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결에 발이 닿아 차가 굴러갔다면 운전한 걸로 보나요?

입력 2026.10.17. 오전 10:08

음주 후 차 안에서 쉬거나 잠을 자다가 몸이 페달이나 기어에 닿아 차가 움직였다면, 이것도 음주운전으로 처벌받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도로교통법이 말하는 ‘운전’에는 고의가 전제된다. 사람의 의지나 관여 없이 차가 저절로 움직인 경우는 운전이 아니라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이다. 다만 이 법리가 실제로 어디까지 적용되는지는 사안마다 다르므로, 아래에서 조문과 판결을 그대로 살펴본다.

‘운전’이란 무엇인가 — 도로교통법 제2조제26호

도로교통법 제2조제26호는 ‘운전’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운전”이란 도로(제27조제6항제3호ㆍ제44조ㆍ제45조ㆍ제54조제1항ㆍ제148조ㆍ제148조의2 및 제156조제10호의 경우에는 도로 외의 곳을 포함한다)에서 차마 또는 노면전차를 그 본래의 사용방법에 따라 사용하는 것(조종 또는 자율주행시스템을 사용하는 것을 포함한다)을 말한다.

주목할 점은, 음주운전 금지 규정인 제44조를 포함한 일부 조문에서는 ‘도로’에 도로 외의 곳까지 포함시킨다는 것이다. 즉 “주차장이나 공터니까 음주운전이 아니다”라는 식의 일반화는 이 조문만 보더라도 성립하지 않는다. 음주운전은 도로가 아닌 곳에서도 성립할 수 있다.

핵심 쟁점: ‘운전’에는 고의가 필요하다

이 정의 조문을 둘러싼 가장 중요한 판례가 대법원 2004. 4. 23. 선고 2004도1109 판결이다.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당시 도로교통법 제2조 제19호(현행 제2조제26호에 해당, 문언은 “도로에서 차를 그 본래의 사용 방법에 따라 사용하는 것”)를 근거로 다음과 같이 판시했다.

“운전의 개념은 그 규정의 내용에 비추어 목적적 요소를 포함하는 것이므로 고의의 운전행위만을 의미하고 자동차 안에 있는 사람의 의지나 관여 없이 자동차가 움직인 경우에는 운전에 해당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어서, 다음과 같은 경우는 ‘운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구체적으로 밝혔다.

“어떤 사람이 자동차를 움직이게 할 의도 없이 다른 목적을 위하여 자동차의 원동기(모터)의 시동을 걸었는데, 실수로 기어 등 자동차의 발진에 필요한 장치를 건드려 원동기의 추진력에 의하여 자동차가 움직이거나 또는 불안전한 주차상태나 도로여건 등으로 인하여 자동차가 움직이게 된 경우”

핵심은 **“움직이게 할 의도가 없었는가”**다. 시동을 건 것 자체가 아니라, 차를 ‘발진’시키려는 의도가 있었는지가 운전 해당 여부를 가른다.

실제 사건은 어떤 사안이었나

주의할 점은, 이 판결의 사안이 “차가 전혀 움직이지 않은 채 잠만 잔” 경우가 아니라는 것이다. 판결문에 나온 사실관계는 다음과 같다.

술에 취한 피고인이 자동차 안에서 잠을 자다가 추위를 느껴 히터를 가동시키기 위해 시동을 걸었다. 그런데 실수로 자동차의 제동장치 등을 건드렸거나, 처음 주차할 때 안전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않은 탓에, 원동기의 추진력으로 차가 약간 경사진 길을 따라 앞으로 움직여 피해자의 차량 옆면을 충격했다.

즉 차가 실제로 움직여 충격까지 발생한 사안이다. 그럼에도 대법원은 “피고인이 자의에 의하여 판시 자동차를 운전하였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본 원심의 판단이 정당하다고 보아, 도로교통법위반(음주운전) 무죄를 유지하고 상고를 기각했다. 다만 대법원은 “원심의 설시가 미흡하기는 하지만”이라는 표현을 덧붙여, 결론은 유지하되 원심의 논증 방식에는 아쉬움을 남겼다.

