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쓴 게 아니라고 부인해도 포렌식으로 증거가 될 수 있나요
질문의 배경
문자메시지나 사진, 영상이 저장된 휴대전화, 컴퓨터 등 정보저장매체가 수사나 재판에 증거로 제출되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그런데 작성자로 지목된 사람이 “내가 쓴 게 아니다”, “그런 진술을 한 적 없다”며 성립의 진정을 부인하면 어떻게 될까요. 이때 디지털포렌식 자료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는 형사소송법 제313조에 정해져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작성자가 부인해도 디지털포렌식 자료 등 객관적 방법으로 성립의 진정함이 증명되면 증거로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는 자동으로 증거가 된다는 뜻이 아니고, 법이 정한 요건을 하나씩 갖추어야 하는 문제입니다. 아래에서 조문을 그대로 짚어보겠습니다.
형사소송법 제313조 원문
제313조(진술서등)
①전2조의 규정 이외에 피고인 또는 피고인이 아닌 자가 작성한 진술서나 그 진술을 기재한 서류로서 그 작성자 또는 진술자의 자필이거나 그 서명 또는 날인이 있는 것(피고인 또는 피고인 아닌 자가 작성하였거나 진술한 내용이 포함된 문자ㆍ사진ㆍ영상 등의 정보로서 컴퓨터용디스크, 그 밖에 이와 비슷한 정보저장매체에 저장된 것을 포함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은 공판준비나 공판기일에서의 그 작성자 또는 진술자의 진술에 의하여 그 성립의 진정함이 증명된 때에는 증거로 할 수 있다. 단, 피고인의 진술을 기재한 서류는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의 그 작성자의 진술에 의하여 그 성립의 진정함이 증명되고 그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하에서 행하여 진 때에 한하여 피고인의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의 진술에 불구하고 증거로 할 수 있다. <개정 2016.5.29>
② 제1항 본문에도 불구하고 진술서의 작성자가 공판준비나 공판기일에서 그 성립의 진정을 부인하는 경우에는 과학적 분석결과에 기초한 디지털포렌식 자료, 감정 등 객관적 방법으로 성립의 진정함이 증명되는 때에는 증거로 할 수 있다. 다만, 피고인 아닌 자가 작성한 진술서는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 그 기재 내용에 관하여 작성자를 신문할 수 있었을 것을 요한다. <개정 2016.5.29>
③ 감정의 경과와 결과를 기재한 서류도 제1항 및 제2항과 같다. <신설 2016.5.29>
이 조문은 [시행 2026. 10. 2.] [법률 제21857호, 2026. 8. 4., 일부개정] 형사소송법에 들어 있는 현행 조문입니다. 다만 현행 문언 자체를 만든 개정은 법률 제14179호(공포 2016. 5. 29.)이고, 제1항·제2항은 <개정 2016.5.29>, 제3항은 <신설 2016.5.29>로 표시되어 있습니다. 법률 제21857호가 2026-10-02부터 시행되면서 고친 조문 목록에 제313조는 들어 있지 않습니다. 즉 제313조의 문언은 2016년 개정 이후 바뀌지 않았고, 2026년 일부개정은 이 조문과는 관계가 없습니다. 또한 2027-12-31 시행 예정인 법률 제21241호(2025. 12. 30. 일부개정)가 고치는 조문은 제59조의3과 제215조의2이며, 그 시행예정본에서도 제313조 문언은 동일합니다.
제1항: 원칙 — 작성자·진술자 본인이 인정하는 경우
제1항 본문은 피고인 또는 피고인 아닌 자가 작성한 진술서, 또는 그 진술을 기재한 서류로서 작성자·진술자의 자필이거나 서명 또는 날인이 있는 것을, 공판준비나 공판기일에서 그 작성자 또는 진술자 본인의 진술로 성립의 진정함이 증명된 때에 증거로 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여기서 눈여겨볼 부분은 괄호 문언입니다. “피고인 또는 피고인 아닌 자가 작성하였거나 진술한 내용이 포함된 문자ㆍ사진ㆍ영상 등의 정보로서 컴퓨터용디스크, 그 밖에 이와 비슷한 정보저장매체에 저장된 것”도 이 서류에 포함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 괄호는 “이하 이 조에서 같다”로 끝나므로, 이 정의는 제313조 안에서만 통용되는 것이지 형사소송법 전체에 적용되는 일반 정의는 아닙니다.
제1항 단서는 요건이 더 엄격합니다. 피고인의 진술을 기재한 서류는 ①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 작성자의 진술로 성립의 진정함이 증명되고, 거기에 더해 ② 그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하에서 행하여 진 때”에 한해서만, 피고인 본인이 공판준비나 공판기일에서 다르게 진술하더라도 증거로 할 수 있습니다. 본문의 요건(성립의 진정 증명)과 단서의 요건(성립의 진정 증명 + 특신상태)은 서로 다른 기준이므로 혼동해서는 안 됩니다.
