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적발, 차량을 무조건 몰수당할까: 형법 제48조로 보는 원칙
음주운전으로 적발되면 “타던 차를 뺏긴다”는 말을 흔히 듣는다. 결론부터 말하면, 몰수는 법원의 재량이고, 몰수 대상이 되려면 소유자 요건을 따로 충족해야 한다. “무조건 몰수당한다”는 말은 조문과 다르다.
1. 몰수는 ‘한다’가 아니라 ‘할 수 있다’
형법 제48조제1항은 몰수 대상이 되는 물건을 세 가지로 나눈다.
① 범인 외의 자의 소유에 속하지 아니하거나 범죄 후 범인 외의 자가 사정을 알면서 취득한 다음 각 호의 물건은 전부 또는 일부를 몰수할 수 있다.
- 범죄행위에 제공하였거나 제공하려고 한 물건
- 범죄행위로 인하여 생겼거나 취득한 물건
- 제1호 또는 제2호의 대가로 취득한 물건
음주운전에 쓰인 차량은 “범죄행위에 제공하였거나 제공하려고 한 물건”(제1호)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 하지만 조문이 쓴 말은 “몰수할 수 있다”이지 “몰수한다”가 아니다. 즉 요건을 갖춘 물건이라도 법원이 사안의 경위, 범죄와의 관련성 정도 등을 살펴 몰수할지 말지를 정하는 재량 규정이다. 적발되었다는 사실만으로 “무조건”, “자동으로”, “즉시” 몰수된다고 단정할 근거는 조문에 없다.
2. 대상 물건 요건과 소유자 요건은 별개다
여기서 자주 헷갈리는 지점이 있다. 제1항은 “다음 각 호의 물건”(대상 물건 요건)과 “범인 외의 자의 소유에 속하지 아니하거나 범죄 후 범인 외의 자가 사정을 알면서 취득한”(소유자 요건)이라는 두 가지 요건을 모두 요구한다.
- 대상 물건 요건: 범죄행위에 제공했거나 제공하려 한 물건 등 각 호에 해당해야 한다.
- 소유자 요건: 그 물건이 (1) 범인 본인의 소유이거나, (2) 범인 외의 자(제3자) 소유라도 범죄 후 그 제3자가 사정을 알면서 취득한 것이어야 한다.
다시 말해, 음주운전에 쓰인 차량이 각 호의 물건에 해당하더라도, 그 차량이 범인 외의 자(제3자) 소유이고 그 제3자가 사정을 모른 채 취득·보유한 것이라면 소유자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몰수 대상에서 제외된다. “타인 명의 차량도 똑같이 몰수된다”는 식의 단정은 조문상 두 요건을 뭉뚱그린 오해다. 반대로 범인 본인 소유 차량이라면 소유자 요건은 충족하되, 몰수 여부는 여전히 법원의 재량 판단에 달려 있다.
3. 몰수할 수 없을 때는 ‘추징’ — 어미가 다르다
형법 제48조제2항은 이렇게 정한다.
② 제1항 각 호의 물건을 몰수할 수 없을 때에는 그 가액(價額)을 추징한다.
제1항이 “할 수 있다”(재량)인 것과 달리, 제2항의 추징은 “추징한다”(서술형)로 표현되어 있다. 몰수 요건을 충족한 물건을 실제로 몰수할 수 없는 사정이 있을 때, 그 물건의 가액을 추징하는 쪼로 이어지는 조문이라는 점에서 제1항과 어미가 다르게 구성되어 있음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4. 몰수는 ‘부가형’ — 단, 몰수만 선고할 수도 있다
형법 제49조는 몰수의 성격을 규정한다.
몰수는 타형에 부가하여 과한다. 단, 행위자에게 유죄의 재판을 아니할 때에도 몰수의 요건이 있는 때에는 몰수만을 선고할 수 있다.
원칙은 몰수를 다른 형(징역·벌금 등)에 부가해서 선고하는 것이다. 다만 예외적으로 유죄판결을 하지 않는 경우에도 몰수 요건만 갖추어졌다면 몰수만을 따로 선고하는 것이 가능하도록 되어 있다. 이 역시 “선고할 수 있다”는 재량 표현이다.
5. 도로교통법 벌칙 조문에는 몰수·추징 근거가 없다
음주운전 처벌의 중심 조문인 도로교통법 제148조의2(벌칙)는 혈중알코올농도 구간별 처벌을 상세히 규정한다.
- 혈중알코올농도 0.03퍼센트 이상 0.08퍼센트 미만: 1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의 벌금
- 혈중알코올농도 0.08퍼센트 이상 0.2퍼센트 미만: 1년 이상 2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상 1천만원 이하의 벌금
- 혈중알코올농도 0.2퍼센트 이상: 2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원 이상 2천만원 이하의 벌금
이 외에도 재범(10년 내 재위반)에 대해서는 가중된 법정형이, 음주측정 거부에 대해서는 1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상 2천만원 이하의 벌금이 규정되어 있다. 그런데 이 조문 전체를 살펴봐도 몰수나 추징을 규정한 문구는 없다. 즉 음주운전 차량 몰수의 법적 근거는 도로교통법이 아니라 형법 제48조·제49조의 일반 몰수 규정에서 찾아야 하고, 그 적용 여부와 범위는 앞서 본 재량·요건 구조를 따른다.
참고로 도로교통법에는 2026년 6월 2일 신설된 제7항(음주운전 조장 행위 처벌)이 있는데, 이를 만든 법률은 공포 후 1년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하도록 정하고 있어, 이 글 작성 시점을 기준으로 이 조항이 실제로 시행되고 있는지는 별도로 확인이 필요하다. 아울러 같은 개정 법률이 함께 손본 제89조의2(경찰공무원 등의 요청에 의한 수시 적성검사)는 이 글 작성 시점에 아직 시행 전인 조문으로, 현재 적용되는 내용으로 다루어서는 안 된다.
6. 정리
- 음주운전에 차량이 쓰였다는 사정만으로 무조건·자동으로 몰수된다는 규정은 없다. 형법 제48조제1항은 “몰수할 수 있다”는 재량 규정이다.
- 몰수 대상이 되려면 (1) 범죄행위에 제공했거나 제공하려 한 물건 등 각 호 요건과 (2) 범인 본인 소유이거나 제3자가 사정을 알면서 취득한 것이라는 소유자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 몰수할 수 없을 때는 그 가액을 추징하며(제2항), 몰수는 원칙적으로 다른 형에 부가되지만 예외적으로 몰수만 선고될 수도 있다(제49조).
- 도로교통법 제148조의2는 혈중알코올농도별 처벌 법정형을 규정할 뿐, 몰수·추징의 근거 조문은 아니다.
- 구체적 사안에서 몰수 여부와 범위는 수사·재판 과정에서 개별적으로 판단되는 사항이며, 이 글에서 다룬 일반 원칙만으로 결론을 단정할 수 없다.
참고 법령
- 형법 제48조(몰수의 대상과 추징)
- 형법 제49조(몰수의 부가성)
- 도로교통법 제148조의2(벌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