우까지 이 상급학교 분리 배정 원칙이 자동으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학급교체는 같은 학교 안에서 반을 바꾸는 조치이고, 시행령 제20조가 다루는 전학 절차와는 별개다. 조문상 분리 배정 의무는 어디까지나 ‘전학’이라는 특정 조치를 전제로 한 규정이다.
거리 기준과 진학 기준을 혼동하지 말 것
시행령 제20조제2항의 “피해학생의 보호에 충분한 거리 등을 고려하여야” 한다는 기준은 가해학생이 전학할 때 최초로 학교를 배정하는 단계의 기준이다. 반면 제4항의 상급학교 진학 시 배정 기준은 “각각 다른 학교”라는 문언뿐이며, 구체적인 거리 수치나 기준은 조문에 나와 있지 않다. 두 기준을 섞어서 “상급학교 진학 때도 일정 거리를 두고 배정한다”는 식으로 이해하면 조문에 없는 내용을 덧붙이는 것이 된다.
정리: 두 조문을 구분해서 이해해야 한다
| 상황 | 근거 조문 | 내용 |
|---|---|---|
| 가해학생이 전학 간 뒤 원래(피해학생) 학교로 재전학 | 학교폭력예방법 제17조제14항 | 다시 전학을 못 오도록 해야 함 (의무) |
| 전학 조치된 가해학생과 피해학생의 상급학교 진학 | 시행령 제20조제4항 | 각각 다른 학교로 배정해야 함, 피해학생 입학 학교를 우선 배정 (의무) |
두 조문 모두 “하여야 한다”는 의무 규정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규율하는 상황이 다르다는 점을 구분해야 한다. 재전학 금지는 ‘같은 학교로 되돌아오는 것’을 막는 규정이고, 상급학교 분리 배정은 ‘진학이라는 새로운 국면에서 다시 마주치는 것’을 막는 규정이다.
다만 시행령 문언이 “상급학교에 진학할 때”라고만 되어 있어, 이 원칙이 몇 차례의 진학까지 적용되는지, 혹은 적용 기간에 제한이 있는지는 조문상 특정되어 있지 않다. ‘무조건’, ‘영구히’ 적용된다고 단정할 근거도 없고, 반대로 한 번의 진학에만 적용된다고 단정할 근거도 조문에는 없다. 이 부분은 문언 그대로 이해하는 것이 정확하다.
참고로 확인해 둘 사항
학교폭력예방법 제17조제1항은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로 서면사과부터 퇴학처분까지 9개 호를 두고 있고, 각 조치별 구체적인 적용 기준은 대통령령에 위임되어 있다. 다만 이 위임에 따른 세부 기준 자체는 이번 자료의 범위 밖이며, 이 글에서는 전학 조치와 관련된 시행령 제20조 규정만을 다루었다.
또한 이 주제와 직접 관련된 공개된 판례는 확인되지 않았으므로, 실제 사건에서 조문이 어떻게 해석·적용되었는지는 별도로 확인이 필요하다.
참고 법령
-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제17조(가해학생에 대한 조치) 제1항, 제14항
-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20조(가해학생에 대한 전학 조치) 제1항~제4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