제2항: 작성자가 부인하는 경우 — 디지털포렌식 자료 등
질문의 핵심은 여기입니다. 제2항은 “제1항 본문에도 불구하고”로 시작합니다. 즉 적용 대상은 제1항 본문이 다루는 “진술서”이고, 적용 상황은 “진술서의 작성자가 공판준비나 공판기일에서 그 성립의 진정을 부인하는 경우”입니다.
이 경우 법은 작성자 본인의 인정이 없어도 “과학적 분석결과에 기초한 디지털포렌식 자료, 감정 등 객관적 방법으로 성립의 진정함이 증명되는 때”에는 증거로 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조문을 정확히 읽으면 다음 세 가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 디지털포렌식 자료는 성립의 진정을 증명하는 방법 중 하나로 열거되어 있을 뿐이고, 조문은 “디지털포렌식 자료, 감정 등”이라고 하여 다른 객관적 방법도 함께 인정하고 있습니다. 포렌식이 유일한 증명 수단이라는 취지가 아닙니다.
- 포렌식 자료가 제출되었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증거가 되는 것이 아니라, 그 자료로 “성립의 진정함이 증명되는 때”라는 요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법 문언도 “증거로 할 수 있다”는 재량 표현이지, “증거가 된다”거나 “증거능력이 당연히 인정된다”는 단정적 표현이 아닙니다.
- 제2항 단서는 추가 요건을 둡니다. 피고인 아닌 자가 작성한 진술서라면,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 그 기재 내용에 관하여 작성자를 “신문할 수 있었을 것을 요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이는 실제로 신문이 이루어졌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신문할 수 있는 기회가 보장되어 있었어야 한다는 의미로 읽어야 합니다.
정리하면, 작성자가 “내가 쓴 게 아니다”라고 부인하더라도 디지털포렌식 자료나 감정 등 객관적 방법으로 성립의 진정함이 증명되면 법원은 그 진술서를 증거로 할 수 있습니다. 다만 그 증명이 실제로 이루어져야 하고, 피고인 아닌 자가 작성한 진술서라면 작성자에 대한 신문 기회도 보장되어 있어야 한다는 전제가 함께 붙습니다.
제3항: 감정서에도 같은 틀이 적용
제3항은 “감정의 경과와 결과를 기재한 서류도 제1항 및 제2항과 같다”고 정합니다. 즉 감정서 역시 원칙적으로는 작성자·진술자 본인의 진술로 성립의 진정이 증명되어야 하고, 작성자가 이를 부인하는 경우에는 제2항이 정한 디지털포렌식 자료, 감정 등 객관적 방법으로 성립의 진정함을 증명하는 길이 열려 있습니다. 제313조는 이렇게 3개 항으로 구성되어 있고, 별도의 호나 목은 두지 않고 있습니다.
2026년 개정과의 관계를 한 번 더 확인
위에서 인용한 제313조는 2026-10-02 시행 형사소송법(법률 제21857호, 2026. 8. 4. 일부개정)에 실려 있는 현행 조문입니다. 다만 이 개정 법률의 부칙을 보면, 제1조(시행일) 외에 적용례(제2조~제11조)와 경과조치(제12조~제14조)를 두고 있는데, 그중 제313조에 관한 적용례나 경과조치는 없습니다. 예를 들어 부칙 제12조제2항은 “이 법 시행 전에 검사가 종전의 규정에 따라 작성한 조서”에 관한 경과조치로서 제312조의 개정규정과 관련된 내용이고, 제313조와는 별개입니다. 따라서 제313조에 관한 한 2026년 일부개정으로 달라지는 내용은 없고, 2016년 개정으로 만들어진 문언이 그대로 적용된다고 이해하면 됩니다.
요약
- 성립의 진정은 원칙적으로 작성자나 진술자 본인이 공판준비·공판기일에서 인정해야 증명됩니다(제313조제1항 본문).
- 작성자가 성립의 진정을 부인하는 경우에도, 과학적 분석결과에 기초한 디지털포렌식 자료, 감정 등 객관적 방법으로 성립의 진정함이 증명되면 증거로 할 수 있습니다(제313조제2항 본문).
- 다만 피고인 아닌 자가 작성한 진술서라면, 피고인 또는 변호인에게 작성자를 신문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어야 한다는 요건이 함께 요구됩니다(제313조제2항 단서).
- 어느 경우든 법 문언은 “증거로 할 수 있다”는 재량 규정이므로, 요건이 충족되었는지는 개별 사건에서 따져볼 문제입니다.
참고 법령
- 형사소송법 제313조(진술서등) 제1항, 제2항, 제3항
- 형사소송법 부칙(법률 제21857호, 2026. 8. 4.) 제1조, 제12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