질문으로 돌아가서: 잠결에 발이 닿아 차가 굴러갔다면

이 판례의 법리를 그대로 적용하면, 차를 움직이려는 의도 없이 잠결에 몸이 페달이나 기어에 닿아 차가 움직인 경우는 원칙적으로 ‘운전’에 해당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추위를 피하려 히터를 켜려던 것처럼 ‘다른 목적’으로 시동을 걸었다가, 본인의 관여 없이 실수로 차가 발진한 경우가 이와 유사한 구조이기 때문이다.

다만 여기서 두 가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

첫째, 이 법리는 **“시동만 걸었으면 무조건 무죄”**라는 뜻이 아니다. 판결은 “자동차를 움직이게 할 의도 없이”라는 전제를 분명히 달고 있다. 시동을 건 목적, 차가 움직인 경위, 운전자의 관여 정도 등 구체적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다. 반대로 “시동을 걸면 곧바로 운전”이라는 식의 일반화도 이 판결의 취지와 맞지 않는다.

둘째, 이 판결은 개별 사안에 대한 증거 판단의 결과이기도 하다. 대법원이 상고기각을 하면서도 “원심의 설시가 미흡하다”고 지적한 것은, 운전 의사의 유무라는 사실관계 판단이 쉽지 않은 영역임을 보여준다. 수사·재판 과정에서 어떤 사정이 어떻게 증명되는지에 따라 같은 유형의 사안이라도 결론이 달라질 수 있다.

음주운전 단속 관련 조문도 함께 확인

이번 질문과 직접 관련된 것은 아니지만, 음주운전 규정의 전체 구조를 참고로 짚어둔다. 도로교통법 제44조제1항은 “누구든지 술에 취한 상태에서 자동차등, 노면전차 또는 자전거를 운전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금지하며, 제4항은 운전이 금지되는 술에 취한 상태의 기준을 혈중알코올농도 0.03퍼센트 이상으로 정한다.

측정 절차와 관련해서는, 제44조제2항에 따라 경찰공무원은 일정한 요건이 있을 때 호흡조사로 측정’할 수 있고’(재량), 이 경우 운전자는 측정에 응하여’야 한다’(의무). 이 둘은 방향이 다른 규정이므로 혼동하지 않아야 한다. 제3항은 측정 결과에 불복하는 운전자의 동의를 받아 혈액 채취 등으로 재측정’할 수 있다’고 정한다.

참고 법령·판례

  • 도로교통법 제2조제26호 (운전의 정의)
  • 도로교통법 제44조제1항~제4항 (술에 취한 상태에서의 운전 금지, 측정)
  • 대법원 2004. 4. 23. 선고 2004도1109 판결 (도로교통법위반(음주운전))

관련 법령: 도로교통법 제2조 · 도로교통법 제44조

관련 판례

대법원 2004도1109 — 대법원 2004. 4. 23. 선고 2004도1109 판결

[1] 도로교통법 제2조 제19호는 '운전'이라 함은 도로에서 차를 그 본래의 사용 방법에 따라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여기에서 말하는 운전의 개념은 그 규정의 내용에 비추어 목적적 요소를 포함하는 것이므로 고의의 운전행위만을 의미하고 자동차 안에 있는 사람의 의지나 관여 없이 자동차가 움직인 경우에는 운전에 해당하지 않는다. [2] 어떤 사람이 자동차를 움직이게 할 의도 없이 다른 목적을 위하여 자동차의 원동기(모터)의 시동을 걸었는데, 실수로 기어 등 자동차의 발진에 필요한 장치를 건드려 원동기의 추진력에 의하

판결문 원문 (2004-04-23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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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인한 1차 출처

최종 확인일: 2026-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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