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금 낸 뒤 또 처벌받으면, 앞선 전과가 안 지워지나요?
벌금형을 받고 다 냈는데 그 후에 또 다른 사건으로 처벌을 받았다면, 먼저 받은 벌금 전과는 어떻게 될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두 번째 처벌의 내용에 따라 달라집니다. 형의 실효 등에 관한 법률 제7조는 일정한 기간이 지나면 벌금형이 저절로 실효되도록 정하고 있는데, 그 기간이 지나는 동안 자격정지 이상의 형을 다시 받으면 이 실효 요건 자체가 깨지기 때문입니다.
벌금 전과는 원래 2년이 지나면 실효된다
형의 실효 등에 관한 법률 제7조제1항은 수형인이 자격정지 이상의 형을 받지 아니하고 형의 집행을 종료하거나 그 집행이 면제된 날부터 일정 기간이 지나면 그 형이 실효된다고 정합니다. 이때 형의 종류별로 기간이 다릅니다.
- 3년을 초과하는 징역·금고: 10년
- 3년 이하의 징역·금고: 5년
- 벌금: 2년
즉 벌금형만 놓고 보면, 벌금을 다 낸 날(또는 집행이 면제된 날)부터 2년이 지나면 별도의 신청이나 법원의 재판 없이 그 형은 실효됩니다. 다만 구류와 과료는 이 기간표에서 빠져 있는데, 같은 조 제1항 단서가 구류와 과료는 집행을 종료하거나 집행이 면제된 그 시점에 곧바로 실효된다고 따로 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본문의 기간 계산과 단서의 즉시 실효는 서로 다른 이야기이므로 구분해서 봐야 합니다.
핵심은 “자격정지 이상의 형을 받지 아니하고”라는 조건
여기서 질문의 답이 나옵니다. 형의 실효 등에 관한 법률 제7조제1항 본문은 단순히 “기간이 지나면” 실효된다고 하지 않습니다. 자격정지 이상의 형을 받지 아니하고 그 기간이 지나야 한다는 조건이 함께 걸려 있습니다.
다시 말해 벌금을 낸 뒤 2년이 지나기 전에 자격정지 이상의 형(자격정지·금고·징역 등)을 또 받으면, 앞선 벌금형에 대해 진행 중이던 실효 기간의 전제 자체가 무너집니다. 조문이 정한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므로, 앞선 벌금 전과는 그 시점에는 실효되지 않은 상태로 남습니다. 반대로 두 번째로 받은 처벌이 자격정지에 이르지 않는 처벌(예컨대 또 벌금형)이라면, 이 조건에는 걸리지 않으므로 각 형은 각자의 기산점부터 각자의 기간이 지나면 별도로 실효될 수 있습니다.
하나의 판결로 여러 형을 함께 받았다면 계산이 다르다
주의할 점은, 위 이야기는 벌금형이 별개의 판결로 따로따로 선고된 경우를 전제로 한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만약 하나의 판결로 여러 개의 형이 함께 선고된 경우라면 형의 실효 등에 관한 법률 제7조제2항이 적용되어 계산 방식이 달라집니다. 이 경우에는 각 형의 집행을 종료하거나 그 집행이 면제된 날부터, 그 판결에서 선고된 형 가운데 가장 무거운 형을 기준으로 한 제1항의 기간이 지난 때에 “형의 선고” 자체가 효력을 잃습니다. 또한 이 규정을 적용할 때 징역과 금고는 같은 종류의 형으로 보고 각 형기를 합산한다는 단서도 함께 있습니다. 즉 하나의 판결에 벌금과 징역이 함께 들어 있었다면, 벌금만 따로 2년 만에 실효되는 것이 아니라 더 무거운 형(징역·금고 쪽)의 기간을 기준으로 판결 전체의 효력이 함께 판단됩니다.
형법 제81조의 ‘형의 실효’ 신청 제도는 벌금형에는 쓸 수 없다
형법에도 제81조라는 ‘형의 실효’ 제도가 있어서 혼동하기 쉬운데, 이 조문은 벌금형에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형법 제81조는 징역 또는 금고의 집행을 종료하거나 집행이 면제된 자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고, 그 요건도 형의 실효 등에 관한 법률 제7조와는 전혀 다릅니다.
형법 제81조에 따르면 ①피해자의 손해를 보상하고, ②자격정지 이상의 형을 받음이 없이 7년을 경과하며, ③본인 또는 검사의 신청이 있어야 비로소 법원이 재량으로 그 재판의 실효를 선고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즉 기간만 지난다고 자동으로 실효되는 것이 아니라, 당사자나 검사가 신청해야 하고 법원이 선고 여부를 재량으로 판단하는 별도의 절차입니다. 벌금형을 받은 사람이 이 조문을 근거로 실효를 신청할 수는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정리하면 두 제도는 이렇게 나뉩니다.
- 형의 실효 등에 관한 법률 제7조: 벌금·징역·금고 모두 대상. 자격정지 이상의 형을 받지 아니하고 정해진 기간이 지나면 신청 없이 자동으로 실효.
- 형법 제81조: 징역·금고만 대상. 손해 보상·7년 경과·본인 또는 검사의 신청이 모두 갖춰져야 법원이 재량으로 실효를 선고할 수 있는 별도 절차.
수사경력자료 삭제는 형의 실효와는 다른 이야기
한 가지 더 구분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형의 실효 등에 관한 법률 제8조의2는 ‘수사경력자료의 정리’를 규정하는데, 이는 제7조의 ‘형의 실효’와는 별개의 조문입니다. 불송치결정·불기소처분·무죄나 면소·공소기각 판결이나 결정, 소년부의 불처분·심리불개시 결정이 있었던 경우에 관한 것으로, 애초에 유죄 확정 판결을 전제로 하는 형의 실효 문제와는 대상 자체가 다릅니다. 특히 법정형이 장기 2년 미만의 징역·금고, 자격상실, 자격정지,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해당하는 죄는 원칙적으로 즉시 삭제하되, 불송치결정은 6개월, 기소유예나 판결·결정이 있는 경우는 5년간 보존한다는 별도 기준을 두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 다룬 ‘벌금형의 실효’와 혼동하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합니다.
정리
- 벌금형은 자격정지 이상의 형을 받지 아니하고 2년이 지나면 신청 없이 자동으로 실효된다(형의 실효 등에 관한 법률 제7조제1항제3호).
- 그 2년이 지나기 전에 자격정지 이상의 형을 또 받으면, “자격정지 이상의 형을 받지 아니하고”라는 요건이 깨져 앞선 벌금 전과는 그 시점 기준으로 실효되지 않은 상태다.
- 하나의 판결로 여러 형을 함께 받았다면 제2항에 따라 가장 무거운 형을 기준으로 판결 전체의 효력 소멸 여부가 판단된다.
- 형법 제81조의 실효 신청 제도는 징역·금고에만 적용되고, 벌금형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 이 주제와 관련해 참고할 만한 확립된 판례는 확인되지 않았다.
참고 법령
- 형의 실효 등에 관한 법률 제7조(형의 실효) 제1항·제2항
- 형의 실효 등에 관한 법률 제8조의2(수사경력자료의 정리) 제1항~제5항
- 형법 제81조(형의 실효)
- 형법 제82조(복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