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교도소에서 산 기간, 한국 형량에서 반드시 빼주나요?

입력 2026.10.12. 오전 10:08

결론부터: “산입한다”지만, 조건이 있다

해외에서 범죄를 저질러 그 나라 교도소에서 형을 산 뒤 한국에서 같은 행위로 다시 처벌받을 때, 형법 제7조는 “그 집행된 형의 전부 또는 일부를 선고하는 형에 산입한다”라고 정한다. 과거(2016. 12. 20. 법률 제14415호로 개정되기 전)에는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다”는 재량 규정이었지만, 현행 조문에는 ‘감경’·‘면제’라는 말 자체가 없다. 지금은 법원의 재량이 아니라 의무적 산입이다.

다만 여기에는 두 가지 중요한 조건이 있다.

첫째, 산입 대상은 “전부 또는 일부”다. 제57조제1항이 판결선고전 구금일수의 “그 전부를” 산입한다고 정한 것과 달리, 제7조는 “전부 또는 일부”라고 되어 있다. 외국에서 복역한 기간이 항상 전부 빠진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뜻이다.

둘째, 제7조가 적용되는 대상은 ‘형이 실제로 집행된 사람’에 한정된다. 외국에서 무죄판결을 받기까지 미결구금(수사·재판 중 구금)만 당했던 경우는 이 조문의 적용 대상이 아니다.

“산입”의 의미 — 처벌을 막는 조항이 아니다

먼저 분명히 해둘 것이 있다. 형법 제7조는 처벌을 막아주는 조항이 아니다.

대법원 2017. 8. 24. 선고 2017도5977 판결은 이 조문의 취지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형사판결은 국가주권의 일부분인 형벌권 행사에 기초한 것이어서, 피고인이 외국에서 형사처벌을 받는 확정판결을 받았더라도 그 외국 판결은 우리나라 법원을 기속할 수 없고, 우리나라에서는 기판력도 없어 일사부재리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 즉 같은 행위라도 한국에서 또 기소·처벌될 수 있다. 제7조는 이를 막는 조항이 아니라, 그렇게 다시 처벌받을 때 생길 수 있는 실질적인 불이익을 완화하려는 조항이다.

그러니 “외국에서 복역하고 왔으니 한국에서는 처벌 못 한다”는 식의 이해는 틀렸다. 처벌은 가능하고, 다만 이미 외국에서 집행된 형을 한국에서 선고하는 형에 반영해준다는 것이 이 조문의 역할이다.

산입 대상에서 빠지는 경우 — 무죄 받고 나온 미결구금

여기서 실무상 자주 혼동되는 지점이 있다. “교도소에서 산 기간”이라고 해서 전부 제7조의 적용을 받는 것은 아니다.

제7조가 말하는 ‘외국에서 형의 전부 또는 일부가 집행된 사람’이란, 문언과 취지에 비추어 ‘외국 법원의 유죄판결에 의하여 자유형이나 벌금형 등 형이 실제로 집행된 사람’을 의미한다. 반면 형사사건으로 외국 법원에 기소되었다가 무죄판결을 받은 사람은, 설령 그 판결을 받기까지 상당 기간 미결구금되어 있었더라도 유죄판결에 의해 형이 실제로 집행된 것으로 볼 수 없다. 따라서 그 미결구금 기간은 제7조에 의한 산입 대상이 될 수 없다.

2017도5977 사건이 바로 이 쟁점을 다뤘다. 피고인은 필리핀에서 살인죄로 기소되어 5년여간 미결구금 상태로 재판을 받다가 무죄 취지의 재판을 받고 석방된 후, 한국에서 다시 기소되어 제1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피고인은 필리핀에서의 미결구금 기간에도 제7조를 적용(또는 유추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대법원 다수의견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수의견의 논리는 이렇다. 미결구금은 공소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이루어지는 강제처분으로서 형의 집행은 아니지만 신체의 자유를 박탈하는 점이 자유형과 유사하다. 그래서 형법 제57조제1항은 국내 판결선고전 구금일수의 전부를 본형에 산입하도록 정하고 있다. 그러나 외국에서 무죄판결을 받고 석방되기까지의 미결구금은, 우리나라 형벌법규에 따른 공소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수불가결하게 이루어진 강제처분으로 볼 수 없고, 유죄판결을 전제로 한 것도 아니어서 해당 국가의 형사보상제도로 구제받을 성질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이를 제57조제1항의 ‘본형에 당연히 산입되는 미결구금’과 같다고 볼 수 없고, 제7조를 유추적용하는 것도 허용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대신 다수의견은, 이런 사정은 양형 단계에서 고려하면 충분하다고 보았다. 형법 제51조(양형의 조건)는 열거적이 아니라 예시적인 규정이므로, 공판 과정에서 외국 미결구금 사실이 밝혀지면 그 미결구금의 원인이 된 사실과 공소사실의 동일성 정도, 미결구금 기간, 해당 국가 미결구금의 특수성 등을 고려해 필요하면 형법 제53조의 작량감경 등을 적용하고, 최종 선고형을 정함으로써 불이익을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 판결에는 대법관 5인의 반대의견이 있었다. 반대의견은, 외국에서의 미결구금도 신체의 자유를 박탈한다는 점에서 형의 집행과 본질적으로 차이가 없으므로 제7조를 유추적용해 선고형에 산입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이는 소수의견이며, 판결의 결론(상고 기각, 즉 미결구금을 산입하지 않은 원심 유지)은 다수의견에 따른 것이다. 유추적용을 긍정한 반대의견을 이 판례의 결론으로 오해해서는 안 된다.

