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가 따지지 않아도 법원이 피해자 잘못을 알아서 반영하나요?
결론부터: 법원의 의무다
사기나 불법행위로 손해를 입었을 때, 피해자 쪽에도 잘못이 있었다면 그 사실을 법원이 어떻게 다룰까. 결론부터 말하면, 민법 제396조는 이를 법원의 재량이 아니라 의무로 정하고 있다.
민법 제396조(과실상계) 채무불이행에 관하여 채권자에게 과실이 있는 때에는 법원은 손해배상의 책임 및 그 금액을 정함에 이를 참작하여야 한다.
“참작할 수 있다”가 아니라 “참작하여야 한다”다. 조문 문언 자체가 법원에게 재량을 준 것이 아니라 의무를 지운 형태로 쓰여 있다는 점이 이 조문을 읽을 때 가장 먼저 짚어야 할 부분이다.
왜 “따지지 않아도”라는 질문이 성립하는가
과실상계 조문이 “참작하여야 한다”는 의무 형태로 되어 있다는 사실 자체가, 상대방이 별도로 주장·증명하지 않아도 법원이 직권으로 고려해야 하는 사항이라는 뉘앙스를 담고 있다. 다만 이 글이 근거로 삼는 법제처 조문 원문에는 “당사자가 과실을 주장해야 하는지”, “법원이 당사자의 주장 없이도 직권으로 심리해야 하는지”에 관한 내용은 들어 있지 않다. 이 부분은 조문만으로는 확인되지 않으므로, “당연히 직권으로 반영된다” 또는 “반드시 상대가 주장해야만 반영된다”처럼 단정해서 말할 수 없다. 이 글에서는 조문이 정한 범위, 즉 법원에게 “참작하여야 한다”는 의무를 지운 문언 구조까지만 설명한다.
참작 대상은 ‘책임’과 ‘금액’ 두 단계
조문을 읽을 때 흔히 놓치는 부분이 있다. 많은 사람이 과실상계를 “배상액을 깎는 절차” 정도로만 이해하지만, 조문은 그렇게 쓰여 있지 않다.
제396조는 “손해배상의 책임 및 그 금액을 정함에” 참작하라고 규정한다. 즉 참작의 대상은 두 단계다.
- 손해배상의 책임을 정하는 단계
- 손해배상의 금액을 정하는 단계
금액만 깎이는 문제가 아니라, 책임이 있는지 없는지를 판단하는 단계에서도 채권자(또는 피해자)의 과실이 고려 대상이 된다는 것이 조문의 문언이다.
사기 피해에는 어떻게 적용되나: 제763조의 준용
제396조는 원래 “채무불이행”에 관한 조문이다. 조문 문언 그대로 보면 요건은 “채무불이행에 관하여 채권자에게 과실이 있는 때”다. 사기처럼 계약 위반이 아니라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에는 이 조문이 직접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제763조가 준용 규정을 통해 이를 끌어온다.
민법 제763조(준용규정) 제393조, 제394조, 제396조, 제399조의 규정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에 준용한다.
제763조는 제393조, 제394조, 제396조, 제399조 네 개 조문을 불법행위 손해배상에 준용시킨다. 이 중 제396조(과실상계)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사기로 인한 손해배상처럼 불법행위에 해당하는 사안에서도 피해자의 과실을 참작하는 구조가 적용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제393조, 제394조, 제399조가 각각 어떤 내용을 정하고 있는지는 이 글이 근거로 삼은 법제처 조문 원문에 포함되어 있지 않으므로, 여기서는 확인된 범위인 제396조 준용 부분만 다룬다.
정리하면, 사기 피해자에게 과실상계가 문제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제396조가 불법행위에도 직접 적용된다”는 구조가 아니라, “제763조가 제396조를 불법행위 손해배상에 준용시킨다”는 구조다. 이 둘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
조문에 없는 것들 — 단정하면 안 되는 부분
법률 조문을 읽을 때는 조문이 ‘말하지 않은 것’을 구분하는 것도 중요하다. 민법 제396조·제763조를 근거로 다음과 같은 내용을 단정할 수 없다.
- 참작 비율이나 산정 방식: 조문은 “참작하여야 한다”고만 정할 뿐, 과실을 몇 퍼센트 반영하는지, 어떤 방식으로 금액을 계산하는지는 정하지 않는다.
- 당사자의 주장·증명 필요 여부: 피해자나 상대방이 과실 문제를 직접 주장해야 하는지, 법원이 아무 주장 없이도 직권으로 심리할 수 있는지는 조문에 나와 있지 않다.
- “무조건”, “자동으로”, “일정 비율로”, “절반으로” 반영된다는 식의 표현: 이런 표현은 조문 어디에도 없다.
- “전액 면책”된다는 식의 결과: 조문은 책임과 금액을 ‘참작’하라는 것이지, 책임을 완전히 없앤다는 규정이 아니다.
이 조문들은 괄호 안에 별도의 정의 규정도 두고 있지 않고, 항·호·목 구분 없이 한 문장으로만 되어 있다. 단서도 없다. 따라서 조문 자체가 주는 정보는 “채권자(피해자)에게 과실이 있을 때 법원이 책임과 금액을 정하면서 이를 참작해야 한다”는 원칙적 구조까지이고, 구체적인 적용 방식은 이 조문만으로는 확인되지 않는다.
조문 용어 주의: ‘채권자’와 ‘과실’, 사기·피해자·부주의는 조문 용어가 아니다
이 글에서 “사기 피해자”라는 표현을 썼지만, 이는 설명을 돕기 위한 일반적 서술이지 조문에 등장하는 용어가 아니다. 제396조의 문언은 “채권자”, “과실”, “참작”이라는 단어를 쓰고 있을 뿐, “피해자”, “사기”, “부주의”, “감액” 같은 표현은 조문 원문에 들어 있지 않다. 조문을 직접 인용할 때는 이 차이를 분명히 해야 한다.
시행 시점과 개정 연혁에 관한 참고 사항
이 글이 근거로 삼은 민법은 법률 제21454호(2026. 3. 17. 일부개정)로, 시행일은 2026년 3월 17일이다. 다만 법제처 원문을 확인한 결과, 제396조와 제763조는 모두 연혁 표기가 없어 현재 문언을 만든 개정이 언제인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법률 제21454호의 개정문을 보면 이 법률이 실제로 고친 조문은 제1001조(대습상속), 제1008조(특별수익자의 상속분), 제1010조(대습상속분), 제1115조(유류분의 보전) 네 개이며, 제396조·제763조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 또한 이 법률의 부칙은 시행일과 상속권 상실 선고·유류분에 관한 적용례·특례만 정하고 있을 뿐, 과실상계와 관련된 경과조치는 담고 있지 않다. 2026년 10월 9일 기준으로는 두 조문 모두 현행 조문이다.
참고 법령
- 민법 제396조(과실상계)
- 민법 제763조(준용규정)
- 민법 부칙 <법률 제21454호, 2026. 3. 17.> 제1조~제4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