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취해 행패 부리는 사람, 경찰이 그냥 두고 가도 될까 — 경찰관 직무집행법 제4조의 재량과 한계
결론부터: “할 수 있다”는 재량 규정이다
술에 취해 소란을 피우는 사람을 보고도 경찰이 그 자리를 떠났다면, 그 자체로 법 위반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경찰관 직무집행법 제4조제1항은 요건을 충족하는 사람에게 “보건의료기관이나 공공구호기관에 긴급구호를 요청하거나 경찰관서에 보호하는 등 적절한 조치를 할 수 있다”고 정한다. 문언상 재량 규정이다. “경찰은 데려가야 한다”거나 “보호할 의무가 있다”는 표현은 이 조문과 맞지 않는다.
또한 조치의 종류도 “경찰관서 보호” 하나로 고정돼 있지 않다. 조문은 “긴급구호 요청”과 “경찰관서 보호”를 “등”으로 묶어 예시하고 있어, 상황에 따라 다른 적절한 조치를 택할 여지를 남겨둔다.
요건은 두 겹이다 — 술에 취한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제4조제1항제1호는 보호조치 대상이 될 수 있는 사람 중 하나로 “정신착란을 일으키거나 술에 취하여 자신 또는 다른 사람의 생명ㆍ신체ㆍ재산에 위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사람”을 든다. 핵심은 뒤에 붙은 “위해를 끼칠 우려”다. 단순히 취해서 비틀거리거나 목소리가 커지는 정도로는 이 호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조문에 ‘행패’라는 단어 자체가 없다는 점도 유의할 부분이다.
그리고 제1항 본문은 이 요건이 “명백”해야 하고, 더해서 “응급구호가 필요하다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까지 있어야 한다고 이중으로 요구한다. 즉 ① 각 호에 해당함이 명백할 것, ② 응급구호 필요성에 대한 상당한 이유가 있을 것 — 이 두 조건이 함께 갖춰져야 비로소 경찰관이 조치에 나설 수 있다.
“본인이 거절하면 제외”는 주취자에게 적용되지 않는다
제4조제1항제3호(미아, 병자, 부상자 등)에는 “다만, 본인이 구호를 거절하는 경우는 제외한다”는 단서가 붙어 있다. 이 단서는 제3호에 한정된 것으로, 제1호(정신착란·주취자)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주취자가 “보호받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해서 조문상 당연히 조치 대상에서 빠지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다만 이는 단서 적용 범위에 관한 설명일 뿐, 제1호 요건(위해를 끼칠 우려가 명백하고 응급구호 필요성에 상당한 이유가 있을 것)을 충족해야 한다는 전제는 그대로 유지된다.
보호 기간 24시간은 ‘상한’이다 — 보장된 시간이 아니다
제4조제7항은 “구호대상자를 경찰관서에서 보호하는 기간은 24시간을 초과할 수 없고”라고 정한다. 이는 최대 한도를 정한 것이고, “24시간 동안 보호해 준다”는 보장이 아니다. 실제 보호 기간은 상황에 따라 24시간보다 훨씬 짧을 수도 있다.
같은 항은 흉기 등 위험한 물건의 임시 영치 기간도 함께 정하는데, 이는 10일을 초과할 수 없다. 영치 자체는 제3항에서 “경찰관서에 임시로 영치하여 놓을 수 있다”고 역시 재량으로 규정돼 있다. 보호(24시간)와 영치(10일)는 서로 다른 상한이므로 섞어 쓰면 안 된다.
재량이 끝나는 지점 — 조치를 했다면 뒤따르는 의무
제1항의 조치 여부는 재량이지만, 일단 조치를 “하였을 때”부터는 의무 규정으로 바뀐다.
- 제4항: 지체 없이 구호대상자의 가족·친지·그 밖의 연고자에게 그 사실을 알려야 하고, 연고자가 발견되지 않으면 적당한 공공보건의료기관이나 공공구호기관에 즉시 인계하여야 한다.
- 제5항: 기관에 인계했을 때에는 즉시 그 사실을 소속 경찰서장이나 해양경찰서장에게 보고하여야 한다.
- 제6항: 보고를 받은 서장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방식에 따라, 인계한 사실을 지체 없이 해당 기관의 장 및 그 감독행정청에 통보하여야 한다.
제6항이 말하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의 구체적 내용(통보 방식 등)은 이 글이 근거로 삼은 법률 조문 범위 밖이라 다루지 않는다.
긴급구호 요청을 받은 기관도 함부로 거절할 수 없다
제4조제2항은 “제1항에 따라 긴급구호를 요청받은 보건의료기관이나 공공구호기관은 정당한 이유 없이 긴급구호를 거절할 수 없다”고 정한다. 금지되는 것은 ‘정당한 이유 없는’ 거절이고, 정당한 이유가 있다면 거절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어떤 경우에도 거절할 수 없다”는 식으로 읽으면 조문과 다르다.
‘구호대상자’라는 말의 범위
조문은 제1항 괄호에서 “(이하 “구호대상자”라 한다)“고 정의한다. 이 말은 제1항 각 호와 본문 요건(명백성 + 상당한 이유)을 모두 충족한 사람만을 가리킨다. 단순히 술에 취해 있다는 사실만으로 ‘구호대상자’라는 법적 지위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조문 구조와 현행 여부
- 제4조는 항 7개, 호 3개로 구성되며 목이나 삭제된 항은 없다.
- 전문개정은 2014. 5. 20.에 있었고, 제5항·제6항에는 <개정 2014.11.19, 2017.7.26>이 붙어 있다.
- 이 조문의 현재 문언을 만든 개정은 법률 제14839호(공포 2017. 7. 26.)다.
- 2026-10-16 기준 현행 법률은 법률 제21304호(공포 2026. 1. 6., 시행 2026. 7. 7.)이지만, 이 개정이 고친 것은 제8조의4(개인정보의 국외 이전)이고 제4조는 대상이 아니다. 따라서 “2026년 개정으로 보호조치 규정이 바뀌었다”는 설명은 맞지 않는다.
- 법률 제21304호 부칙은 “공포 후 6개월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한다”는 시행일만 정하고, 별도의 적용례나 경과조치는 두지 않았다.
판례는 없다
제4조에 관해 참고할 만한 판례는 확인되지 않는다. 특정 사건번호를 들어 설명하는 자료를 접하더라도, 그 내용이 이 조문과 직접 관련된 것인지 별도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정리
- 경찰이 술 취한 사람을 두고 떠났다는 사실만으로 제4조 위반이라 단정할 수 없다. 제1항은 “할 수 있다”는 재량 규정이다.
- 조치 대상이 되려면 단순 취기를 넘어 생명ㆍ신체ㆍ재산에 위해를 끼칠 우려가 명백하고, 응급구호 필요성에 상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 “본인 거절 시 제외” 단서는 제3호(미아·병자·부상자 등)에만 있고, 주취자(제1호)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 경찰관서 보호는 최장 24시간, 위험물 임시 영치는 최장 10일까지만 가능하다. 둘 다 ‘상한’이지 보장된 기간이 아니다.
- 조치를 실제로 했다면, 연고자 통지·인계·보고·통보는 재량이 아니라 법이 정한 의무다.
참고 법령
- 경찰관 직무집행법 제4조(보호조치 등) 제1항, 제2항, 제3항, 제4항, 제5항, 제6항, 제7항
- 경찰관 직무집행법 제21304호 부칙(2026. 1.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