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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생성물에 저작권이 있을까, AI 학습은 침해일까 — 미국 법원의 판단 기준
요약 및 결론: 정윤환 삼성전자 변호사는 AI 저작권 분쟁을 두 쟁점으로 나눠 본다. AI가 만든 결과물 자체는 한국과 미국 모두 저작권을 인정하지 않고, 사람이 고르고 배열한 부분만 보호한다. AI 학습이 저작권 침해인지는 공정이용에 해당하는지에 달렸는데, 미국 법원은 원저작자의 이익을 해치는지, 상업적 목적인지, 원저작물에 새로운 가치를 더하는 변형적 이용인지를 따진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뉴욕타임스가 오픈AI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공정이용이 인정되기는 어렵다는 것이 정 변호사의 전망이다.
챗GPT가 등장한 뒤 미국에서만 60건이 넘는 AI 저작권 소송이 제기됐다. 캐나다·영국·네덜란드·프랑스·독일·중국·인도,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크게 두 가지다. AI가 만든 결과물에 저작권이 생기는가, 그리고 AI가 학습하는 과정에서 남의 저작물을 쓴 것이 침해인가. 아래에서는 미국의 주요 판례를 중심으로 법원이 두 쟁점을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는지 정리한다.
AI가 만든 그림이나 글에도 저작권이 있나요?
AI가 만든 결과물 자체에는 저작권이 없다. 우리 저작권법은 저작물을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제2조 제1호)로 정의해, 저작자가 사람이라는 점을 법조문에 적어 두었다.
미국 저작권법에는 이런 명시적 정의가 없다. 그러나 미국 저작권청과 법원은 저작자를 사람으로 한정해 왔다. 저작권청은 AI가 만든 그림의 저작자를 ‘The Creativity Machine’이라는 AI로 적은 등록 신청을 거절했고, 신청인이 불복해 낸 소송도 법원에서 기각됐다. 현행 법체계에서 AI는 저작자가 될 수 없다.
AI로 만든 작품은 전혀 보호받지 못하나요?
그렇지 않다. 사람의 창작성이 확인되는 부분은 보호된다. 한국과 미국이 같은 방향이다.
미국 저작권청은 2023년 2월 만화 ‘여명의 자리야(Zarya of the Dawn)’ 사건에서 이 선을 그었다. 작가는 줄거리와 글을 직접 쓰고, 그림은 이미지 생성 AI인 미드저니로 만들었다. 저작권청은 미드저니가 생성한 그림 자체는 보호 대상이 아니라고 봤다. 그러나 작가가 쓴 글, 그리고 그림을 고르고 배치해 작품을 구성한 부분은 저작권으로 보호된다고 결정했다.
우리나라에서도 2023년 12월 같은 판단이 나왔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AI로 만든 영화 ‘AI 수로부인’의 영화 자체에 대한 저작권은 인정하지 않았다. 다만 사람이 AI 산출물을 선택하고 배열하고 구성한 데 창작성이 있다고 보고 ‘편집저작물’로 등록했다.
AI 생성물에도 저작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은 없나요?
있다. 찬성하는 쪽은 AI를 카메라에 빗댄다. 카메라는 사물을 그대로 찍는 기계지만, 촬영자의 노력과 창의성이 들어간 사진은 저작물로 보호된다. AI 결과물도 사람의 의도와 창의성이 들어갔다면 보호해야 창작과 AI 산업이 함께 자란다는 논리다.
실제로 2023년 말 중국 법원은 이미지 생성 AI인 스테이블 디퓨전으로 만든 인물 이미지의 저작권을 인정했다. 원고가 여러 프롬프트를 입력하고 세부 설정값을 조정하는 지적 노력을 들였다는 이유였다. AI 산출물 자체의 저작권을 인정한 첫 판결로 알려져 있다.
반대하는 쪽은 AI 결과물을 보호하면 AI 학습에 쓰인 원저작물 창작자의 권리가 오히려 침해된다고 본다. 어디까지가 AI의 몫이고 어디부터가 사람의 창작인지 가려내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과 미국을 포함한 대다수 나라는 아직 AI 산출물 자체를 보호하지 않는다. 나라마다 기준이 갈리면 혼란은 더 커질 수 있다.
AI 학습에 남의 저작물을 쓰면 저작권 침해인가요?
공정이용(fair use)에 해당하는지에 달렸다. 지금 진행 중인 AI 저작권 소송 대부분이 이 쟁점을 다툰다. 저작물은 원칙적으로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아야 쓸 수 있는데, 공익 등을 이유로 허락 없이 쓰는 것을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것이 공정이용이다.
