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과 교수들을 한꺼번에 욕했다면 교수 한 명이 모욕죄 피해자가 될 수 있을까: 집단표시 모욕의 원칙과 예외
기준일: 2026년 10월 6일. 형법(법률 제22007호, 2026. 10. 2. 시행)과 대법원 2014. 3. 27. 선고 2011도15631 판결을 근거로 썼습니다.
핵심 요약
- 대법원은 원칙적으로 성립하지 않는다고 봅니다. “○○과 교수들”처럼 집단을 가리켜 욕한 경우, 비난이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가면서 옅어집니다. 그래서 구성원 개개인에 대한 모욕죄는 성립하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 예외적으로는 성립할 수 있습니다. 비난의 정도가 옅어지지 않아 구성원 개개인의 사회적 평가를 떨어뜨릴 만하다고 평가되는 경우입니다.
- 피해자가 특정되었는지는 따로 따집니다. 구성원 수가 적거나, 당시 주위 정황으로 보아 특정 구성원을 가리킨다고 여겨질 수 있으면 개별 구성원이 피해자로 특정됩니다. 판단 기준은 집단의 크기, 집단의 성격, 집단 안에서 피해자의 지위입니다.
- “몇 명 이하면 성립한다”는 숫자 기준은 판례에 없습니다. 이 글이 근거로 삼은 판결도 학과 교수 집단이 아니라 ‘여성 아나운서’ 집단을 다룬 사건입니다.
- 욕설이 아니라 사실을 퍼뜨렸다면 모욕죄가 아니라 명예훼손죄(형법 제307조)가 문제됩니다. 두 죄는 요건이 다릅니다.
1. 먼저 모욕인지 명예훼손인지 구분해야 합니다
“싸잡아 욕했다”는 말에는 두 가지 경우가 섞여 있을 수 있습니다. 형법은 두 경우를 다른 죄로 다룹니다.
| 구분 | 모욕죄 (형법 제311조) | 명예훼손죄 (형법 제307조) |
|---|---|---|
| 행위 | “공연히 사람을 모욕” | ① “공연히 사실을 적시” ②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 |
| 사실 적시가 필요한가 | 필요 없음 | 필요함 |
| 법정형 |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 | ①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 ②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 |
| 조문 구조 | 항·호 없는 단일 조문 | 2개 항, 호 없음 |
구체적인 사실을 대지 않고 경멸적인 말만 했다면 **모욕죄(제311조)**가 문제됩니다. 이 글에서 다루는 대법원 판결도 모욕죄 사건이고, 참조조문은 형법 제311조뿐입니다. 따라서 집단을 가리켜 명예훼손을 한 경우(제307조)에도 같은 결론이 나온다고 이 판결만 보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2. 모욕죄가 되려면 피해자가 ‘특정’되어야 합니다
제311조의 문언은 “사람”입니다. 대법원은 이 조문을 다음과 같이 해석합니다.
“모욕죄는 특정한 사람 또는 인격을 보유하는 단체에 대하여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경멸적 감정을 표현함으로써 성립하므로 그 피해자는 특정되어야 한다.” — 대법원 2014. 3. 27. 선고 2011도15631 판결
그래서 집단을 향한 욕설에서는 “그 말이 나 개인을 향한 것으로 볼 수 있는가”가 핵심 쟁점이 됩니다.
3. 대법원이 정한 집단표시 모욕의 판단 틀
대법원은 두 가지를 나누어 설시했습니다.
(1) 비난이 옅어지는지(희석 여부): 원칙과 예외
“집단표시에 의한 모욕은, 모욕의 내용이 집단에 속한 특정인에 대한 것이라고는 해석되기 힘들고, 집단표시에 의한 비난이 개별구성원에 이르러서는 비난의 정도가 희석되어 구성원 개개인의 사회적 평가에 영향을 미칠 정도에 이르지 아니한 경우에는 구성원 개개인에 대한 모욕이 성립되지 않는다고 봄이 원칙이고, 비난의 정도가 희석되지 않아 구성원 개개인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것으로 평가될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구성원 개개인에 대한 모욕이 성립할 수 있다.”
- 원칙: 개인에 대한 모욕은 성립하지 않는다.
- 예외: 비난이 옅어지지 않아 개인의 사회적 평가를 떨어뜨릴 만하면 성립할 수 있다.