“1일을 1일로” 계산하는 규정은 제7조가 아니라 제57조

형법 제57조제2항은 “구금일수의 1일은 징역, 금고, 벌금이나 과료에 관한 유치 또는 구류의 기간의 1일로 계산한다”고 정한다. 이는 국내 판결선고전 구금일수에 관한 규정이다.

형법 제7조에는 이런 ‘1일=1일’ 계산 공식이 없다. 제7조는 단지 “집행된 형의 전부 또는 일부를 선고하는 형에 산입한다”고만 정할 뿐, 외국에서의 1일 복역을 국내 형 1일로 환산한다는 문언을 두고 있지 않다. 두 조문을 혼동해 “외국 복역 1년이면 한국 형에서 그대로 1년이 빠진다”고 단정하는 것은 조문을 잘못 읽은 것이다.

왜 ‘재량’에서 ‘의무’로 바뀌었나

2017도5977 판결의 반대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은 개정 배경을 설명한다. 2016. 12. 20. 법률 제14415호로 개정되기 전의 형법 제7조는 “범죄에 의하여 외국에서 형의 전부 또는 일부의 집행을 받은 자에 대하여는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었다. 그런데 헌법재판소 2015. 5. 28. 선고 2013헌바129 결정은 이 구 조문이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한다고 판단했다.

그 이유는, 외국에서 받은 형의 집행을 단지 법정형의 임의적 감면사유로만 정해두면 법관의 재량에 따라 그 사정이 전혀 반영되지 않을 수도 있고, 이는 형을 필요적으로 감면하거나 형의 집행 단계에서 필요적으로 산입하는 방법과는 본질적으로 차이가 있어 신체의 자유에 대한 심각한 제한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피고인 입장에서는 외국에서의 형 집행이 실제로 양형에 반영되었는지, 반영되었다면 어느 정도인지조차 알기 어렵다는 점도 지적되었다.

이런 지적에 따라 제7조는 지금의 “선고하는 형에 산입한다”는 의무적 문언으로 바뀌었다. 이 개정은 법률 제14415호(2016. 12. 20. 공포)에 의한 것으로, 가장 최근의 형법 전체 개정 공포번호(법률 제22007호, 2026. 9. 29. 공포)와는 별개다. 즉 제7조 자체는 2026년 개정에서 바뀐 것이 아니라, 이미 2016년에 지금의 모습을 갖추었고 그 이후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조문이다. 제57조제1항 역시 2014. 12. 30. 법률 제12898호 개정으로 “전부를” 산입하도록 바뀐 뒤 그대로다.

실무적으로 기억할 세 가지

1. “집행된 형”이 있어야 제7조가 작동한다. 외국에서 실제로 유죄판결을 받고 자유형·벌금형 등이 집행된 경우여야 한다. 수사·재판 중 구금만 당하다가 무죄로 풀려난 경우는 다르게 취급된다.

2. 산입은 “전부 또는 일부”다. 법원이 사안에 따라 일부만 산입할 수 있는 구조이며, 항상 전액이 그대로 빠진다고 단정할 수 없다.

3. 무죄로 석방된 미결구금은 양형 사유로 다뤄진다. 산입 조항의 직접·유추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 대법원 다수의견의 입장이지만, 그렇다고 전혀 고려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형법 제51조의 양형 조건, 제53조의 작량감경 등을 통해 법원의 판단에 반영될 수 있다.


참고 법령·판례

  • 형법 제7조(외국에서 집행된 형의 산입)
  • 형법 제51조(양형의 조건)
  • 형법 제53조(작량감경)
  • 형법 제57조제1항·제2항(판결선고전 구금일수의 통산)
  • 대법원 2017. 8. 24. 선고 2017도5977 판결
  • 헌법재판소 2015. 5. 28. 선고 2013헌바129 전원재판부 결정 (2017도5977 판결 중 언급)

관련 법령: 형법 제7조 · 형법 제57조

관련 판례

대법원 2017도5977 — 대법원 2017. 8. 24. 선고 2017도5977 판결

[1] [다수의견] (가) 형법 제7조는 "죄를 지어 외국에서 형의 전부 또는 일부가 집행된 사람에 대해서는 그 집행된 형의 전부 또는 일부를 선고하는 형에 산입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의 취지는, 형사판결은 국가주권의 일부분인 형벌권 행사에 기초한 것이어서 피고인이 외국에서 형사처벌을 과하는 확정판결을 받았더라도 그 외국 판결은 우리나라 법원을 기속할 수 없고 우리나라에서는 기판력도 없어 일사부재리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으므로, 피고인이 동일한 행위에 관하여 우리나라 형벌법규에 따라 다시 처벌받는 경우에 생길 수 있는 실

판결문 원문 (2017-08-24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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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확인일: 2026-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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