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과 교수들'처럼 집단을 욕했다면, 교수 한 명이 고소할 수 있나

입력 2026.10.06. 오전 10:08

질문: 학과 교수 전체를 욕하면 교수 개인이 처벌을 구할 수 있나

“우리 학과 교수들은 다 ○○하다”처럼 특정 교수 이름 없이 집단을 욕한 경우, 그 집단에 속한 교수 한 명이 자신에 대한 모욕이나 명예훼손이라며 고소할 수 있는지가 문제 된다. 결론부터 말하면 원칙적으로는 어렵지만, 예외적으로 가능할 수 있다. 어느 쪽인지는 집단의 크기와 성격, 발언 당시 상황을 따져야 결정된다.

형법상 모욕죄·명예훼손죄의 기본 구조

형법 제311조(모욕)는 “공연히 사람을 모욕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정한다. 모욕죄는 사실을 적시할 필요 없이 경멸적 표현만으로 성립한다.

형법 제307조(명예훼손)는 ①”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 ②”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정한다. 명예훼손은 모욕과 달리 사실(또는 허위 사실)의 적시가 요건이라는 점에서 다르다.

두 죄 모두 문언상 “사람”을 전제하므로, 피해자가 특정되어야 한다는 점이 공통된다. 그런데 ‘학과 교수들’처럼 집단을 표시해 욕한 경우, 그 집단 속 개별 구성원이 “특정된 피해자”로 인정되는지가 핵심 쟁점이 된다.

대법원 판례: 집단표시에 의한 모욕, 원칙과 예외

대법원 2014. 3. 27. 선고 2011도15631 판결은 이른바 ‘집단표시에 의한 모욕’이 개별 구성원에 대한 모욕죄를 구성하는지를 판단한 사건이다.

이 판결은 먼저 모욕죄의 기본 전제를 밝힌다. “모욕죄는 특정한 사람 또는 인격을 보유하는 단체에 대하여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경멸적 감정을 표현함으로써 성립하는 것이므로 그 피해자는 특정되어야 한다.”

그리고 집단표시에 의한 모욕에 대해 다음과 같은 기준을 제시한다.

“집단표시에 의한 비난이 개별구성원에 이르러서는 비난의 정도가 희석되어 구성원 개개인의 사회적 평가에 영향을 미칠 정도에 이르지 아니한 경우에는 구성원 개개인에 대한 모욕이 성립되지 않는다고 봄이 원칙이고, 그 비난의 정도가 희석되지 않아 구성원 개개인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것으로 평가될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구성원 개개인에 대한 모욕이 성립할 수 있다.”

즉 원칙은 불성립, 예외적으로만 성립이다. 이 순서를 뒤집어 “집단을 욕해도 결국 개인 모욕이 성립한다”는 식으로 이해하면 판례의 취지와 반대가 된다.

‘한편’ — 피해자 특정 여부는 따로 판단한다

판결은 비난의 희석 여부를 설시한 뒤 “한편”이라는 표현으로 별도 쟁점을 이어간다. 바로 피해자가 특정되는지의 문제다.

“구성원 개개인에 대한 것으로 여겨질 정도로 구성원 수가 적거나 당시의 주위 정황 등으로 보아 집단 내 개별구성원을 지칭하는 것으로 여겨질 수 있는 때에는 집단 내 개별구성원이 피해자로서 특정된다고 보아야 할 것인데, 그 구체적인 기준으로는 집단의 크기, 집단의 성격과 집단 내에서의 피해자의 지위 등을 들 수 있다.”

정리하면 판단은 두 단계다.

  1. 비난의 정도가 개개인의 사회적 평가를 떨어뜨릴 만큼 희석되지 않았는가
  2. 집단의 크기·성격, 발언 당시 정황에 비추어 피해자가 특정되는가

두 요소 모두 집단의 크기와 성격, 그 안에서 피해자가 차지하는 지위에 따라 달라지는 사실판단의 문제다.

실제 사건: ‘여성 아나운서’ 집단과 서울서부지방법원 환송

이 판결의 사안은 ‘학과 교수들’이 아니라 ‘여성 아나운서’ 집단이었다. 발언 당시 수사기관에 고소한 여성 아나운서는 154명, 관련 연합회에 등록된 여성 아나운서는 295명에 이르렀다.

원심은 발언 내용의 경위, 여성 아나운서 집단과 피해자들 업무의 특수성, 피해자들에 대한 일반의 관심 등을 종합해 개별구성원에 대한 모욕죄 성립을 인정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사정을 들어 원심 판단을 수긍하지 않았다.

