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훼손 고소는 변호사가 대신 해도, 처벌불원은 본인이 해야 하나요?

입력 2026.10.03. 오전 10:08

결론부터: 나뉘는 지점은 ‘고소’와 ‘처벌불원’

명예훼손으로 고소장을 낼 때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세워 접수하는 일은 실무에서 흔하다. 형사소송법 제236조가 “고소 또는 그 취소는 대리인으로 하여금 하게 할 수 있다”고 정해두었기 때문이다. 이 조문 하나로 고소와 고소취소는 대리인을 통해 할 수 있다는 근거가 마련된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반의사불벌죄에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표시(처벌불원), 또는 이미 밝힌 처벌희망 의사를 철회하는 것도 같은 논리로 변호사가 대신할 수 있을까. 결론적으로 이 둘은 법적 근거가 다르다. 제236조는 문언 그대로 ‘고소’와 ‘그 취소’만을 대리 대상으로 정하고 있고, 처벌불원 의사표시나 처벌희망 의사표시의 철회는 이 조문에 등장하지 않는다.

형사소송법이 실제로 정한 것: 제232조뿐, 제236조 준용은 없다

반의사불벌죄와 관련해 형사소송법이 두고 있는 규정은 제232조제3항이다.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사건에서 처벌을 원하는 의사표시를 철회한 경우에도 제1항과 제2항을 준용한다”는 내용으로, 이는 고소취소의 시한과 재고소 금지 규정을 처벌희망 의사표시 철회에도 적용한다는 뜻이다.

여기까지다. 처벌불원 의사표시를 누가 대리할 수 있는지에 관한 근거규정은 없고, 대리고소를 정한 제236조를 준용한다는 규정도 없다. 대법원 2023. 7. 17. 선고 2021도11126 판결은 이 구조를 다음과 같이 짚었다.

“형사소송법 제236조는 ‘고소 또는 그 취소는 대리인으로 하여금 하게 할 수 있다.‘라고 하여 대리에 의한 고소 및 고소취소에 관한 명시적 근거규정을 두었다. 반면 반의사불벌죄에 관하여는 형사소송법 제232조 제3항에서… 고소취소의 시한과 재고소의 금지에 관한 규정을 준용하는 규정 하나만을 두었을 뿐 반의사불벌죄의 처벌불원의사에 대하여는 대리에 관한 근거규정을 두지 않았고, 대리에 의한 고소 및 고소취소에 관한 형사소송법 제236조를 준용하는 근거규정도 두지 않았다.”

이 판결은 입법자가 친고죄의 고소·고소취소와 반의사불벌죄의 처벌불원 의사표시를 의도적으로 다르게 취급했다고 해석한다. “형사소송법이 친고죄와 달리 반의사불벌죄에 관하여 고소취소의 시한과 재고소의 금지에 관한 규정을 준용하는 규정 외에 다른 근거규정이나 준용규정을 두지 않은 것은… 입법적 결단으로 이해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 판결, 명예훼손 사건은 아니다 — 무엇을 판단했는지 정확히 보면

여기서 짚어야 할 점이 있다. 대법원 2021도11126 판결은 명예훼손 사건이 아니라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치상) 사건이고, 대리를 시도한 사람도 변호사가 아니라 사고로 의식불명 상태가 된 피해자의 성년후견인이었다. 성년후견인 선임 심판에서는 법정대리권 범위에 ‘소송행위’를 포함시키고 법원의 허가를 받도록 정해두었는데도, 다수의견은 그런 허가를 얻었더라도 처벌불원 의사표시를 대리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이 판단에는 대법관 5인의 반대의견(가정법원 허가를 받으면 대리가 가능하다는 입장)이 있었다는 점도 함께 알아둘 필요가 있다.

다수의견이 세운 원칙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 반의사불벌죄에서 처벌불원의사는 “원칙적으로 대리가 허용되지 않는다”
  • 그 의사결정 자체는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피해자 본인이 하여야 한다”
  • 처벌불원의사는 “일신전속적인 특성을 가진다”

‘원칙적으로’,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이라는 단서가 붙어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이 판결이 명확히 부정한 것은 제3자가 피해자를 대신해 처벌불원의 의사를 “형성하거나 결정”하는 행위다. 판결문의 표현을 그대로 옮기면 다음과 같다.

“제3자가 피해자를 대신하여 처벌불원의사를 형성하거나 결정할 수 있다고 해석하는 것은 법의 문언에 반한다.”

반대로, 피해자 본인이 이미 스스로 정한 의사를 변호사 등 다른 사람이 서면으로 정리해 법원에 제출하거나 전달하는 행위까지 이 판결이 금지했는지는 이 판결문만으로는 확인되지 않는다. 판결이 문제 삼은 것은 ‘의사의 형성·결정’이지, ‘이미 형성된 의사의 전달’ 그 자체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 구분을 넘어서는 단정은 이 판결의 사안(성년후견인의 대리 결정)을 벗어나는 해석이 된다.

명예훼손죄와 반의사불벌죄의 관계

명예훼손이 왜 이 논의와 연결되는지도 짚어야 한다. 2021도11126 판결의 반대의견은 반의사불벌죄의 유형을 나열하면서 “명예훼손죄 중 일부(형법 제307조, 제309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70조 제1항 및 제2항 등)“를 언급했다. 다만 이 판결문에는 해당 조문들의 구체적 문언이나 법정형까지는 나오지 않는다. 즉 명예훼손죄 전부가 반의사불벌죄라거나 친고죄라고 단정할 근거는 이 판결만으로는 없고, 명예훼손 관련 형사 사건이 반의사불벌죄 구조를 가질 수 있다는 사실관계 정도만 확인된다.

