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훼손 고소는 대리인이 할 수 있는데, 처벌불원은 본인이 해야 하나요? 형사소송법 제236조와 대법원 판례로 본 차이
2026년 10월 3일 기준, 형사소송법 현행 조문과 대법원 판결 2건을 근거로 정리했습니다.
핵심 답변
- 고소와 고소취소는 대리인이 할 수 있습니다. 형사소송법 제236조는 “고소 또는 그 취소는 대리인으로 하여금하게 할 수 있다.”라고 정합니다. 조문에 쓰인 말은 ‘변호사’가 아니라 ‘대리인’입니다.
- 처벌불원 의사표시는 제236조에 나오지 않습니다. 반의사불벌죄에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표시와 처벌희망 의사표시의 철회는 이 조문의 대상이 아닙니다.
- 대법원은 처벌불원의사를 원칙적으로 대리할 수 없다고 봅니다. 대법원 2023. 7. 17. 선고 2021도11126 판결의 다수의견은 세 가지를 밝혔습니다.
- 처벌불원의사는 “원칙적으로 대리가 허용되지 않는다”.
- 그 의사결정 자체는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피해자 본인이 하여야 한다”.
- 처벌불원의사는 “일신전속적인 특성”을 가진다.
- 다만 이 판결은 명예훼손 사건이 아닙니다.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치상) 사건이고, 대리하려 한 사람도 변호사가 아니라 의식불명인 피해자의 성년후견인이었습니다. 명예훼손 사건에서 변호사가 처벌불원을 대리할 수 있는지를 직접 판단한 판결로 볼 수는 없습니다.
- 판결이 부정한 것은 제3자가 처벌불원의사를 “형성하거나 결정”하는 일입니다. 피해자 본인이 정한 의사를 다른 사람이 전달하거나 서면으로 제출하는 경우는 이 판결들이 직접 다루지 않았습니다.
즉 고소는 법이 대리를 허용하는 행위이고, 처벌불원은 법에 대리 근거가 없는 행위입니다. 따라서 “고소를 대리인이 했으니 처벌불원도 대리인이 할 수 있다”는 추론은 성립하지 않습니다.
1. 고소 대리의 근거: 형사소송법 제236조
형사소송법 제236조(대리고소)의 원문은 한 문장입니다. 항이나 호는 없습니다.
제236조(대리고소) 고소 또는 그 취소는 대리인으로 하여금하게 할 수 있다.
이 조문에서 확인할 점은 세 가지입니다.
- 대리할 수 있는 대상은 ‘고소’와 ‘그 취소’ 두 가지입니다.
- 맡는 사람은 ‘대리인’입니다. 조문에는 대리인을 변호사로 한정하는 말이 없습니다.
- “할 수 있다”는 재량 규정입니다. 대리인을 반드시 세워야 한다는 뜻이 아니라, 원하면 대리인에게 맡길 수 있다는 뜻입니다.
명예훼손 고소를 변호사에게 맡기는 경우도 이 조문이 정한 ‘대리인에 의한 고소’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2. 처벌불원은 왜 다르게 취급될까
형사소송법에는 처벌불원을 대리할 근거가 없습니다
대법원 2021도11126 판결은 형사소송법이 고소와 반의사불벌죄를 어떻게 다르게 규정했는지 비교했습니다.
- 고소와 고소취소에 관해서는 조문이 많습니다. 고소권자(제223조부터 제229조), 친고죄의 고소기간(제230조), 고소취소의 시한과 재고소 금지(제232조 제1항·제2항), 불가분(제233조), 그리고 대리고소(제236조)가 있습니다.
- 반의사불벌죄에 관해서는 제232조 제3항 하나뿐입니다. 이 조항은 처벌을 원하는 의사표시를 철회한 경우 고소취소의 시한과 재고소 금지에 관한 제1항·제2항을 준용하도록 합니다.
판결은 이 구조를 다음과 같이 정리했습니다.
반의사불벌죄의 처벌불원의사에 대하여는 대리에 관한 근거규정을 두지 않았고, 대리에 의한 고소 및 고소취소에 관한 형사소송법 제236조를 준용하는 근거규정도 두지 않았다.
또한 대법원은 이렇게 규정을 나눈 것을 “입법적 결단”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고소와 고소취소에 적용되는 법원칙을 반의사불벌죄의 처벌불원의사에는 적용하지 않겠다는 입법자의 선택이라는 것입니다.
