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결에 발이 닿아 차가 굴러갔다면 운전한 걸로 보나요?
요약 및 결론: 도로교통법 제44조제1항은 술에 취한 상태에서 자동차등·노면전차·자전거를 "운전"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대법원 2004. 4. 23. 선고 2004도1109 판결은 자동차 안에 있는 사람의 의지나 관여 없이 차가 움직인 경우는 이 '운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다만 이 판결은 '차가 전혀 안 움직였는데 처벌됐다'는 사안이 아니라, 시동을 건 뒤 실제로 차가 움직여 다른 차량을 충격한 사안에서 무죄를 확정한 것이어서, 사실관계가 다르면 결론도 달라질 수 있다.
주차장이나 도로변에 세운 차 안에서 술에 취한 채 잠을 자다가 시동을 걸어두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때 몸이 뒤척이거나 발이 페달에 닿아 차가 움직이면 음주운전으로 처벌되는지에 대한 질문이 반복적으로 나온다. 이 쟁점을 정면으로 다룬 대법원 판결이 2004도1109이며, 이 판결이 세운 '운전'의 판단 기준은 지금도 그대로 참조된다.
도로교통법이 말하는 ‘운전’이란 무엇인가
현행 도로교통법 제2조제26호는 “운전”을 “도로(제27조제6항제3호ㆍ제44조ㆍ제45조ㆍ제54조제1항ㆍ제148조ㆍ제148조의2 및 제156조제10호의 경우에는 도로 외의 곳을 포함한다)에서 차마 또는 노면전차를 그 본래의 사용방법에 따라 사용하는 것(조종 또는 자율주행시스템을 사용하는 것을 포함한다)“으로 정의한다. 괄호 부분 때문에 제44조(음주운전 금지)가 적용되는 ‘운전’에는 도로가 아닌 곳, 예컨대 주차장이나 사유지도 포함된다. 즉 “도로 위가 아니니 음주운전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말은 제44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참고로 대법원 2004도1109 판결이 인용한 ‘운전’ 정의는 판결 당시 시행되던 도로교통법 제2조 제19호(“도로에서 차를 그 본래의 사용 방법에 따라 사용하는 것”)이며, 현행 조문의 호 번호(제26호)나 문언과는 다르다. 판결 속 조문 번호를 현행 조문인 것처럼 옮기면 안 된다.
대법원 2004도1109 판결은 어떤 사안을 다뤘나
이 사건은 ‘차가 전혀 움직이지 않고 잠만 잔’ 사안이 아니다. 판결에 따르면 술에 취한 피고인이 자동차 안에서 잠을 자다가 추위를 느껴 히터를 가동시키려고 시동을 걸었다. 그런데 실수로 제동장치 등을 건드렸거나 처음 주차할 때 안전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않은 탓에, 원동기의 추진력으로 차가 약간 경사진 길을 따라 앞으로 움직여 피해자 차량의 옆면을 충격했다. 원심은 이를 무죄로 판단했고, 대법원은 상고를 기각해 무죄 판단을 그대로 유지했다.
왜 무죄였나 — 판례가 세운 법리
대법원은 도로교통법상 ‘운전’ 개념에는 목적적 요소가 포함되므로 고의의 운전행위만을 뜻한다고 밝혔다. 자동차 안에 있는 사람의 의지나 관여 없이 자동차가 움직인 경우는 운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① 자동차를 움직이게 할 의도 없이 다른 목적으로 시동을 걸었다가 실수로 기어 등 발진에 필요한 장치를 건드린 경우, ② 불안전한 주차상태나 도로여건 등으로 인해 차가 움직이게 된 경우를 모두 ‘운전 아님’으로 보았다. 대법원은 다만 “원심의 설시가 미흡하기는 하지만”이라는 단서를 덧붙여, 결론은 정당하나 논증이 충분히 정밀하지는 않았다는 평가를 남겼다.
이 법리를 “시동만 걸면 무조건 무죄”로 일반화해도 되나
그럴 수 없다. 판례가 부정한 것은 ‘사람의 의지나 관여 없이’ 차가 움직인 경우에 한정된다. 반대로 사람이 의도적으로 기어를 조작하거나 액셀을 밟아 차를 움직였다면, 짧은 거리라도 ‘본래의 사용방법에 따른 사용’으로서 운전에 해당할 수 있다. “시동을 걸면 곧 운전”, “시동만 걸었으면 언제나 무죄”라는 식의 단정은 둘 다 이 판결의 법리를 벗어난 일반화다. 실제 사안에서는 발이 닿은 경위, 기어 위치, 주차 상태, 차가 움직인 거리와 방향 등 구체적 사실관계가 ‘의지나 관여’의 유무를 가르는 핵심 쟁점이 된다.
