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조사 뒤 지문을 또 찍는 이유, 그리고 거부하면 벌어지는 일
조사받고 나서 지문을 또 찍는 이유
피의자 조사(진술)를 마친 뒤에 지문을 별도로 채취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조사 내용과는 별개로, ‘이 사람이 정말 본인이 맞는지’ 신원을 확인하기 위한 절차다. 진술조서에 서명하고 조사를 마쳤다고 해서 신원 확인 절차가 자동으로 끝나는 것은 아니다.
이 글에서는 지문채취와 관련해 실제로 문제가 되는 두 가지를 정리한다. 하나는 “지문 채취를 거부하면 처벌되는가”이고, 다른 하나는 “수사자료표는 누구에게 작성·송부되는가”이다.
지문채취를 거부하면 처벌될까: 경범죄 처벌법 제34호
경범죄 처벌법 제3조제1항제34호는 ‘지문채취 불응’을 경범죄의 하나로 정하고 있다. 조문은 다음과 같다.
(지문채취 불응) 범죄 피의자로 입건된 사람의 신원을 지문조사 외의 다른 방법으로는 확인할 수 없어 중대범죄수사청수사관이나 경찰공무원이 지문을 채취하려고 할 때에 정당한 이유 없이 이를 거부한 사람
법정형은 제1항에 해당하므로 1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다.
이 조문을 읽을 때 반드시 확인해야 할 요건이 두 가지 있다.
① 입건된 피의자이고, 지문 외 다른 방법으로 신원 확인이 불가능할 때만 성립한다. 조문은 “범죄 피의자로 입건된 사람의 신원을 지문조사 외의 다른 방법으로는 확인할 수 없어”라고 전제를 명시하고 있다. 즉 ⓐ 범죄 피의자로 입건된 상태여야 하고, ⓑ 신원이 다른 방법(신분증 제시, 주민등록 조회 등)으로 확인된다면 이 조문이 적용될 전제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조사받은 사람이면 누구나” 지문채취 거부로 처벌되는 구조가 아니라는 점을 조문이 스스로 제한하고 있다.
②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한 경우만 처벌된다. 조문은 단순히 “거부한 사람”이 아니라 “정당한 이유 없이 이를 거부한 사람”이라고 적고 있다. 거부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면 이 조문의 처벌 대상에서 벗어난다. 다만 어떤 사정이 ‘정당한 이유’로 인정되는지는 이 글이 근거로 삼은 법령 원문에 나와 있지 않으므로, 여기서 구체적으로 단정하지는 않는다.
③ 채취를 요구할 수 있는 주체도 정해져 있다. 문언상 지문을 채취하려는 주체는 “중대범죄수사청수사관이나 경찰공무원”이다. 다른 기관이나 사람이 요구하는 지문채취는 이 조문이 다루는 상황과 다르다.
정리하면, 제34호가 성립하려면 ① 피의자로 입건된 상태, ② 지문 외 방법으로는 신원을 확인할 수 없는 상황, ③ 중대범죄수사청수사관 또는 경찰공무원의 채취 요구, ④ 정당한 이유 없는 거부, 이 네 가지가 모두 충족되어야 한다. 이 중 하나라도 빠지면 제34호의 처벌 대상이 아니다. “지문을 거부하면 무조건·즉시 처벌된다”는 식의 요약은 조문의 전제와 ‘정당한 이유’ 요건을 빼먹은 것이어서 정확하지 않다.
수사자료표는 왜, 누구에게 보내지나: 형의 실효 등에 관한 법률 제5조
지문채취나 조사와 연결되어 자주 함께 언급되는 것이 수사자료표다. 형의 실효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제1항은 이렇게 규정한다.
① 사법경찰관은 피의자에 대한 수사자료표를 작성하여 경찰청에 송부하여야 한다. 다만, 다음 각 호의 자에 대하여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 즉결심판(卽決審判) 대상자
- 사법경찰관이 수리(受理)한 고소 또는 고발 사건 중 불송치결정 사유에 해당하는 사건의 피의자
즉 사법경찰관은 피의자에 대한 수사자료표를 작성해 경찰청에 송부해야 하는 의무를 진다. 다만 이 의무에는 두 가지 예외가 있다. 즉결심판 대상자이거나, 사법경찰관이 수리한 고소·고발 사건 중 불송치결정 사유에 해당하는 사건의 피의자라면 수사자료표 작성·송부 대상에서 빠진다.
제5조제2항은 “수사자료표를 작성할 사법경찰관의 범위는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위임하고 있다. 그 대통령령이 구체적으로 어떤 범위를 정하는지, 그리고 수사자료표에 지문 정보가 어떻게 기재·활용되는지는 이 조문 자체에는 나와 있지 않다. 지문채취와 수사자료표가 실무상 연결되어 운용될 것이라는 짐작은 가능하지만, 조문에 없는 연결 관계를 단정해 설명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한 가지 확인해둘 점 — 조문 번호와 개정 연혁
형의 실효 등에 관한 법률 제5조는 2026년 3월 24일 타법개정(법률 제21490호, 시행 2026. 10. 2.)으로 손질된 조문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 이 제21490호 개정이 고친 조문은 제2조·제3조·제4조·제6조이고 제5조는 그 개정 대상이 아니다. 제5조의 현재 문언을 만든 것은 그보다 앞선 법률 제17937호(공포 2021. 3. 16.)다. 같은 법률에 속해 있어도 조문마다 ‘언제 만들어진 문언인지’가 다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다.
경범죄 처벌법 제3조 역시 2026년 9월 29일 일부개정(법률 제22014호)으로 현재 문언이 만들어졌고 2026년 10월 2일부터 시행 중이다. 이 개정에 따른 부칙은 시행일만 정했을 뿐, 별도의 적용례나 경과조치는 두지 않았다.
요약
- 지문채취를 거부했다는 사실만으로 처벌되는 것이 아니다. 경범죄 처벌법 제3조제1항제34호는 ① 피의자로 입건된 사람의 신원을 지문 외 방법으로 확인할 수 없는 상황에서 ② 중대범죄수사청수사관이나 경찰공무원이 지문을 채취하려 할 때 ③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한 경우에만 성립한다.
- 법정형은 1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다.
- 사법경찰관은 피의자에 대한 수사자료표를 작성해 경찰청에 송부해야 하지만, 즉결심판 대상자와 불송치결정 사유에 해당하는 고소·고발 사건의 피의자는 예외다.
- 수사자료표 작성 권한을 가진 사법경찰관의 구체적 범위는 대통령령에 위임되어 있으며, 그 내용과 지문채취와의 구체적 연결 방식은 이 글이 근거로 삼은 법령 원문만으로는 확인되지 않는다.
참고 법령
- 경범죄 처벌법 제3조(경범죄의 종류) 제1항제34호, 제1항·제2항·제3항
- 형의 실효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수사자료표) 제1항(제1호, 제2호), 제2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