친고죄와 반의사불벌죄는 출발점이 반대입니다
판결은 두 제도를 이렇게 구분했습니다.
피고인 또는 피의자의 처벌 여부에 관한 피해자의 의사표시가 없는 경우 친고죄는 불처벌을, 반의사불벌죄는 처벌을 원칙으로 하도록 형사소송법이 달리 취급하는 것
반의사불벌죄에서 처벌불원 의사표시가 있으면, 이미 시작된 국가의 형사절차가 피해자의 의사만으로 중단되거나 소멸합니다. 판결은 이처럼 효과가 강하기 때문에 처벌불원의사는 “피해자의 진실한 의사에 기한 것이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3. 대법원 2023. 7. 17. 선고 2021도11126 판결
사안
- 죄명: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치상). 명예훼손 사건이 아닙니다.
- 경위: 사고로 의식불명이 된 피해자에게 성년후견이 개시되었습니다. 가정법원은 성년후견인의 법정대리권에 ‘소송행위’를 포함시키고, 그 대리권을 행사할 때 법원의 허가를 받도록 정했습니다.
- 쟁점: 성년후견인이 피고인 측에서 합의금을 받은 뒤, 제1심 판결 선고 전에 피해자를 대리해 처벌불원의사를 표시했습니다. 이 의사표시가 유효한지가 문제였습니다.
다수의견의 결론
반의사불벌죄에서 성년후견인은 명문의 규정이 없는 한 의사무능력자인 피해자를 대리하여 피고인 또는 피의자에 대하여 처벌을 희망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결정하거나 처벌을 희망하는 의사표시를 철회하는 행위를 할 수 없다. 이는 성년후견인의 법정대리권 범위에 통상적인 소송행위가 포함되어 있거나 성년후견개시심판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성년후견인이 소송행위를 할 때 가정법원의 허가를 얻었더라도 마찬가지이다.
다수의견이 든 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 법 문언: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3조 제2항은 ‘피해자의 명시적인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고 정합니다. 따라서 제3자가 피해자를 대신해 처벌불원의사를 형성하거나 결정한다고 해석하면 법의 문언에 반합니다.
- 대리 근거 부재: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은 물론 형법과 형사소송법에도 처벌불원의사를 대리할 수 있다는 규정이 없습니다. 그래서 처벌불원의사는 “원칙적으로 대리가 허용되지 않는다”.
- 일신전속성: 법정대리인의 의사표시는 그 자체로 피해자의 의사가 아니고, 피해자의 진실한 의사에 맞는다는 담보도 없습니다. 그래서 처벌불원의사는 “일신전속적인 특성을 가진다”.
- 되돌릴 수 없음: 처벌불원의사에는 재고소 금지 규정이 준용됩니다. 성년후견인이 처벌불원을 표시한 뒤 피해자가 의사능력을 회복해 처벌을 원하더라도, 이미 한 처벌불원 의사표시는 되돌릴 수 없습니다.
- 합의의 의미: 성년후견인을 통한 합의는 공소 제기를 막는 소추조건이 아니라 양형인자로 고려하면 충분합니다.
반대의견
대법관 5인은 반대의견을 냈습니다. 의사능력이 없는 피해자에게 성년후견이 개시되어 있다면, 성년후견인이 가정법원의 허가를 받아 처벌불원 의사표시를 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이 쟁점에 대해 대법원 안에서도 견해가 갈렸다는 점을 함께 알아두는 것이 좋습니다.
4. 의사능력이 있으면 미성년 피해자도 단독으로 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 2009. 11. 19. 선고 2009도6058 판결
‘본인이 해야 한다’는 말은 ‘본인이 혼자 할 수 있다’는 말과 짝을 이룹니다. 이 판결은 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상 반의사불벌죄 사건입니다.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단했습니다.
반의사불벌죄에 있어서 피해자의 피고인 또는 피의자에 대한 처벌을 희망하지 않는다는 의사표시 또는 처벌을 희망하는 의사표시의 철회는 (…) 의사능력이 있는 피해자가 단독으로 이를 할 수 있고, 거기에 법정대리인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거나 법정대리인에 의해 대리되어야만 한다고 볼 것은 아니다.
- 형사절차에서 소송능력은 의사능력을 뜻합니다. 따라서 의사능력이 있는 청소년 피해자는 법정대리인의 동의 없이도 처벌불원 의사표시를 할 수 있습니다.
