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분을 멈추고 싶을 때, 행정심판이 행정소송보다 유리할까

입력 2026.10.04. 오전 10:08

행정청의 처분을 다투면서 “일단 그 처분의 효력부터 멈춰 달라”고 신청하는 절차를 집행정지라 한다. 이 신청은 행정소송(법원)에서도, 행정심판(행정심판위원회)에서도 할 수 있다. 그런데 두 절차는 요건 문구부터 다르게 설계되어 있다. 이 차이를 정확히 알아야 “어느 쪽이 받아들여지기 쉬운가”라는 질문에 근거를 갖고 접근할 수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두 제도 중 어느 쪽이 일반적으로 더 인용률이 높다고 단정할 근거는 법 조문 자체에는 없다. 다만 요건의 문언, 결정 주체, 절차 방식에 뚜렷한 구조적 차이가 있고, 이 차이가 실무에서 자주 비교되는 지점이다. 아래에서 행정소송법 제23조·제24조와 행정심판법 제30조·제31조의 문언을 그대로 짚어본다.

두 제도의 공통된 뼈대

먼저 공통점을 확인해야 차이가 보인다. 행정소송법 제23조제1항은 “취소소송의 제기는 처분등의 효력이나 그 집행 또는 절차의 속행에 영향을 주지 아니한다”고 정한다. 행정심판법 제30조제1항도 “심판청구는 처분의 효력이나 그 집행 또는 절차의 속행(續行)에 영향을 주지 아니한다”고 같은 취지로 규정한다.

즉 두 법 모두 소를 제기하거나 심판을 청구하는 것 자체로는 처분의 효력이 멈추지 않는다는 원칙(집행부정지 원칙)에서 출발한다. 처분을 멈추려면 별도로 집행정지를 신청해서 인용 결정을 받아야 한다.

두 조문 모두 단서에서, 처분의 집행이나 절차의 속행을 정지함으로써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경우에는 처분의 효력정지 자체는 허용하지 않는다고 정한다. 또한 두 조문 모두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을 때에는 허용되지 아니한다”는 제한을 두고 있다(행정소송법 제23조제3항, 행정심판법 제30조제3항). 그리고 결정 문구는 둘 다 “결정할 수 있다”는 재량 형식이다. 요건을 갖췄다고 해서 반드시 집행정지가 되는 구조가 아니다.

핵심 차이: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 vs “중대한 손해”

가장 눈에 띄는 차이는 집행정지를 인정하는 실체적 요건의 문구다.

행정소송법 제23조제2항은 “처분등이나 그 집행 또는 절차의 속행으로 인하여 생길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긴급한 필요가 있다고 인정할 때”라고 정한다.

반면 행정심판법 제30조제2항은 “처분, 처분의 집행 또는 절차의 속행 때문에 중대한 손해가 생기는 것을 예방할 필요성이 긴급하다고 인정할 때”라고 정한다.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와 “중대한 손해”는 조문상 서로 다른 표현이다. 두 표현을 같은 뜻으로 섞어 쓰거나 서로 바꿔 인용해서는 안 된다. 이 문구 차이가 바로 “행정심판이 더 받아들여지기 쉽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근거로 흔히 거론되는 지점이다. 다만 이 글이 근거로 삼는 조문 자체는 문언의 차이만 보여줄 뿐, 실제 인용률의 차이나 그 원인을 법령 조문만으로 확정해 말할 수는 없다. 그런 통계나 판례 분석은 별도로 확인해야 할 사항이다.

결정 주체가 다르다

행정소송에서 집행정지를 결정하는 곳은 “본안이 계속되고 있는 법원”이다(행정소송법 제23조제2항). 행정심판에서는 “위원회”가 결정한다(행정심판법 제30조제2항). 두 절차 모두 당사자의 신청 또는 직권으로 결정할 수 있다는 점은 같다.

절차 방식의 차이

절차적으로도 두 제도는 다르게 설계되어 있다.

행정소송법 제23조제4항은 집행정지 신청을 할 때 “그 이유에 대한 소명”이 있어야 한다고 정한다. 같은 조 제5항은 집행정지의 결정 또는 기각의 결정에 대해 즉시항고를 할 수 있다고 정하면서도, 집행정지 결정에 대한 즉시항고에는 결정의 집행을 정지하는 효력이 없다고 못박는다.

행정심판법 제30조에는 이런 소명·즉시항고 문구가 없다. 대신 제5항은 집행정지 신청을, 심판청구와 동시에 하거나 심판청구에 대한 위원회(또는 소위원회)의 의결이 있기 전까지, 신청의 취지와 원인을 적은 서면으로 제출하도록 정한다. 심판청구서를 피청구인에게 이미 제출한 경우로서 심판청구와 동시에 집행정지를 신청할 때는 심판청구서 사본과 접수증명서를 함께 내야 한다.

