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 참여를 거부당한 채 받은 조사 내용도 증거가 되나요 — 형사소송법 제243조의2가 그은 선
조사를 받으러 가면서 변호인을 데려갔는데 수사관이 “참여시킬 수 없다”고 한 경우, 그 상태에서 진행된 조사 내용이 나중에 재판에서 증거로 쓰이는지를 묻는 경우가 많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질문에 대해 확정적으로 답할 수 있는 판례나 조문상 벌칙·불복 절차는 현재 확인되지 않는다. 다만 변호인의 신문 참여를 언제, 어떤 조건에서 제한할 수 있는지를 정한 조문은 분명히 있고, 그 조문을 정확히 아는 것이 이 문제를 판단하는 출발점이 된다. 이 글은 형사소송법 제243조의2(변호인의 참여 등)와 제34조(접견·교통·진료)의 현재 시행 중인 문언을 그대로 짚어본다.
1. 변호인 신문 참여는 ‘신청’이 있어야 발생하는 권리다
형사소송법 제243조의2제1항은 다음과 같이 정한다.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피의자 또는 그 변호인ㆍ법정대리인ㆍ배우자ㆍ직계친족ㆍ형제자매의 신청에 따라 변호인을 피의자와 접견하게 하거나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피의자에 대한 신문에 참여하게 하여야 한다.”
여기서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 세 가지다.
- 신청이 전제조건이다.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의 의무는 피의자 본인이나 그 변호인·법정대리인·배우자·직계친족·형제자매가 신청했을 때 발생한다. 신청 없이 당연히, 자동으로 참여가 보장되는 구조가 아니다.
- 접견과 신문 참여는 조건이 다르다. 조문을 자세히 보면 “변호인을 피의자와 접견하게 하거나”라는 부분에는 별다른 한정이 붙어 있지 않지만, “피의자에 대한 신문에 참여하게 하여야 한다”는 부분에는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이라는 단서가 붙어 있다. 즉 접견 자체는 제한 없이 보장되는 반면, 신문 과정에 변호인을 참여시키는 것은 “정당한 사유”가 없을 때에 한해 의무로 정해져 있다는 뜻이다. 두 가지를 같은 조건으로 묶어서 이해하면 안 된다.
- ‘하여야 한다’는 의무 규정이다. 신청이 있고 정당한 사유가 없다면,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재량이 아니라 의무로서 변호인을 신문에 참여시켜야 한다.
2. ‘정당한 사유’가 무엇인지는 조문에 정해져 있지 않다
수사기관이 참여를 거부하면서 흔히 대는 이유가 바로 “정당한 사유가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형사소송법 제243조의2제1항은 ‘정당한 사유’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정의하거나 사유를 열거하지 않는다. 조문 문언 자체에는 어떤 목록도, 예시도 없다. 따라서 특정 상황을 두고 “이것은 조문에 정해진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거나 “해당하지 않는다”고 미리 단정할 근거가 이 조문만으로는 없다. 실제로 참여가 제한되었다면 그 제한이 정당했는지는 개별 사안의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판단될 문제이지, 조문에서 답을 바로 찾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3. 신문 중 변호인이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
참여가 허용된 이후에도 변호인의 역할은 무제한이 아니다. 제243조의2제3항은 본문과 단서로 나뉜다.
- 본문: 신문에 참여한 변호인은 신문 후에 의견을 진술할 수 있다.
- 단서: 다만 신문 중이라도 부당한 신문방법에 대해서는 이의를 제기할 수 있고,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의 승인을 받아 의견을 진술할 수 있다.
즉 신문이 끝난 뒤 의견을 말하는 것이 원칙이고, 신문 도중에는 부당한 신문방법에 대한 이의제기와 수사기관의 승인을 받은 의견진술만 예정되어 있다. 신문 중에 아무 때나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구조는 아니라는 점도 조문에서 확인된다.
4. 참여와 관련된 사항은 조서에 남기도록 되어 있다
이 조문에는 기록에 관한 의무 규정도 있다.
- 제4항: 제3항에 따른 변호인의 의견이 기재된 피의자신문조서는 변호인에게 열람하게 한 후, 변호인으로 하여금 그 조서에 기명날인 또는 서명하게 하여야 한다.
- 제5항: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변호인의 신문참여 및 그 제한에 관한 사항을 피의자신문조서에 기재하여야 한다.