- 법원은 피해자에게 의사능력이 있는지, 그 의사표시가 진실한지를 “세밀하고 신중하게 조사·판단”해야 합니다.
- 이 판결에도 반대의견이 있었습니다. 피해 청소년의 의사표시에는 법정대리인이 관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견해입니다.
5. 명예훼손 사건에 적용하면 어떻게 될까
먼저 해당 명예훼손죄가 반의사불벌죄인지 확인해야 합니다
2021도11126 판결의 반대의견은 반의사불벌죄의 예로 “명예훼손죄 중 일부(형법 제307조, 제309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70조 제1항 및 제2항 등)“를 들었습니다. 명예훼손죄 전부가 반의사불벌죄라는 뜻은 아닙니다. 구체적인 사건에서 문제 된 조문이 반의사불벌죄인지 친고죄인지는 그 조문을 직접 확인해야 합니다. 이 글이 근거로 삼은 자료에는 해당 조문의 문언과 법정형이 없습니다.
반의사불벌죄라면
- 고소는 제236조에 따라 대리인이 할 수 있습니다.
- 처벌불원에 대해서는 명예훼손 사건에서 변호사의 대리를 직접 판단한 대법원 판결이 이 글의 자료에 없습니다.
- 다만 2021도11126 판결은 처벌불원을 대리할 수 없다는 결론을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조문만으로 끌어내지 않았습니다. 형사소송법 전체의 구조, 즉 제236조를 준용하는 규정이 없다는 점에서도 끌어냈습니다. 판결은 이렇게 말합니다.
반의사불벌죄의 처벌불원의사는 원칙적으로 대리가 허용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명예훼손 사건에서도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결정은 원칙적으로 피해자 본인의 몫이라고 이해하는 것이 판결의 논리와 맞습니다.
판결이 답하지 않은 부분: ‘결정’과 ‘전달’의 구분
다수의견이 허용하지 않은 것은 제3자가 처벌불원의사를 “형성하거나 결정”하는 일입니다. 피해자 본인이 처벌불원을 결정하고, 대리인이 그 의사를 담은 서면을 수사기관이나 법원에 전달·제출하는 경우가 어떻게 평가되는지는 두 판결이 직접 판단하지 않았습니다. 이 경우를 두고 된다거나 안 된다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다만 판결이 제시한 기준은 참고할 수 있습니다.
- 처벌불원 의사는 “흠이 없는 진실한 것이어야 하고, 명백하고 믿을 수 있는 방법으로 표현되어야 한다”.
- 미성년 피해자의 법정대리인을 통해 처벌불원 의사표시가 이루어진 경우, 법원은 그 의사표시에 피해자 본인의 의사가 담겨 있는지를 심리해야 합니다. 2021도11126 판결은 이런 취지의 선행 판결들을 인용했습니다.
누가 서류를 냈는지에 대해서는 판결이 판단하지 않았고, 판결은 처벌불원의사가 피해자 본인의 진실한 의사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6. 한눈에 비교
| 구분 | 고소·고소취소 | 처벌불원 의사표시·처벌희망 철회(반의사불벌죄) |
|---|---|---|
| 대리 근거 조문 | 있음(형사소송법 제236조) | 없음. 제236조를 준용하는 규정도 없음 |
| 피해자 외에 권한이 있는 사람 | 법정대리인(제225조 제1항), 피해자가 사망한 경우 배우자·직계친족·형제자매(제225조 제2항), 사자명예훼손의 친족·자손(제227조), 지정고소권자(제228조) | 피해자 외에 따로 정한 사람 없음 |
| 준용 규정 | 없음(고소 관련 규정이 직접 적용됨) | 제232조 제1항·제2항(시한·재고소 금지)을 준용(제232조 제3항) |
| 의사표시가 없을 때 | 친고죄는 불처벌이 원칙 | 반의사불벌죄는 처벌이 원칙 |
| 판례의 평가 | 조문에 따라 대리할 수 있음 | 원칙적으로 대리 불가.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본인이 결정. 일신전속적 특성 |
7. 자주 묻는 질문
Q1. 고소를 대리한 사람이 처벌불원서도 대신 낼 수 있나요? 고소를 대리할 수 있다는 사실에서 처벌불원도 대리할 수 있다는 결론은 나오지 않습니다. 제236조가 정한 대상은 고소와 그 취소뿐입니다. 대법원도 반의사불벌죄의 처벌불원의사는 원칙적으로 대리가 허용되지 않고, 그 의사결정은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피해자 본인이 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Q2. 대법원이 명예훼손 사건에서 변호사의 처벌불원 대리를 금지한 적이 있나요? 이 글이 확인한 판결 중에는 그런 사건이 없습니다. 2021도11126 판결은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치상) 사건이고, 대리하려 한 사람은 성년후견인이었습니다.