  • ‘여성 아나운서’라는 집단은 직업과 성별로만 분류되어 경계가 불분명하고, 연합회에 등록된 사람 외에도 다양한 형태로 활동하는 사람들이 존재해 조직화·결속력이 견고하다고 보기 어려움
  • 발언이 고소인들이 속한 특정 연합회만을 구체적으로 지칭한다고 보기도 어려움
  • 발언이 매우 부적절하고 저속하더라도, 집단의 규모와 조직 체계, 구성원 개성이 부각되는 정도 등을 고려하면 피해자들에 대한 기존 사회적 평가를 근본적으로 변동시킬 정도로 보이지 않음
  • 피해자들이 방송을 통해 대중에게 널리 알려졌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집단 구성원 개개인에 대한 모욕이 된다고 보면 모욕죄의 성립 범위가 지나치게 확대될 우려가 있음

이에 따라 대법원은 발언이 “여성 아나운서 일반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서 그 개별구성원인 피해자들에 이르러서는 비난의 정도가 희석되어 피해자 개개인의 사회적 평가에 영향을 미칠 정도에까지는 이르지 아니하므로 형법상 모욕죄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주의할 점이 있다. 대법원이 이 사건에서 직접 무죄를 선고한 것은 아니다. 주문은 원심판결 파기, 서울서부지방법원 합의부 환송이다. 대법원은 발언 자체가 경멸적 표현에 해당한다는 원심의 판단은 수긍하면서도, 개개인에 대한 모욕 성립 여부를 판단한 법리에 잘못이 있다고 보아 사건을 돌려보낸 것이다.

‘학과 교수들’에 적용하면

이 판결은 ‘학과 교수들’ 집단을 직접 다루지 않았다. 따라서 “학과면 인원이 적으니 무조건 성립한다”거나 “집단을 향한 말이니 무조건 불성립한다”고 단정할 근거는 이 판결만으로는 없다.

다만 판시된 기준을 적용해 볼 변수는 짚을 수 있다.

  • 집단의 크기: 학과 교수진은 통상 집단 전체 구성원 수가 적은 경우가 많다. 판결이 ‘여성 아나운서’처럼 경계가 불분명하고 규모가 큰 집단에서는 희석을 인정했다는 점에 비추면, 구성원 수가 훨씬 적고 소속이 명확한 집단은 다르게 판단될 가능성이 있다.
  • 집단의 성격과 결속력: 학과는 특정 대학·특정 전공으로 경계가 뚜렷하고, 구성원 명단이 공개되어 있어 외부에서도 누가 속하는지 알기 쉬운 경우가 많다. 판결이 지적한 ‘집단 경계의 불분명함’이라는 희석 요인이 그대로 적용되지 않을 수 있다.
  • 발언 당시 정황: 발언이 특정 학과의 특정 사건(예: 특정 논란)을 염두에 두고 나온 것인지,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발언과 특정 교수를 연결시킬 수 있는 상황이었는지도 “주위 정황으로 보아 개별구성원을 지칭하는 것으로 여겨질 수 있는 때”에 해당하는지를 가르는 요소다.
  • 집단 내 피해자의 지위: 예컨대 학과장처럼 집단 내에서 특정한 지위에 있는 구성원을 향한 것으로 읽힐 정황이 있다면, 그 지위가 특정성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결국 “교수 한 명이 고소할 수 있는가”는 발언의 구체적 내용과 맥락, 학과 규모, 발언 당시 상황을 종합해야 답할 수 있는 사실판단의 문제이고, 일반적으로 ‘된다’ 또는 ‘안 된다’고 단정할 수 있는 성질이 아니다.

참고할 점

  • 모욕죄와 명예훼손죄는 요건이 다르다. 모욕은 사실 적시 없이 경멸적 표현만으로 성립하고, 명예훼손은 사실 또는 허위 사실의 적시를 요건으로 한다. 집단표시 사례를 다룰 때 두 죄를 섞어 판단해서는 안 된다.
  • 위 판결의 참조조문은 형법 제311조(모욕)뿐이다. 명예훼손(제307조)에 대해 같은 집단표시 법리가 그대로 적용된다고 이 판결만으로 단정할 수 없다.
  • “구성원이 몇 명 이하면 성립한다”는 식의 숫자 기준은 판결에 없다. 집단의 크기는 여러 판단 요소 중 하나일 뿐, 그 자체로 결론을 정하는 기준이 아니다.
  • 고소 절차나 고소기간 등 절차적 요건은 이 글에서 다루는 조문·판례의 범위를 벗어나므로 별도로 확인이 필요하다.

참고 법령·판례

  • 형법 제307조(명예훼손)
  • 형법 제311조(모욕)
  • 대법원 2014. 3. 27. 선고 2011도15631 판결

관련 법령: 형법 제307조 · 형법 제311조

관련 판례

대법원 2011도15631 — 대법원 2014. 3. 27. 선고 2011도15631 판결

모욕죄는 특정한 사람 또는 인격을 보유하는 단체에 대하여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경멸적 감정을 표현함으로써 성립하므로 그 피해자는 특정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른바 집단표시에 의한 모욕은, 모욕의 내용이 집단에 속한 특정인에 대한 것이라고는 해석되기 힘들고, 집단표시에 의한 비난이 개별구성원에 이르러서는 비난의 정도가 희석되어 구성원 개개인의 사회적 평가에 영향을 미칠 정도에 이르지 아니한 경우에는 구성원 개개인에 대한 모욕이 성립되지 않는다고 봄이 원칙이고, 비난의 정도가 희석되지 않아 구성원 개개인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판결문 원문 (2014-03-27 선고)

같은 법이 적용된 이슈

확인한 1차 출처

최종 확인일: 2026-10-06

일반 정보이며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 콘텐츠 원칙 보기

본 콘텐츠는 법률브리프 에디터가 작성 및 검수하였으며, 일부는 AI로 작성되었습니다.

광고
TopPick — 우리 병원은 AI 답변에 있나요? 병원 AI 검색 노출 무료 진단 광고 의뢰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