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훼손 고소는 변호사가 대신해도 처벌불원은 달라요
명예훼손으로 누군가를 고소했을 때, 변호사에게 ‘고소를 대신 진행해 달라’고 맡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나중에 마음을 바꿔 ‘처벌을 원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전달해야 할 때는 어떨까요? 이 두 행위가 법적으로 같은 취급을 받는 건 아닙니다.
고소는 대리 가능—형사소송법 제236조
형사소송법은 명확하게 규정합니다.
제236조 고소 또는 그 취소는 대리인으로 하여금 하게 할 수 있다.
여기서 ‘대리인’은 변호사를 포함합니다. 피해자가 변호사에게 고소를 위임하거나, 제출한 고소를 취소하도록 위임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 조문이 명시적으로 “할 수 있다”고 했으므로, 고소 대리는 법이 허용하는 소송행위입니다.
처벌불원은 ‘반의사불벌죄’ 규칙을 따릅니다
명예훼손죄 중 일부는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반의사불벌죄란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명시하면 법원이나 검사가 더 이상 기소할 수 없는 범죄를 말합니다.
형사소송법은 반의사불벌죄에 대해 제232조(고소취소의 시한과 재고소 금지)만 준용한다고 정했을 뿐, 처벌불원 의사표시를 대리할 수 있다는 규정은 따로 두지 않았습니다. 고소를 대리할 수 있다는 제236조도 준용하지 않습니다.
처벌불원은 피해자 본인이 결정해야 합니다
대법원은 2023년 판결에서 이를 명확히 했습니다.
반의사불벌죄에서 처벌불원 의사는 원칙적으로 대리가 허용되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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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 문언이 명확합니다 — 법에서 “피해자의 명시적인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고 했으므로, 처벌을 원할지 말지는 피해자 본인의 의사여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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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피해자 본인이 결정해야 합니다 — 고소와 달리 처벌불원에 대한 대리 규정이 형사소송법에 없으므로, 이를 대리로 처리하는 것은 법의 범위를 벗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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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벌불원은 일신전속적입니다 — 변호사가 피해자를 대신해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표현한다고 해서, 그것이 피해자 본인의 진정한 의사라고 보장할 수 없습니다.
의사능력이 있다면 미성년자도 단독으로 가능합니다
흥미롭게도, 대법원은 2009년 판결에서 다음을 명시했습니다. 피해자가 미성년자라도 의사능력이 있으면 피고인에 대한 처벌불원이나 처벌희망 의사표시 철회를 단독으로 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법정대리인(부모 등)의 동의나 대리는 필요하지 않습니다.
반대로, 피해자가 의사능력이 없다면(예: 의식불명) 성년후견인이 선임되어 가정법원 허가를 받았더라도 그 성년후견인이 대신 처벌불원 의사를 결정·표시할 수 없습니다. 대법원은 이것이 피해자의 진정한 의사를 보호하기 위한 원칙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정리하면
- 고소: 변호사가 대리할 수 있음 (제236조)
- 처벌불원: 특별한 규정이 없으므로 피해자 본인이 직접 의사를 표시해야 함
- 의사능력 있는 미성년자: 부모의 동의 없이 단독으로 처벌불원 가능
- 의사능력 없는 피해자: 법정대리인도 대신 처벌불원을 결정할 수 없음
명예훼손이나 다른 반의사불벌죄로 고소한 후 처벌을 원하지 않을 때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서류를 준비할 수 있지만, 처벌불원이라는 의사 자체는 반드시 본인이 결정하고 표시해야 합니다.
참고 법령
- 형사소송법 제232조(고소취소의 시한 및 재고소의 금지)
- 형사소송법 제236조(대리고소)
- 대법원 2009. 11. 19. 선고 2009도6058 판결
- 대법원 2023. 7. 17. 선고 2021도11126 판결
관련 판례
[1] [다수의견] 형사소송법상 소송능력이라 함은 소송당사자가 유효하게 소송행위를 할 수 있는 능력, 즉 피고인 또는 피의자가 자기의 소송상의 지위와 이해관계를 이해하고 이에 따라 방어행위를 할 수 있는 의사능력을 의미한다. 의사능력이 있으면 소송능력이 있다는 원칙은 피해자 등 제3자가 소송행위를 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반의사불벌죄에 있어서 피해자의 피고인 또는 피의자에 대한 처벌을 희망하지 않는다는 의사표시 또는 처벌을 희망하는 의사표시의 철회는, 위와 같은 형사소송절차에 있어서의 소송능력에 관한 일반원칙
[1] [다수의견] 반의사불벌죄에서 성년후견인은 명문의 규정이 없는 한 의사무능력자인 피해자를 대리하여 피고인 또는 피의자에 대하여 처벌을 희망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결정하거나 처벌을 희망하는 의사표시를 철회하는 행위를 할 수 없다. 이는 성년후견인의 법정대리권 범위에 통상적인 소송행위가 포함되어 있거나 성년후견개시심판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성년후견인이 소송행위를 할 때 가정법원의 허가를 얻었더라도 마찬가지이다. 구체적인 이유는 아래와 같다. (가) 형사소송절차 규정을 해석·적용할 때에는 절차적 안정성과 명확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