Q3. 가정법원의 허가를 받은 성년후견인이라도 안 되나요? 다수의견은 법정대리권에 소송행위가 포함되어 있고 가정법원의 허가를 얻었더라도 대리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대법관 5인의 반대의견은 가정법원의 허가를 받으면 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Q4. 미성년 피해자는 부모의 동의가 있어야 처벌불원을 할 수 있나요? 2009도6058 판결에 따르면, 의사능력이 있는 피해자는 미성년자라도 단독으로 할 수 있고 법정대리인의 동의는 필요하지 않습니다. 이때 법원은 의사능력이 있는지와 그 의사가 진실한지를 신중하게 판단해야 합니다.
Q5. 처벌불원 의사표시를 한 뒤 다시 처벌을 원할 수 있나요? 형사소송법 제232조 제3항은 처벌희망 의사표시를 철회한 경우에도 제1항·제2항(고소취소의 시한과 재고소 금지)을 준용합니다. 2021도11126 판결은 이 준용 때문에, 처벌불원이 표시된 뒤 피해자가 다시 처벌을 원하더라도 그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8. 2026년 10월 3일 기준 조문 상태
- 기준일의 형사소송법 현행본은 법률 제21857호(2026. 8. 4. 일부개정, 2026. 10. 2. 시행)입니다. 이 개정이 고친 조문에 제236조는 들어 있지 않습니다. 2027. 12. 31. 시행 예정인 개정본(법률 제21241호)에서도 제236조의 문언은 같습니다.
- 같은 개정으로 제237조(고소, 고발의 방식)도 고쳐졌습니다. 고소장의 방식을 확인할 때는 현행 조문을 직접 보아야 합니다.
- 부칙 제6조는 “제238조 및 제257조의 개정규정은 이 법 시행 이후 고소 또는 고발을 수리한 사건부터 적용한다.”라고 정합니다.
참고 법령·조문
- 형사소송법 제236조(대리고소)
- 형사소송법 제232조 제1항·제2항·제3항
- 형사소송법 제223조, 제225조 제1항·제2항, 제227조, 제228조(판결문이 고소권자 규정으로 언급)
- 형사소송법 부칙 <제21857호, 2026. 8. 4.> 제1조, 제6조
-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3조 제2항
- 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16조(2009도6058 판결 당시 조문)
- 형법 제307조, 제309조 및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70조 제1항·제2항(2021도11126 판결 반대의견이 반의사불벌죄의 예로 열거)
참고 판례
- 대법원 2023. 7. 17. 선고 2021도11126 판결
- 대법원 2009. 11. 19. 선고 2009도6058 판결
관련 판례
[1] [다수의견] 형사소송법상 소송능력이라 함은 소송당사자가 유효하게 소송행위를 할 수 있는 능력, 즉 피고인 또는 피의자가 자기의 소송상의 지위와 이해관계를 이해하고 이에 따라 방어행위를 할 수 있는 의사능력을 의미한다. 의사능력이 있으면 소송능력이 있다는 원칙은 피해자 등 제3자가 소송행위를 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반의사불벌죄에 있어서 피해자의 피고인 또는 피의자에 대한 처벌을 희망하지 않는다는 의사표시 또는 처벌을 희망하는 의사표시의 철회는, 위와 같은 형사소송절차에 있어서의 소송능력에 관한 일반원칙
[1] [다수의견] 반의사불벌죄에서 성년후견인은 명문의 규정이 없는 한 의사무능력자인 피해자를 대리하여 피고인 또는 피의자에 대하여 처벌을 희망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결정하거나 처벌을 희망하는 의사표시를 철회하는 행위를 할 수 없다. 이는 성년후견인의 법정대리권 범위에 통상적인 소송행위가 포함되어 있거나 성년후견개시심판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성년후견인이 소송행위를 할 때 가정법원의 허가를 얻었더라도 마찬가지이다. 구체적인 이유는 아래와 같다. (가) 형사소송절차 규정을 해석·적용할 때에는 절차적 안정성과 명확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