음주 측정과 관련된 조항은 어떻게 되어 있나
제44조제2항은 경찰공무원이 음주 여부를 호흡조사로 “측정할 수 있다”고 정해 재량 규정으로 두면서, 동시에 운전자는 그 측정에 “응하여야 한다”고 의무를 지운다. 측정 결과에 불복하는 운전자는 본인 동의를 받아 혈액 채취 등으로 재측정할 수 있다(제3항). 운전금지 기준이 되는 술에 취한 상태는 혈중알코올농도 0.03퍼센트 이상이다(제4항).
행위별 분해 표
| 어떤 행위 | 적용 조문 | 법정 제재(이 글감 범위 내) |
|---|---|---|
| 술에 취한 상태에서 자동차등·노면전차·자전거를 운전 | 제44조제1항 | 금지 규정(구체적 법정형은 이 글감 자료 범위 밖) |
| 경찰공무원의 호흡조사 측정 요구에 불응 | 제44조제2항 | 측정 응할 의무(불응 시 효과는 이 글감 자료 범위 밖) |
| 측정 결과 불복 시 혈액 채취 등 재측정 | 제44조제3항 | 운전자 동의 전제의 재측정(법정 제재 아님, 절차 규정) |
위 표의 셋째 열은 이 글이 참조한 조문·판례 범위 안에서만 채운 것이다. 음주운전의 구체적 법정형(징역·벌금 등)과 음주측정방해행위(제44조제5항) 관련 규정은 이번 글감 자료에 포함되어 있지 않아 적지 않는다.
실제 처벌 수위는 어떻게 되나
공표 자료 없음. 이 글이 참조한 법제처 조문과 대법원 2004도1109 판결에는 법정형, 양형기준, 기소·선고 통계가 포함되어 있지 않다. 형량이나 실제 선고 경향에 관한 수치를 추측해 적지 않는다.
관련 법령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1. "도로"란 다음 각 목에 해당하는 곳을 말한다.
제44조(술에 취한 상태에서의 운전 금지) ① 누구든지 술에 취한 상태에서 자동차등(「건설기계관리법」 제26조제1항 단서에 따른 건설기계 외의 건설기계를 포함한다. 이하 이 조, 제44조의2, 제45조, 제47조, 제50조의3, 제93조제1항제1호부터 제4호까지 및 제148조의2에서 같다), 노면전차 또는 자전거를 운전하여서는 아니 된다.
관련 판례
[1] 도로교통법 제2조 제19호는 '운전'이라 함은 도로에서 차를 그 본래의 사용 방법에 따라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여기에서 말하는 운전의 개념은 그 규정의 내용에 비추어 목적적 요소를 포함하는 것이므로 고의의 운전행위만을 의미하고 자동차 안에 있는 사람의 의지나 관여 없이 자동차가 움직인 경우에는 운전에 해당하지 않는다. [2] 어떤 사람이 자동차를 움직이게 할 의도 없이 다른 목적을 위하여 자동차의 원동기(모터)의 시동을 걸었는데, 실수로 기어 등 자동차의 발진에 필요한 장치를 건드려 원동기의 추진력에 의하
자주 묻는 질문
시동만 걸었는데 차가 안 움직였으면 음주운전인가요?
이 사건 판례는 차가 전혀 움직이지 않은 경우를 직접 판단한 것이 아니라, 시동을 건 뒤 실제로 차가 움직여 다른 차량을 충격한 사안에서 무죄를 확정한 것이다. 사람의 의지나 관여 없이 벌어진 움직임이라는 점이 무죄의 핵심 근거였으므로, 차가 전혀 움직이지 않은 경우의 결론을 이 판결만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
주차장 안에서는 음주운전이 성립 안 하나요?
아니다. 제2조제26호 괄호는 제44조가 적용되는 '운전'에 도로 외의 곳도 포함시킨다. 따라서 도로가 아닌 주차장이나 사유지라는 이유만으로 음주운전 금지 규정의 적용이 배제되지 않는다.
잠결에 발이 닿아 차가 굴러갔다면 무조건 무죄인가요?
무조건은 아니다. 대법원 2004도1109는 '사람의 의지나 관여 없이' 차가 움직인 경우를 운전이 아니라고 보았을 뿐, 발이 닿은 경위나 구체적 조작 여부에 따라 '의지나 관여'가 인정되는지는 사안마다 다시 판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