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망하게 하겠다고 사장을 겁주면 협박죄가 될까: 형법 제283조의 '사람'과 해악의 대상
결론부터: 협박죄의 객체는 ‘사람’이지 ‘회사’가 아니다
“회사를 망하게 하겠다”고 말해서 사장이 겁을 먹었다면, 처벌 대상이 되는 죄명은 **‘회사에 대한 협박죄’가 아니라 ‘사장(개인)에 대한 협박죄’**다. 이 구분이 왜 중요한지부터 짚어야 이 주제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형법 제283조 제1항은 이렇게 규정한다.
“사람을 협박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5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
조문이 말하는 객체는 명확히 ‘사람’이다. 그리고 대법원은 이 ‘사람’을 자연인으로 한정해왔다. 대법원 2010. 7. 15. 선고 2010도1017 판결은 다음과 같이 판시했다.
“협박죄는 사람의 의사결정의 자유를 보호법익으로 하는 범죄로서 형법규정의 체계상 개인적 법익, 특히 사람의 자유에 대한 죄 중 하나로 구성되어 있는바, 위와 같은 협박죄의 보호법익, 형법규정상 체계, 협박의 행위 개념 등에 비추어 볼 때, 협박죄는 자연인만을 그 대상으로 예정하고 있을 뿐 법인은 협박죄의 객체가 될 수 없다.”
즉 법인(회사) 그 자체는 협박죄의 피해자가 될 수 없다. 협박죄가 보호하는 것은 ‘사람의 의사결정의 자유’이고, 이런 자유를 가질 수 있는 것은 자연인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회사를 망하게 하겠다”는 말이 처벌될 수 있나 — 해악의 대상과 협박죄의 객체는 다르다
여기서 핵심 구분이 나온다. **“누구를 협박했는가”(협박죄의 객체)**와 **“무엇을 해치겠다고 했는가”(해악의 대상)**는 서로 다른 문제다.
대법원 2010도1017 판결은 이 둘을 분리해서 설명한다.
“그 고지되는 해악의 내용, 즉 침해하겠다는 법익의 종류나 법익의 향유 주체 등에는 아무런 제한이 없다. 따라서 피해자 본인이나 그 친족뿐만 아니라 그 밖의 ‘제3자’에 대한 법익 침해를 내용으로 하는 해악을 고지하는 것이라고 하더라도 피해자 본인과 제3자가 밀접한 관계에 있어 그 해악의 내용이 피해자 본인에게 공포심을 일으킬 만한 정도의 것이라면 협박죄가 성립할 수 있다. 이때 ‘제3자’에는 자연인뿐만 아니라 법인도 포함된다.”
풀어서 말하면 이렇다.
- 협박죄의 객체(협박을 당하는 사람): 반드시 자연인이어야 한다. 회사 대표, 임원, 직원 등 실제로 해악을 고지받은 개인이다.
- 해악의 대상(무엇이 침해된다고 위협하는가): 제한이 없다. 피해자 본인, 그 친족뿐 아니라 제3자도 가능하고, 이 제3자에는 법인도 포함된다.
그러니 “회사를 망하게 하겠다”는 말은 ‘회사(법인)‘를 해악의 대상으로 삼은 것이고, 이 말을 실제로 들은 사장(자연인)이 협박죄의 객체가 되는 구조다. 법인이 협박죄의 피해자로 기소되는 것이 아니라, 그 말을 들은 사람이 피해자로 기소되는 것이다.
다만 “회사를 망하게 하겠다”고 말하기만 하면 협박죄가 되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은 제3자(여기서는 회사)에 대한 해악 고지가 협박죄로 인정되려면 일정한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고 밝혔다.
“피해자 본인과 제3자가 밀접한 관계에 있어 그 해악의 내용이 피해자 본인에게 공포심을 일으킬 만한 정도의 것이라면 협박죄가 성립할 수 있다.”