제5항이 특히 중요한데, 변호인의 참여를 제한한 경우 그 사실 자체를 조서에 기재하도록 의무를 지운다. 참여가 거부되었다면 그 경위가 조서상 남는다는 뜻이다. 다만 이 기재 의무가 있다는 사실과, 그렇게 작성된 조서 또는 진술이 재판에서 증거로 쓰일 수 있는지 여부는 별개의 문제다. 형사소송법 조문 자체는 참여 제한을 기재하라고만 정할 뿐, 그 제한이 있었던 조사 내용의 증거능력을 어떻게 처리하라는 규정을 별도로 두고 있지 않다.
5. 참여 변호인이 2인 이상이면 1인을 지정한다
제243조의2제2항은 신문에 참여하고자 하는 변호인이 2인 이상인 경우의 처리 방법을 정한다.
- 원칙적으로 피의자가 신문에 참여할 변호인 1인을 지정한다.
- 피의자의 지정이 없는 경우에는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이 지정할 수 있다(재량 규정).
6. 접견권(제34조)과 신문참여권(제243조의2)은 다른 조문이다
변호인이 조사받는 피의자를 만나는 문제는 두 조문이 각각 다르게 다룬다.
형사소송법 제34조는 다음과 같이 정한다.
“변호인이나 변호인이 되려는 자는 신체가 구속된 피고인 또는 피의자와 접견하고 서류나 물건을 수수(授受)할 수 있으며 의사로 하여금 피고인이나 피의자를 진료하게 할 수 있다.”
이 조문은 신체가 구속된 피고인·피의자를 대상으로 접견, 서류·물건의 수수, 의사를 통한 진료에 관해 “할 수 있다”는 형태로 정한 것이지, 신문에 변호인을 참여시키는 문제를 정한 조문이 아니다. 즉 “변호인을 만날 권리”를 다루는 조문과 “조사 자리에 변호인을 참여시킬 의무”를 다루는 조문은 별개로 존재한다.
7. 정리 — 질문에 대한 정확한 답의 한계
지금까지 살펴본 형사소송법 제243조의2와 제34조는 변호인 참여를 신청할 권리, 그 신청에 대한 수사기관의 의무, 정당한 사유에 의한 제한 가능성, 참여 제한 시 조서 기재 의무를 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 글에서 확인한 법 조문 안에는 다음 내용이 들어 있지 않다.
- ‘정당한 사유’가 구체적으로 어떤 경우를 말하는지에 대한 정의나 목록
- 참여를 거부당했을 때 적용되는 벌칙이나 과태료
- 참여가 부당하게 거부된 상태에서 이루어진 진술이나 조서의 증거능력을 어떻게 처리하는지에 대한 규정
- 이 쟁점에 관해 확인된 대법원 판례
따라서 “변호인 참여를 거부당한 채 받은 조사 내용이 증거가 되는지”에 대해 일률적으로 “된다” 또는 “안 된다”라고 단정하는 것은 이 조문만으로는 근거가 없다. 다만 제243조의2제1항이 신청에 따른 참여를 원칙적 의무로 정하고, 제5항이 참여 제한 사실을 조서에 기재하도록 강제하고 있다는 점은, 참여가 제한된 경위가 기록으로 남아 이후 문제 삼을 수 있는 최소한의 근거가 마련되어 있다는 의미로 이해할 수 있다. 그 이상의 결론, 즉 실제 사건에서 그러한 조사 내용이 증거로 채택되는지 여부는 개별 사안의 구체적 사정과 그에 대한 법원의 판단에 달려 있는 문제이며, 이를 미리 단정해서 안내할 수 없다.
8. 2026년 10월 시행 예정인 개정 문언
형사소송법 제243조의2는 법률 제21857호(2026. 8. 4. 일부개정)로 개정되어 2026년 10월 2일부터 새 문언이 시행될 예정이다. 이 개정에서 달라지는 부분은 제1항·제2항·제3항·제5항에 있던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이 “사법경찰관”으로 바뀌는 것이며, 신청에 따라 접견하게 하거나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신문에 참여하게 하는 구조 자체는 그대로 유지된다. 이 글의 기준일인 2026년 9월 28일 현재는 아직 개정 전 문언, 즉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이 주체로 되어 있는 현행 조문이 적용된다.
참고 법령
- 형사소송법 제34조(피고인ㆍ피의자와의 접견, 교통, 진료)
- 형사소송법 제243조의2(변호인의 참여 등) 제1항, 제2항, 제3항, 제4항, 제5항
- 형사소송법 부칙(법률 제21241호, 2025. 12. 30.) 제1조, 제2조
- 형사소송법 부칙(법률 제21857호, 2026. 8. 4.) 제1조 — 2026년 10월 2일 시행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