학습 단계를 다룬 초기 판결로 주목받은 것이 코파일럿 소송이다. 코파일럿은 깃허브가 2021년 내놓은 코드 자동완성 AI다. 오픈소스 개발자들이 깃허브에 공개한 자신들의 소스코드를 코파일럿이 허락 없이 학습했다며 소송을 냈지만, 미국 법원은 청구 대부분을 기각했다. 이를 ‘AI는 무단 학습해도 된다’는 뜻으로 읽으면 안 된다. 법원은 원고들이 자기 코드가 AI 결과물에 똑같이 재현됐다는 점을 보여 주지 못했다는 이유를 들었다. 거꾸로 말하면, AI가 원저작물과 닮은 결과물을 내놓는다면 침해가 성립할 수 있다.
미국 법원은 공정이용을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나요?
미국 법원이 공정이용을 따질 때 본 기준은 세 가지로 정리된다.
- 원저작자의 이익을 해치는가 — 원저작물을 대신할 상품이 돼 그 시장을 빼앗는가
- 상업적 목적으로 이용했는가
- 원저작물에 새로운 가치를 더하는 ‘변형적 이용’인가
네 개의 판결이 이 기준을 보여 준다.
- 구글북스 사건(Authors Guild v. Google, 2015년): 구글은 도서관 장서를 스캔해 검색 서비스를 만들고 책의 일부를 보여 줬다. 작가들이 소송을 냈지만 법원은 공정이용으로 봤다. 이 서비스가 책을 대신하지 않고 오히려 새 독자를 끌어와 책 판매를 늘릴 수 있다는 점이 결정적이었다.
- 앤디 워홀 재단 사건(2023년): 워홀은 가수 프린스의 사진을 바탕으로 초상화를 만들었고 이 작품이 잡지에 실렸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원본 사진과 쓰임새가 비슷하고 상업적 성격도 있어 공정이용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변형적 이용이 되려면 목적과 성격이 원본과 충분히 달라야 한다는 것이다.
- 앤트로픽 사건(2025년): AI 기업 앤트로픽이 대량의 책을 스캔해 자사 AI 모델 클로드의 학습에 썼다는 이유로 작가들에게 소송을 당했다. 법원은 학습이 단순 복제가 아니라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기 위한 훈련이라며 변형적 이용, 즉 공정이용으로 봤다. 다만 합법적으로 산 책이 아니라 불법으로 내려받은 책을 학습한 부분은 공정이용이 될 수 없다며 침해로 판단했다.
- 웨스트로 사건(Thomson Reuters v. Ross Intelligence, 2025년): 로스 인텔리전스는 법률가들이 많이 쓰는 유료 법률 정보 서비스 웨스트로의 데이터로 AI를 학습시켰다. 이 AI는 새 결과물을 만드는 생성형이 아니라, 웨스트로처럼 법률 문서를 찾아 보여 주는 서비스였다. 법원은 웨스트로의 기능을 그대로 흉내 낸 경쟁 상품이라 변형적 이용이 아니라며 공정이용을 인정하지 않았다.
정리하면 최근 미국 판결은 생성형 AI의 학습은 공정이용 쪽으로, 원래 서비스를 대신하는 비생성형 AI의 학습은 침해 쪽으로 판단했다.
뉴욕타임스와 오픈AI 소송은 어떻게 될까요?
지금까지 법원이 써 온 기준을 적용하면 오픈AI가 공정이용을 인정받기는 어려워 보인다. 우세한 전망도 같은 방향이다. 물론 결론은 판결이 나와야 안다.
뉴욕타임스는 챗GPT에 특정 질문을 하면 자사 기사와 거의 같은 답이 나온다며 수십 건의 사례를 증거로 냈다. 그중에는 18개월 동안 인터뷰 600건과 정보공개청구 100건을 거쳐 쓴, 유료 구독자만 볼 수 있는 기사도 있다. 위 기준에 차례로 대 보면 이렇다.
- 학습 여부: 제출된 증거로 볼 때 챗GPT가 뉴욕타임스 기사를 학습했다는 점은 부정하기 어렵다.
- 상업적 목적: 챗GPT는 수익을 내는 서비스다.
- 원저작자의 이익: 챗GPT로 기사를 그대로 읽을 수 있다면 독자가 뉴욕타임스를 찾거나 구독할 이유가 줄어든다.
- 변형적 이용: 결과물이 원래 기사와 거의 같아 새로운 가치를 더했다고 보기 어렵다.