판례가 “성립한다”가 아니라 “성립할 수 있다”고 표현한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즉 회사를 해치겠다는 말을 들었다고 해서 협박죄가 성립하는 것이 아니라, 몇 가지 요건이 충족되었을 때 비로소 성립할 수 있다는 뜻이다.
대법원이 제시한 판단 기준은 다음과 같다.
“피해자 본인에게 법인에 대한 법익을 침해하겠다는 내용의 해악을 고지한 것이 피해자 본인에 대하여 공포심을 일으킬 만한 정도가 되는지 여부는 고지된 해악의 구체적 내용 및 그 표현방법, 피해자와 법인의 관계, 법인 내에서의 피해자의 지위와 역할, 해악의 고지에 이르게 된 경위, 당시 법인의 활동 및 경제적 상황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정리하면 이렇다.
- 고지된 해악의 구체적 내용과 표현방법
- 피해자와 법인(회사)의 관계
- 법인 내에서 피해자가 차지하는 지위와 역할
- 해악을 고지하게 된 경위
- 당시 법인의 활동 및 경제적 상황
이 다섯 가지 사정을 종합적으로 살펴서 판단하는 것이지, 어느 한 요소만으로 결론이 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사장이 회사의 대표이자 사실상 최대주주인 경우와, 사장이 단순히 명목상 직함만 가진 경우는 “회사가 망한다”는 말이 그 개인에게 주는 공포심의 정도가 다를 수 있다.
실제 판례 사안: ‘내부비리 고발’ 협박과 협박죄 인정
2010도1017 판결의 실제 사안은 ‘회사를 망하게 하겠다’는 표현은 아니었지만, 같은 법리 구조를 보여준다. 사건 개요는 다음과 같다.
채권추심회사의 지사장이 자신의 횡령행위에 대한 민·형사상 책임을 추궁당할 상황에 이르자, 이를 모면하기 위해 회사 본사에 “회사의 내부비리 등을 금융감독원 등 관계 기관에 고발하겠다”는 취지의 서면을 보냈다. 동시에 그 회사의 경영지원본부장이자 상무이사였던 임원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의 횡령행위를 문제삼지 말라고 요구하면서 같은 취지로 발언했다.
여기서 검사는 법인(회사)을 피해자로 기소한 것이 아니라, 직접 해악을 고지받은 자연인, 즉 그 임원을 피해자로 공소를 제기했다. 대법원은 이 임원에 대한 협박죄를 인정한 원심의 판단이 정당하다고 보아 상고를 기각했다.
“검사가 피해자를 법인으로 본 것이 아니라 피고인으로부터 직접 해악을 고지받은 자연인을 피해자로 보고 공소를 제기한 이상, 피고인의 행위가 협박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위에서 본 바와 같이 피해자에게 고지한 해악의 내용, 피해자와 실제 가해의 대상이 된 법인의 관계를 어떻게 법률적으로 평가할 것인지의 문제로 다루면 충분하다.”
이 사안에서 대법원이 고려한 요소는 판시된 종합 판단 기준 그대로였다. “피해자와 회사의 관계, 당시 회사의 상황, 피고인이 위와 같은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및 동기, 피해자에게 고지한 내용 및 그 표현방법 등을 종합”해 협박죄 성립을 인정했다.
협박의 고의와 ‘사회통념상 용인’ 여부
협박죄가 성립하려면 고의도 필요하다. 판례는 협박의 고의를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협박죄에 있어서 고의는 행위자가 일반적으로 사람으로 하여금 공포심을 일으킬 수 있는 정도의 해악을 고지한다는 것을 인식, 인용하는 것을 그 내용으로 하며, 위와 같은 의미의 협박의사가 있었는지 여부는 행위의 외형뿐만 아니라 그러한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피해자와의 관계 등 여러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
다만 해악을 고지했다고 해서 모두 처벌되는 것은 아니다. 판례는 다음과 같은 예외를 인정한다.
“해악의 고지가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사회의 관습이나 윤리관념 등에 비추어 용인할 수 있는 정도의 것이라면 협박죄가 성립하지 아니한다.”
