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 목적이라도 내용이 거짓이면 처벌을 피할 수 없나요?
결론부터: 거짓이면 형법 제310조는 적용되지 않는다
결론을 먼저 말하면, 공익 목적이어도 적시한 내용이 거짓이면 형법 제310조(위법성의 조각)는 적용될 여지가 없다. 형법 제310조는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라는 두 가지 요건을 함께 갖춘 경우에만 처벌하지 않는다고 정하고 있고, 이 조문은 형법 제307조제1항(공연히 사실을 적시한 명예훼손)에만 붙는다. 제307조제2항(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한 명예훼손)에는 제310조가 적용되지 않는다.
즉 “허위라도 공익 목적이면 처벌하지 않는다”는 말은 성립하지 않는다. 공익 목적은 거짓의 면죄부가 될 수 없다.
형법 제307조와 제310조의 조문 구조
먼저 두 조문이 각각 무엇을 정하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형법 제307조(명예훼손)
①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제1항은 “사실”을 적시한 경우, 제2항은 “허위의 사실”을 적시한 경우를 각각 규정한다. 법정형도 다르다. 제2항(허위 적시)의 법정형이 제1항(진실 적시)보다 무겁게 설정되어 있다는 점에서, 입법 자체가 ‘진실한 사실 적시’와 ‘허위 사실 적시’를 다르게 취급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형법 제310조(위법성의 조각)
제310조(위법성의 조각) 제307조제1항의 행위가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
조문 자체가 “제307조제1항의 행위”라고 명시하고 있다. 제307조제2항을 언급하지 않는다. 즉 입법 구조상 제310조는 제1항(진실 적시)에만 연결되고, 제2항(허위 적시)에는 처음부터 작동하지 않는다.
왜 허위 사실 적시에는 제310조가 붙지 않는가
제310조가 요구하는 요건은 “진실한 사실로서”와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 두 가지를 함께 갖추는 것이다. 이 중 하나라도 빠지면 위법성이 조각되지 않는다. 허위의 사실을 적시한 경우에는 애초에 “진실한 사실”이라는 첫 번째 요건 자체를 충족하지 못하므로, 공익성을 아무리 두텁게 갖추고 있어도 제310조가 적용될 수 없는 구조다.
다시 말해 “진실이기만 하면 처벌하지 않는다”거나 “공익이기만 하면 처벌하지 않는다”는 식으로 어느 한쪽 요건만으로 면책되는 것이 아니며, 더 나아가 거짓인 경우에는 공익성 요건을 따질 필요도 없이 제310조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오로지 공공의 이익’의 의미 — 사익이 섞이면 무조건 안 되는가
제310조 적용과 관련해 자주 오해되는 부분이 ‘오로지’라는 표현이다. 대법원 1996. 10. 25. 선고 95도1473 판결은 이 부분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형법 제310조에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라 함은 적시된 사실이 객관적으로 볼 때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으로서 행위자도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그 사실을 적시한 것이어야 하고, 이 경우에 적시된 사실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인지 여부는 당해 적시 사실의 구체적인 내용, 당해 사실의 공표가 이루어진 상대방의 범위, 그 표현의 방법 등 그 표현 자체에 관한 제반 사정을 감안함과 동시에 그 표현에 의하여 훼손되거나 훼손될 수 있는 명예의 침해 정도 등을 비교·고려하여 결정하여야 하며, 행위자의 주요한 목적이나 동기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부수적으로 다른 사익적 목적이나 동기가 내포되어 있더라도 형법 제310조의 적용을 배제할 수 없다.”
즉 ‘오로지’는 사익이 단 한 점도 섞이면 안 된다는 뜻이 아니다. 행위자의 주요한 목적이나 동기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거기에 부수적인 사익적 동기가 함께 있더라도 제310조 적용이 배제되지 않는다. 이 사건에서 재건축 주택조합 대의원들이 작성·배포한 유인물에 “강탈 도용”, “악의에 찬”, “행패”, “협박과 공포조성에 혈안이다” 등 다소 감정적이고 과격한 표현이 쓰였지만, 대법원은 그러한 표현 방식만으로 주요한 목적이나 동기가 비방에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보았다.
다만 이 판단은 어디까지나 전제조건인 ‘진실성’이 인정된 다음에 공익성을 따지는 단계의 이야기다. 내용 자체가 거짓이라면 이 논의에 들어가기 전 단계에서 이미 제310조 적용 대상이 아니다.
진실성·공익성은 누가 증명하는가
95도1473 판결은 증명책임에 대해서도 명확히 밝히고 있다.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행위가 형법 제310조의 규정에 따라서 위법성이 조각되어 처벌대상이 되지 않기 위하여는 그것이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 해당된다는 점을 행위자가 증명하여야 하는 것이나, 그 증명은 유죄의 인정에 있어 요구되는 것과 같이 법관으로 하여금 의심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엄격한 증거에 의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므로, 이 때에는 전문증거에 대한 증거능력의 제한을 규정한 형사소송법 제310조의2는 적용될 여지가 없다.”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진실성·공익성의 증명책임은 행위자(피고인) 쪽에 있다. “검사가 허위임을 입증해야 한다”는 구도가 아니다.
- 다만 이 증명은 유죄 인정에 필요한 수준의 엄격한 증거일 필요는 없다.
- 그 결과 전문증거의 증거능력을 제한하는 형사소송법 제310조의2가 이 국면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이 판결이 다룬 사안은 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되기 전의 구 형법 제307조제1항이 적용된 사건이라는 점도 함께 짚어둘 필요가 있다. 판결의 결론은 검사의 상고를 기각한 것이며, 원심의 구체적인 주문 내용까지는 이 글에서 확인하지 않는다.
요약
| 구분 | 형법 제307조제1항 (진실 적시) | 형법 제307조제2항 (허위 적시) |
|---|---|---|
| 법정형 |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 |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 |
| 제310조 적용 여부 | 적용 가능 (진실성+공익성 요건 충족 시) | 적용되지 않음 |
- 형법 제310조는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만 처벌하지 않는다고 규정하며, 이는 제307조제1항에만 연결된다.
- 제307조제2항(허위 사실 적시)에는 제310조가 붙지 않으므로, 공익 목적이 있어도 내용이 거짓이면 이 조문으로 면책될 수 없다.
- ‘오로지’는 사익이 조금도 섞이지 않아야 한다는 뜻이 아니라, 주요한 목적·동기가 공익에 있으면 부수적 사익 동기가 있어도 적용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의미다(95도1473 판결).
- 진실성·공익성의 증명책임은 행위자에게 있되, 엄격한 증거에 의할 필요는 없고 전문증거 제한 규정(형사소송법 제310조의2)은 적용되지 않는다.
- ‘무조건’, ‘자동으로’, ‘진실이면 처벌 없다’, ‘공익 목적만 있으면 면책된다’는 식의 단정은 조문과 판례 어디에도 근거가 없다.
참고 법령·판례
- 형법 제307조(명예훼손) 제1항·제2항
- 형법 제310조(위법성의 조각)
- 형사소송법 제310조의2
- 대법원 1996. 10. 25. 선고 95도1473 판결
관련 판례
[1]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행위가형법 제310조의 규정에 따라서 위법성이 조각되어 처벌대상이 되지 않기 위하여는 그것이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 해당된다는 점을 행위자가 증명하여야 하는 것이나, 그 증명은 유죄의 인정에 있어 요구되는 것과 같이 법관으로 하여금 의심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엄격한 증거에 의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므로, 이 때에는 전문증거에 대한 증거능력의 제한을 규정한형사소송법 제310조의2는 적용될 여지가 없다. [2]형법 제310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