필자는 2024년 글에서 게티이미지가 스태빌리티 AI를 상대로 낸 소송도 같은 기준이면 결론이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봤다. 게티이미지는 스태빌리티 AI의 이미지 생성 모델 스테이블 디퓨전이 자사 이미지를 허락 없이 학습했다며 소송을 냈다. 증거로 낸 생성 이미지는 게티이미지 원본과 매우 닮았고, 변형된 게티이미지 워터마크까지 드러나 있었다. 원본과 결과물이 닮았고 쓰임새도 다르다고 보기 어려워 공정이용을 인정받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다만 공정이용을 인정받기 어렵다고 해서 원고 주장이 모두 받아들여진다는 뜻은 아니다. AI는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기술 영역이고 산업과 경제에 미치는 파급력도 커서, 법원이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 갈 가능성도 크기 때문이다.
언론사와 AI 기업이 소송 대신 계약을 맺는 흐름도 뚜렷하다. 구글은 월스트리트저널과, 아마존은 뉴욕타임스와 계약을 맺었다. 오픈AI는 뉴욕타임스와 소송을 이어 가면서도 파이낸셜타임스와는 파트너십을 맺었다. 돈을 내고 기사를 학습에 쓰는 계약이 늘어나는 것 자체가, 그동안 대가 없이 기사를 써 온 방식에 문제가 있었다는 방증 아닐까.
우리나라에서도 지상파 3사가 네이버의 AI 모델 하이퍼클로바X가 자사 기사를 허락 없이 학습했다며 소송을 냈다. 결과가 나오면 위의 기준으로 견주어 볼 만하다.
AI를 쓰는 기업은 무엇을 조심해야 하나요?
AI를 쓰는 기업은 늘 소송 위험을 안고 있다고 봐야 한다. 변호사로서 15년째 오픈소스 분야에서 일해 온 필자는 AI의 위험이 오픈소스와 차원이 다르다고 본다.
오픈소스는 공유와 협력을 바탕으로 한 생태계다. 기업이 이익을 위해 쓰더라도 생태계를 떠받치는 전 세계 개발자들의 시선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소송이 드물고, 라이선스 위반이 드러나도 바로잡고 재발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면 조용히 마무리되는 경우가 많았다.
AI는 다르다. 몇 년 사이 미국에서만 소송이 60건을 넘었고, 오가는 금액이 조 단위인 경우도 흔하다. AI 모델을 만드는 데 막대한 투자가 들고, 경쟁에서 이기면 얻는 이익도 그만큼 크다. 맥킨지는 2023년 보고서에서 생성형 AI가 해마다 2조 6천억 달러에서 최대 4조 4천억 달러의 가치를 만들어 낼 것으로 내다봤다. 기업에게 오픈소스가 수단이었다면 AI는 존폐를 가르는 핵심 자산이다. 그래서 많은 AI 기업이 소송을 당하면서도 개발 속도를 늦추지 않는다.
AI 모델을 오픈소스 라이선스로 공개하는 사례도 늘었다. 딥시크는 모델을 MIT 라이선스로 풀었고, 폐쇄형을 고수하던 오픈AI도 공개형 모델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것이 오픈소스 본래의 공유 정신에서 나온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필요한 만큼만 공개했다가 언제든 폐쇄형으로 돌아설 수 있고, 특허나 저작권을 앞세워 공세로 나올 수도 있다. 평화로운 오픈소스 땅 위에서 AI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제는 AI를 ‘쓸 수 있는가’보다 ‘얼마나 안전하게 쓸 것인가’를 따져야 할 때다.
자주 묻는 질문
프롬프트만 입력해 만든 이미지도 내 저작물인가요?
한국과 미국의 현재 기준으로는 AI가 생성한 이미지 자체는 저작물로 보호되지 않습니다. 사람이 직접 쓴 텍스트나, 여러 결과물을 고르고 배열해 구성한 부분처럼 사람의 창작성이 확인되는 부분만 보호됩니다.
공정이용이란 무엇인가요?
저작물은 원칙적으로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아야 쓸 수 있지만, 공익적 이유 등으로 허락 없이 쓰는 것을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개념입니다. 미국 법원은 원저작자의 이익을 해치는지, 상업적 목적인지, 새로운 가치를 더하는 변형적 이용인지를 따져 판단합니다.
불법으로 내려받은 책으로 AI를 학습시키면 어떻게 되나요?
2025년 앤트로픽 사건에서 미국 법원은 책을 학습에 쓴 것 자체는 변형적 이용이라 공정이용으로 봤지만, 불법으로 내려받은 책을 학습한 부분은 공정이용이 될 수 없다며 저작권 침해로 판단했습니다.
생성형 AI가 아닌 AI도 같은 기준이 적용되나요?
기준은 같지만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2025년 웨스트로(로스 인텔리전스) 사건에서 법원은 기존 법률 검색 서비스의 기능을 그대로 흉내 낸 비생성형 AI를 경쟁 상품으로 보고, 변형적 이용이 아니어서 공정이용이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참고한 자료
정윤환 삼성전자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