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친 사람을 옮겨 두고 달아나면, 그냥 도망친 것보다 무거운가요
교통사고를 낸 뒤 그 자리에서 바로 달아난 경우와, 다친 사람을 다른 곳으로 옮겨 놓고 달아난 경우는 법정형이 다르다.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가법’) 제5조의3은 이 둘을 각각 제1항과 제2항으로 나누어 규정하고 있고, 두 항의 형량 차이는 뒤에서 보듯 상당히 크다.
결론부터: 두 항의 요건과 형량
특가법 제5조의3제1항은 자동차등의 교통으로 「형법」 제268조의 죄(과실치사상)를 범한 사고운전자가,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4조제1항에 따른 조치를 하지 아니하고 도주한 경우를 규정한다.
-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고 도주하거나, 도주 후에 피해자가 사망한 경우: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
- 피해자를 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천만원 이하의 벌금
같은 조 제2항은 사고운전자가 피해자를 사고 장소로부터 옮겨 유기하고 도주한 경우를 규정한다.
-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고 도주하거나, 도주 후에 피해자가 사망한 경우: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
- 피해자를 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 3년 이상의 유기징역
상해 사고를 기준으로 보면 제1항은 벌금형까지 선택할 수 있는 여지가 있지만, 제2항에는 벌금형이 없다. 법정형의 하한도 1년 이상에서 3년 이상으로 올라간다. 사망 사고에서도 제2항에는 사형이 추가되어 있다. 조문 구조만 보아도 제2항이 제1항보다 무겁게 설계되어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갈림점은 ‘옮겨’와 ‘유기’가 더해지는지 여부
두 항을 가르는 것은 단순히 “도주했는가”가 아니라, 도주에 이르기까지 피해자를 사고 장소로부터 옮겨 유기했는지 여부다. 제1항은 조치를 하지 않고 “도주한 경우”만을 요건으로 하는 반면, 제2항은 여기에 ‘옮겨’와 ‘유기’라는 두 요소가 더해진다.
조문은 ‘도주’, ‘옮겨’, ‘유기’라는 단어의 뜻을 따로 정의하지 않는다. 이 글은 법제처가 제공하는 조문 원문과 그 문언만을 근거로 작성한 것이며, 개별 사안에서 어떤 행위가 ‘옮겨 유기’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구체적 판단(예컨대 몇 미터를 이동시켰는지, 어떤 장소에 두었는지 등)은 이 글이 다루는 범위 밖이다. 제시된 판례도 없으므로 사건별 결론을 단정하지 않는다.
사망 사고에서 ‘도주 후 사망’도 같은 취급
주의할 점은, 제1항제1호와 제2항제1호 모두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고 도주하거나, 도주 후에 피해자가 사망한 경우”를 같은 호에 넣고 있다는 것이다. 즉 사고운전자가 도주할 당시에는 피해자가 살아 있었더라도, 이후 사망했다면 사망 사고와 같은 법정형 구간으로 처벌된다. 이는 제1항과 제2항 모두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문구다.
어떤 ‘조치’를 안 했을 때 도주가 되는가 — 도로교통법 제54조제1항
특가법 제5조의3이 인용하는 것은 도로교통법 제54조제1항이다. 이 항은 교통사고를 낸 운전자등에게 다음 의무를 부과한다.
- 사상자를 구호하는 등 필요한 조치
- 피해자에게 인적 사항(성명·전화번호·주소 등) 제공
운전자등은 “즉시 정차하여” 위 조치를 하여야 한다. 이 의무를 하지 않고 자리를 벗어나는 것이 특가법 제5조의3의 ‘도주’로 이어지는 출발점이다.
도로교통법 제54조에는 제2항도 있는데, 이는 경찰공무원이 현장에 있으면 그 경찰공무원에게, 없으면 가장 가까운 국가경찰관서에 사고 사실을 신고할 의무를 정한 것으로, 제1항의 구호·인적 사항 제공 의무와는 별개다. 제2항 단서는 “차 또는 노면전차만 손괴된 것이 분명하고 도로에서의 위험방지와 원활한 소통을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한 경우”에는 신고 의무를 면제하는데, 이 단서는 제2항 신고 의무에 관한 것이고 제1항의 구호·인적 사항 제공 의무와는 구분해서 읽어야 한다.
이 조치를 하지 않은 사람에 대해서는 도로교통법 제148조가 별도의 벌칙을 두고 있다.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이며, 다만 주·정차된 차만 손괴한 것이 분명한 경우에 인적 사항을 제공하지 않은 사람은 이 벌칙에서 제외된다. 이 제148조 벌칙은 특가법 제5조의3과는 별개의 조문이라는 점도 함께 알아둘 필요가 있다.
“무면허·음주라서 가중된다”가 아니다
한 가지 흔한 오해를 짚어야 한다. 특가법 제5조의3의 문언에는 무면허운전이나 음주운전이 요건으로 들어 있지 않다. 이 조문이 적용되는 요건은 오직 다음과 같다.
- 자동차등의 교통으로 「형법」 제268조의 죄(과실치사상)를 범한 사고운전자일 것
-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4조제1항의 조치를 하지 않고 도주했을 것(제1항), 또는 여기에 더해 피해자를 사고 장소로부터 옮겨 유기하고 도주했을 것(제2항)
무면허·음주 여부와 무관하게, 사고를 낸 뒤 구호 조치 없이 도주했다면 제1항이, 옮겨 유기하고 도주했다면 제2항이 적용되는 구조다. 실제 사건에서 무면허·음주 운전과 도주가 함께 발견되는 경우가 있더라도, 그것은 도로교통법상 무면허운전·음주운전 처벌 조항과 특가법 제5조의3의 도주 관련 처벌이 각각 별도로 적용되는 것이며, “무면허·음주이기 때문에” 특가법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정의 규정의 범위 차이
특가법과 도로교통법은 용어의 정의 범위도 다르다.
- 특가법상 “사고운전자”는 해당 자동차등의 운전자 본인을 가리킨다.
- 도로교통법 제54조상 “운전자등”은 운전자뿐 아니라 그 밖의 승무원까지 포함한다.
- 도로교통법상 “교통사고”는 사람의 사상뿐 아니라 물건의 손괴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다.
두 법의 정의를 혼용하면 적용 범위를 잘못 이해하게 되므로 구분해서 봐야 한다.
정리
| 구분 | 요건 | 사망 시 | 상해 시 |
|---|---|---|---|
| 제5조의3 제1항 | 구호 조치 없이 도주 | 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 | 1년 이상 유기징역 또는 500만원~3천만원 벌금 |
| 제5조의3 제2항 | 사고 장소로부터 옮겨 유기하고 도주 |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 | 3년 이상 유기징역 |
다친 사람을 옮겨 유기하고 달아난 경우가 그 자리에서 바로 달아난 경우보다 법정형이 무겁게 설계되어 있다는 점은 조문상 명확하다. 다만 어떤 구체적 행위가 ‘옮겨 유기’에 해당하는지는 사안마다 다르게 판단될 수 있는 부분이며, 이 글은 그 판단 기준까지 제시하는 것은 아니다.
참고 법령
-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3제1항, 제2항 (제1호, 제2호)
- 도로교통법 제54조제1항, 제2항
- 도로교통법 제148조
- 형법 제268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