위 판례 사안에서는 흥미로운 점이 있다. 지사장의 횡령죄 부분은 원심에서 ‘보관자의 지위에 있지 않다’는 이유로 무죄가 선고되어 확정되었다. 그럼에도 대법원은 협박죄에 대해서는 별개로 판단했다.
“회사에 대하여 정당한 절차와 방법을 통해 자신의 무고함을 주장하는 데 그치지 않고 피해자를 상대로 그와 무관한 회사의 내부 비리 등을 고발하겠다는 내용의 해악을 고지한 것은 관습이나 윤리관념 등 사회통념에 비추어 용인할 수 있는 정도의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
즉 자신의 무죄를 다투는 것과, 그 과정에서 상대방에게 위협적인 해악을 고지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로 평가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가중처벌 규정: 존속협박은 별도 조항
형법 제283조 제2항은 가중처벌 규정을 두고 있다.
“자기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에 대하여 제1항의 죄를 범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이 가중처벌이 적용되는 범위가 “자기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으로 한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부모나 조부모 등 직계존속을 협박한 경우에만 이 가중 규정이 적용되며, 자녀나 형제자매, 배우자 등 다른 가족관계로 확대 적용되지 않는다.
반의사불벌죄: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가 중요하다
형법 제283조 제3항은 절차적 요건을 규정한다.
“제1항 및 제2항의 죄는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
이는 협박죄(제1항)와 존속협박죄(제2항)가 이른바 ‘반의사불벌죄’라는 의미다. 즉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명시적으로 표시하면 검사는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 다만 이는 “고소가 있어야만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죄(친고죄)“와는 다른 개념이다. 협박죄는 피해자의 고소 없이도 수사와 공소제기가 가능하지만, 피해자가 명시적으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면 그 의사에 반해서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정리
“회사를 망하게 하겠다”고 사장에게 말해 겁을 준 경우를 법적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협박죄의 객체는 ‘사람(자연인)‘이므로, 처벌 대상은 ‘회사에 대한 협박’이 아니라 ‘그 말을 들은 사장 개인에 대한 협박’으로 구성된다.
- 회사(법인)는 해악의 대상, 즉 제3자로서 침해하겠다고 위협받는 법익의 주체가 될 수 있다.
- 다만 이런 제3자에 대한 해악 고지가 협박죄로 성립하려면, 피해자 본인과 회사가 밀접한 관계에 있고 그 해악이 피해자 본인에게 공포심을 일으킬 만한 정도여야 한다.
- 이는 고지된 해악의 구체적 내용과 표현방법, 피해자와 법인의 관계, 법인 내 피해자의 지위와 역할, 고지에 이른 경위, 당시 법인의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 판단한다.
- 법정형은 제1항 기준 3년 이하의 징역, 5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다.
- 직계존속에 대한 협박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가중되지만, 이는 자기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에 한정된다.
- 협박죄와 존속협박죄는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해서는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
참고 법령·판례
- 형법 제283조(협박, 존속협박) 제1항, 제2항, 제3항
- 대법원 2010. 7. 15. 선고 2010도1017 판결
관련 판례
[1] 협박죄에서 협박이란 일반적으로 보아 사람으로 하여금 공포심을 일으킬 정도의 해악을 고지하는 것을 의미하며, 그 고지되는 해악의 내용, 즉 침해하겠다는 법익의 종류나 법익의 향유 주체 등에는 아무런 제한이 없다. 따라서 피해자 본인이나 그 친족뿐만 아니라 그 밖의 ‘제3자’에 대한 법익 침해를 내용으로 하는 해악을 고지하는 것이라고 하더라도 피해자 본인과 제3자가 밀접한 관계에 있어 그 해악의 내용이 피해자 본인에게 공포심을 일으킬 만한 정도의 것이라면 협박죄가 성립할 수 있다. 이 때 ‘제3자’에는 자연인뿐만 아니라 법인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