행정심판만의 특유한 장치: 위원장의 직권 결정

행정심판법에는 행정소송법에 없는 제도가 하나 더 있다. 제30조제6항은 “위원회의 심리ㆍ결정을 기다릴 경우 중대한 손해가 생길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면 위원장은 직권으로 위원회의 심리ㆍ결정을 갈음하는 결정을 할 수 있다”고 정한다. 다만 이 경우 위원장은 지체 없이 위원회에 그 사실을 보고하고 추인을 받아야 하고, 위원회의 추인을 받지 못하면 위원장은 그 결정을 취소해야 한다.

이는 위원회 전체 회의를 기다리다가는 손해 예방의 긴급성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에서 마련된 신속 처리 장치로 읽힌다. 행정소송법 제23조에는 이런 위원장(재판장) 단독의 잠정 결정 절차가 조문으로 규정되어 있지 않다.

집행정지의 취소, 시점 표현도 다르다

집행정지가 일단 인정된 뒤에도 사정이 바뀌면 취소될 수 있다. 이때도 두 법의 표현이 다르다.

행정소송법 제24조제1항은 “집행정지의 결정이 확정된 후” 집행정지가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거나 그 정지사유가 없어진 때에 취소할 수 있다고 정한다. 행정심판법 제30조제4항은 “집행정지를 결정한 후에” 같은 사유가 생기면 취소할 수 있다고 정한다. 둘 다 재량(“취소할 수 있다”) 규정이라는 점은 같다.

행정심판에만 있는 임시처분

행정심판법에는 집행정지 외에 임시처분이라는 별도 제도가 있다(제31조). 이는 처분 또는 부작위가 위법·부당하다고 상당히 의심되는 경우로서, 그 처분이나 부작위 때문에 당사자가 받을 우려가 있는 “중대한 불이익”이나 당사자에게 생길 “급박한 위험”을 막기 위해 임시지위를 정할 필요가 있을 때 위원회가 직권 또는 당사자의 신청으로 결정할 수 있는 제도다.

임시처분은 집행정지로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경우에는 허용되지 않는다(제31조제3항). 즉 집행정지가 보충하지 못하는 영역, 이를테면 거부처분이나 부작위처럼 집행정지만으로는 효과가 없는 상황을 보완하기 위한 장치로 설계되어 있다. 임시처분에는 제30조제3항부터 제7항까지가 준용되는데, 이때 제6항의 “중대한 손해가 생길 우려”는 “중대한 불이익이나 급박한 위험이 생길 우려”로 바꿔 읽는다(제31조제2항). 행정소송법에는 임시처분에 대응하는 별도 제도가 조문으로 규정되어 있지 않다.

정리 — 문언 차이는 있지만 ‘더 쉽다’는 결론은 조문만으로 내릴 수 없다

행정소송법과 행정심판법의 집행정지 조문을 나란히 놓고 보면, 요건 문구(“회복하기 어려운 손해” vs “중대한 손해”), 결정 주체(법원 vs 위원회), 절차 방식(소명·즉시항고 vs 서면 신청·위원장 직권 결정), 취소 시점 표현까지 여러 지점에서 차이가 확인된다. 특히 행정심판법에는 위원장의 직권 결정, 임시처분처럼 행정소송법에 없는 별도 장치도 마련되어 있다.

다만 이 차이들로부터 “행정심판이 소송보다 받아들여지기 쉽다”는 결론을 바로 끌어낼 수는 없다. 조문은 재량 규정(“결정할 수 있다”)으로 되어 있어 요건을 충족해도 반드시 인용된다는 보장이 없고, 실제 인용 여부는 개별 사안의 손해 소명 정도와 처분의 성격에 따라 달라진다. 어느 절차를 선택할지, 또는 두 절차를 함께 활용할지는 처분의 종류와 다투려는 쟁점, 시급성의 정도를 종합적으로 살펴 판단해야 할 문제다.


참고 법령

  • 행정소송법 제23조(집행정지)
  • 행정소송법 제24조(집행정지의 취소)
  • 행정심판법 제30조(집행정지)
  • 행정심판법 제31조(임시처분)

관련 법령: 행정소송법 제23조 · 행정소송법 제24조 · 행정심판법 제30조 · 행정심판법 제31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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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인한 1차 출처

최종 확인일: 2026-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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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콘텐츠는 법률브리프 에디터가 작성 및 검수하였으며, 일부는 AI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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