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변 검사에서 마약이 나왔는데 누가 몰래 탄 것이라면, 이 사실을 어떻게 밝혀야 할까
소변 검사나 모발 검사에서 마약류 양성 반응이 나왔을 때, 본인은 마약을 먹은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고 음료나 음식에 누군가 몰래 탄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례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핵심이 되는 것은 형법이 정한 ‘고의’와 ‘과실’의 구조다. 아래에서 조문 원문을 그대로 살펴보고, 이 사안에 어떻게 연결되는지, 그리고 연결되지 않는 부분은 어디인지를 구분해서 정리한다.
형법 제13조·제14조 원문
형법은 범죄가 성립하기 위한 인식의 문제를 제13조와 제14조에서 규정한다. 현행 형법은 2026년 10월 2일부터 시행되고 있다(법률 제22007호, 2026. 9. 29., 일부개정 부칙). 다만 제13조와 제14조의 현재 문언 자체는 이보다 앞선 법률 제17571호(공포 2020. 12. 8.)의 전문개정으로 만들어진 것이며, 2026년 개정은 이 두 조문의 문언을 고친 것이 아니다.
제13조(고의)
제13조(고의) 죄의 성립요소인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 다만,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로 한다.
이 조문은 본문과 단서로 구성되어 있다. 본문은 “죄의 성립요소인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이고, 단서는 “다만,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로 한다”이다. 두 부분을 함께 읽어야 조문의 의미가 정확하다.
제14조(과실)
제14조(과실) 정상적으로 기울여야 할 주의(注意)를 게을리하여 죄의 성립요소인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행위는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만 처벌한다.
이 조문은 “정상적으로 기울여야 할 주의를 게을리하여” 인식하지 못했다는 요건과, 그런 경우라도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만” 처벌한다는 한정을 함께 담고 있다.
참고로 ‘고의’와 ‘과실’이라는 단어는 각 조의 제목에만 등장하고, 본문 자체에는 이 단어가 쓰이지 않는다. 조문을 인용할 때는 “죄의 성립요소인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행위”(제13조), “정상적으로 기울여야 할 주의를 게을리하여”(제14조)라는 본문 문언을 그대로 쓰는 것이 정확하다. 또한 두 조문 모두 항·호·목으로 나뉘지 않은 단일 조문이며, 단서는 제13조에만 있다.
이 구조가 ‘몰래 탄 마약’ 상황에 어떻게 연결되는가
제13조 본문의 문언을 그대로 적용해 보면, 범죄가 성립하려면 “죄의 성립요소인 사실”을 인식했어야 한다는 것이 원칙이다. 자신이 마약을 섭취한다는 사실 자체를 몰랐다면, 바로 이 “인식하지 못한 행위”에 해당할 여지가 생긴다. 음료에 몰래 탄 것을 모르고 마셨다는 주장이 사실로 인정된다면, 섭취 사실에 대한 인식이 없었다는 점에서 제13조 본문이 문제되는 지점이다.
그런데 제13조는 본문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단서는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로 한다고 정하고 있다. 즉 인식하지 못했어도 처벌할 수 있도록 법률이 별도로 정해 둔 경우가 있다면, 본문의 ‘벌하지 아니한다’는 원칙이 그 법률에서는 적용되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이다. 또한 제14조는 ‘주의를 게을리해서’ 인식하지 못한 경우(과실)도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만” 처벌한다고 정한다.
여기서 반드시 구분해야 할 점이 있다. 음료에 몰래 탄 마약을 모르고 먹은 경우에 실제로 어떤 법률에 제13조 단서나 제14조가 말하는 ‘특별한 규정’이 존재하는지는 이 글에서 확인된 사실이 아니다. 마약류 관련 처벌 법률의 구체적 조문 내용까지 들어가지 않고 형법 제13조·제14조만 놓고 보면, 이 두 조는 “인식하지 못했다면 원칙적으로 처벌하지 않되,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으면 달라질 수 있다”는 구조 자체만을 보여줄 뿐, 마약 섭취 사건에 그런 특별 규정이 실제로 있는지 없는지를 단정해 주지는 않는다. 이를 섣불리 “몰랐다면 처벌받지 않는다”거나 “무죄로 본다”라고 단정하는 것은 조문의 단서 부분을 생략한 해석이 된다.
실무에서 ‘몰래 탔다’는 사실은 어떻게 밝히는가
형법 제13조·제14조는 인식 여부에 따른 처벌 가능성의 ‘구조’를 정한 조문이고, 그 인식이 있었는지 없었는지는 사실관계의 문제로서 별도로 입증되어야 한다. 조문 자체에는 입증 방법이나 절차가 적혀 있지 않으며, 이 사안을 다룬 판례도 확인되지 않는다. 다만 조문의 구조에서 자연스럽게 따라나오는 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본인이 섭취 사실 자체를 몰랐다는 점은 제13조 본문이 말하는 “인식하지 못한 행위”에 해당할 수 있는 사정이므로, 이 인식 여부가 사건의 쟁점이 된다.
- 다만 그 인식 부재가 실제로 있었는지는 별도의 사실 증명이 필요한 부분이며, 형법 제13조·제14조 자체가 그 증명 방법을 정하고 있지는 않다.
- 주의를 기울였는지(제14조)의 문제, 즉 음료나 음식 관리에 있어 평소 기울여야 할 주의를 게을리한 사정이 있었는지도 별도로 검토될 수 있는 지점이다.
- 제13조 단서나 제14조가 말하는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 해당하는지는 마약류 관련 개별 법률의 내용을 확인해야 하는 문제로서, 형법 제13조·제14조만으로는 답이 나오지 않는다.
제13조와 제14조에는 법정형이 들어 있지 않다. 처벌 여부나 형량의 구체적 기준은 이 두 조문이 아니라 각 범죄를 정한 개별 법률(이 글에서는 다루지 않은 마약류 관련 법률 등)에서 정해지는 사항이다.
정리
형법 제13조는 “죄의 성립요소인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는 원칙과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로 한다”는 단서로 이루어져 있고, 제14조는 “정상적으로 기울여야 할 주의를 게을리하여” 인식하지 못한 경우를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만” 처벌한다고 정한다. 음료에 몰래 탄 마약을 모르고 섭취한 경우, 섭취 사실에 대한 인식이 없었다는 점은 제13조 본문이 말하는 상황과 맞닿아 있지만, 그 예외인 ‘특별한 규정’이 실제로 존재하는지는 이 조문만으로 확인되지 않는 문제다. 결국 이런 상황에서는 ① 인식이 없었다는 사실관계 자체를 어떻게 뒷받침하느냐, ② 관련 법률에 제13조 단서·제14조가 말하는 ‘특별한 규정’이 있는지를 나누어 살펴보아야 하며, 두 질문 모두 형법 제13조·제14조의 문언만으로는 최종 답이 나오지 않는 별도의 검토 영역이다.
참고 법령
- 형법 제13조(고의)
- 형법 제14조(과실)
- 형법 부칙 <제22007호, 2026. 9.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