(2) 피해자가 특정되는지
“한편 구성원 개개인에 대한 것으로 여겨질 정도로 구성원 수가 적거나 당시의 주위 정황 등으로 보아 집단 내 개별구성원을 지칭하는 것으로 여겨질 수 있는 때에는 집단 내 개별구성원이 피해자로서 특정된다고 보아야 할 것인데, 구체적인 기준으로는 집단의 크기, 집단의 성격과 집단 내에서의 피해자의 지위 등을 들 수 있다.”
피해자로 특정되는 경우는 두 가지입니다.
- 구성원 수가 적어 개개인에 대한 말로 여겨질 때
- 당시 주위 정황으로 보아 특정 구성원을 가리키는 것으로 여겨질 때
구체적 기준은 집단의 크기 · 집단의 성격 · 집단 안에서 피해자의 지위입니다.
4. 실제 사건에서는 어떻게 판단했나 (2011도15631)
사안의 개요
피고인이 학생들과 함께한 회식 자리에서 여성 아나운서를 비하하는 발언을 했습니다. 이 일로 공중파 방송 아나운서들로 구성된 연합회(판결문 표기 ‘△△△△△△연합회’) 소속 여성 아나운서들에 대한 모욕죄로 기소되었습니다.
- 연합회에 등록된 여성 아나운서: 295명
- 수사기관에 고소한 여성 아나운서: 154명
하급심의 판단
제1심과 원심은 유죄로 판단했습니다. 피고인의 지위, 발언 경위, 표현 내용, 업무의 특수성, 피해자들에 대한 일반의 관심, 주변 사람들이 발언과 피해자들을 연결할 가능성 등을 종합해 개별 구성원에 대한 경멸적 표현이라고 보았습니다.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먼저 이 발언이 여성 아나운서에게 수치심과 분노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경멸적 표현이라는 원심 판단은 받아들였습니다. 그러나 개개인에 대한 모욕죄가 성립하는지는 다음 사정을 들어 다르게 보았습니다.
- ‘여성 아나운서’는 직업과 성별로만 나눈 집단 명칭입니다. 유선방송 소속 등 다양한 형태로 활동하는 사람이 있어 집단의 경계가 불분명하고, 조직화와 결속력도 견고하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 발언이 고소인들이 속한 연합회만을 구체적으로 가리킨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 발언이 매우 부적절하고 저속하기는 합니다. 그러나 집단의 규모와 조직 체계, 대외적으로 구성원의 개성이 드러나는 정도, 발언 경위·상대방·당시 상황·표현 방식과 맥락을 고려하면, 기존의 사회적 평가를 근본적으로 바꿀 것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사람들이라서 주변 사람들이 발언과 피해자들을 연결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개개인에 대한 모욕으로 보면 모욕죄의 성립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질 우려가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대법원은 이 발언이 여성 아나운서 일반을 대상으로 한 것이어서 개별 구성원에게는 비난이 옅어진다고 보았습니다. 그래서 **“형법상 모욕죄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주문: 파기환송입니다. 대법원이 무죄를 선고한 것이 아닙니다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서부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 사건에는 무고 혐의도 함께 있었습니다. 대법원은 무고 부분에 대한 원심의 유죄 판단은 정당하다고 보았습니다. 다만 무고 부분이 모욕 부분과 경합범 관계에 있어 원심에서 하나의 형이 선고되었기 때문에, 원심판결 전부를 파기했습니다. 대법원이 직접 무죄를 선고한 것이 아니라 다시 심리하라고 원심법원에 돌려보낸 판결입니다.
5. ‘우리 학과 교수들’에 대입해 볼 점
이 판결은 학과 교수 집단을 판단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아래 내용은 결론이 아니라, 판결이 제시한 기준에 비추어 따져 볼 질문입니다.
| 판결의 기준 | 학과 상황에서 살펴볼 질문 |
|---|---|
| 집단의 크기 | “○○과 교수들”이 가리키는 범위가 몇 명이고, 그 경계가 분명한가? |
| 집단의 성격 | 직업·성별처럼 넓게 묶은 명칭인가, 구성원이 확정된 조직인가? 조직화·결속력은 어떤가? |
| 집단 내 피해자의 지위 | 그 교수가 집단 안에서 어떤 위치에 있어 발언이 그 사람을 가리키는 것으로 읽힐 수 있는가? |
| 당시 주위 정황 | 발언 전후 맥락, 듣는 사람, 장소 등으로 보아 특정 교수를 지목한 것으로 여겨지는가? |
| 비난의 희석 여부 | 표현의 구체적 방식·정도·맥락으로 보아, 개개인의 사회적 평가를 떨어뜨릴 만큼 비난이 옅어지지 않았는가? |
몇 가지는 꼭 짚어 두어야 합니다.