의사능력이 있는 피해자라면 상황이 다르다

한편 처벌불원 의사표시의 주체가 미성년자인 경우를 다룬 대법원 2009. 11. 19. 선고 2009도6058 판결은 또 다른 결을 보여준다. 이 판결(청소년성보호법상 반의사불벌죄 사건, 반대의견 있음)의 다수의견은 의사능력이 있는 피해 청소년이라면 법정대리인의 동의 없이도 단독으로 처벌불원 의사표시나 처벌희망 의사표시 철회를 할 수 있다고 보았다.

“의사능력이 있으면 소송능력이 있다는 위 원칙은 피해자 등 제3자가 소송행위를 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보아야 한다… 청소년성보호법 제16조에 규정된 반의사불벌죄라고 하더라도, 피해자인 청소년에게 의사능력이 있는 이상, 단독으로 피고인 또는 피의자의 처벌을 희망하지 않는다는 의사표시 또는 처벌희망 의사표시의 철회를 할 수 있고, 거기에 법정대리인의 동의가 있어야 하는 것으로 볼 것은 아니다.”

이 판결과 2021도11126 판결을 나란히 놓으면, 두 판결이 공통으로 강조하는 지점이 드러난다. 처벌불원이라는 의사결정은 ‘그 의사를 실제로 형성할 능력이 있는 본인’에게 귀속되는 문제이고, 제3자(법정대리인이든 성년후견인이든)가 그 결정을 대신 내리는 데는 명문의 근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형사소송법에는 그런 근거가 처벌불원 의사표시에 관해서는 마련되어 있지 않다.

정리

  • 형사소송법 제236조는 ‘고소’와 ‘그 취소’만을 대리 대상으로 정한다. 대리할 수 있는 주체는 ‘대리인’이며, 법조문에 ‘변호사’라는 표현은 나오지 않는다. 어미도 “할 수 있다”는 재량 규정이다.
  • 처벌불원 의사표시나 처벌희망 의사표시 철회에 관해 형사소송법이 둔 규정은 제232조제3항(고소취소 시한·재고소 금지의 준용) 하나뿐이며, 제236조를 준용하는 규정은 없다.
  • 대법원 2023. 7. 17. 선고 2021도11126 판결은 이런 문언 구조를 근거로, 반의사불벌죄에서 처벌불원 의사는 원칙적으로 대리가 허용되지 않고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피해자 본인이 결정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다만 이 판결의 사안은 명예훼손이 아니라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 사건이며, 대리를 시도한 사람도 성년후견인이었다. 대법관 5인의 반대의견이 있었다는 점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 이 판결이 부정한 것은 제3자가 처벌불원의사를 ‘형성하거나 결정’하는 것이며, 본인이 이미 정한 의사를 대리인이 전달·제출하는 상황까지 다룬 것인지는 이 판결문만으로 확인되지 않는다.
  • 의사능력이 있는 피해자(미성년자 포함)는 법정대리인의 동의 없이도 단독으로 처벌불원 의사표시를 할 수 있다는 것이 대법원 2009. 11. 19. 선고 2009도6058 판결의 다수의견이다.
  • 명예훼손죄 가운데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하는 유형이 있다는 점은 2021도11126 판결 반대의견에서 언급되었으나, 해당 조문의 구체적 내용은 이 자료만으로 확인되지 않는다.

참고 법령·판례

  • 형사소송법 제236조(대리고소)
  • 형사소송법 제232조제3항
  • 대법원 2009. 11. 19. 선고 2009도6058 판결
  • 대법원 2023. 7. 17. 선고 2021도11126 판결

관련 법령: 형사소송법 제236조

관련 판례

대법원 2009도6058 — 대법원 2009. 11. 19. 선고 2009도6058 판결

[1] [다수의견] 형사소송법상 소송능력이라 함은 소송당사자가 유효하게 소송행위를 할 수 있는 능력, 즉 피고인 또는 피의자가 자기의 소송상의 지위와 이해관계를 이해하고 이에 따라 방어행위를 할 수 있는 의사능력을 의미한다. 의사능력이 있으면 소송능력이 있다는 원칙은 피해자 등 제3자가 소송행위를 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반의사불벌죄에 있어서 피해자의 피고인 또는 피의자에 대한 처벌을 희망하지 않는다는 의사표시 또는 처벌을 희망하는 의사표시의 철회는, 위와 같은 형사소송절차에 있어서의 소송능력에 관한 일반원칙

판결문 원문 (2009-11-19 선고)

대법원 2021도11126 — 대법원 2023. 7. 17. 선고 2021도11126 판결

[1] [다수의견] 반의사불벌죄에서 성년후견인은 명문의 규정이 없는 한 의사무능력자인 피해자를 대리하여 피고인 또는 피의자에 대하여 처벌을 희망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결정하거나 처벌을 희망하는 의사표시를 철회하는 행위를 할 수 없다. 이는 성년후견인의 법정대리권 범위에 통상적인 소송행위가 포함되어 있거나 성년후견개시심판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성년후견인이 소송행위를 할 때 가정법원의 허가를 얻었더라도 마찬가지이다. 구체적인 이유는 아래와 같다. (가) 형사소송절차 규정을 해석·적용할 때에는 절차적 안정성과 명확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므로

판결문 원문 (2023-07-17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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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인한 1차 출처

최종 확인일: 2026-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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