- 구성원이라고 해서 곧바로 피해자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집단에 속한다는 사실만으로 개별 피해자가 되지는 않습니다. 원칙은 불성립입니다.
- 집단을 욕했다고 해서 언제나 처벌되지 않는 것도 아닙니다. 구성원 수, 주위 정황, 비난의 정도에 따라 예외적으로 성립할 수 있다는 것이 판례의 태도입니다.
- 인원수 기준은 없습니다. 판결은 ‘집단의 크기’를 기준 중 하나로 들었을 뿐, 몇 명 이하라는 선을 정하지 않았습니다.
- 모욕죄 성립 요건 중 ‘공연히’(공연성) 요건도 따로 갖추어야 합니다.
- 고소 절차·고소기간 등 고소 요건은 이 글이 근거로 삼은 자료에 들어 있지 않아 다루지 않았습니다.
6. 자주 묻는 질문
Q. 학과 교수 전체를 욕하면 교수 한 명이 피해자가 될 수 있나요? 원칙적으로는 개개인에 대한 모욕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다만 구성원 수가 적거나 당시 정황상 특정 교수를 가리킨다고 여겨지고, 비난이 옅어지지 않아 그 교수의 사회적 평가를 떨어뜨릴 만하다면 예외적으로 성립할 수 있습니다(대법원 2011도15631 판결).
Q. 집단 인원이 몇 명 이하면 개인 모욕이 되나요? 판례에 숫자 기준은 없습니다. 집단의 크기·성격·피해자의 지위와 주위 정황을 종합해 판단합니다.
Q. 표현이 아주 저속하면 개인 모욕이 성립하나요? 그렇게 단정할 수 없습니다. 2011도15631 판결에서 대법원은 발언이 경멸적 표현이라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개별 구성원에게는 비난이 옅어져 모욕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판단했습니다.
Q. 욕이 아니라 교수들에 대한 사실(또는 허위 사실)을 퍼뜨렸다면요? 이 경우에는 모욕죄가 아니라 명예훼손죄(형법 제307조)가 문제됩니다. 2011도15631 판결은 모욕죄(제311조)에 관한 판결이므로, 집단표시 명예훼손에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이 판결만으로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Q. 최근 형법 개정으로 모욕죄 조문이 바뀌었나요? 아닙니다. 현행 형법은 법률 제22007호(2026. 9. 29. 공포)이고 2026년 10월 2일부터 시행되었습니다. 이 개정은 제307조와 제311조의 문언을 바꾸지 않았습니다. 두 조문의 현재 문언은 법률 제5057호(1995. 12. 29. 공포)로 만들어진 것이고, 기준일(2026. 10. 6.) 현재 두 조문 모두 시행 중입니다. 부칙은 시행일만 정하고 있습니다.
참고 법령·판례
- 형법 제307조(명예훼손) 제1항, 제2항
- 형법 제311조(모욕)
- 형법 부칙 <법률 제22007호, 2026. 9. 29.>
- 대법원 2014. 3. 27. 선고 2011도15631 판결 (참조조문: 형법 제311조)
관련 판례
모욕죄는 특정한 사람 또는 인격을 보유하는 단체에 대하여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경멸적 감정을 표현함으로써 성립하므로 그 피해자는 특정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른바 집단표시에 의한 모욕은, 모욕의 내용이 집단에 속한 특정인에 대한 것이라고는 해석되기 힘들고, 집단표시에 의한 비난이 개별구성원에 이르러서는 비난의 정도가 희석되어 구성원 개개인의 사회적 평가에 영향을 미칠 정도에 이르지 아니한 경우에는 구성원 개개인에 대한 모욕이 성립되지 않는다고 봄이 원칙이고, 비난의 정도가 희석되지 않아 구성원 개개인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