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에게만 말한 험담도 명예훼손이 될 수 있습니다
흔히 “명예훼손은 여럿이 알아야 성립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한 사람 또는 소수에게만 말한 험담도 명예훼손죄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법원은 오랫동안 누가 그 말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파할 가능성이 있는지를 중요하게 봅니다. 이를 ‘전파가능성 이론’이라고 부르는데, 2020년 대법원 판결을 통해 이 법리가 계속 유지되고 있습니다.
명예훼손의 법적 요건: ‘공연성’이란 무엇인가
형법 제307조는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 를 처벌합니다. 여기서 ‘공연히’는 단순히 여럿이 보거나 듣는 상황만을 뜻하지 않습니다. 법원의 해석에 따르면 ‘공연히’는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 를 의미합니다.
이 정의가 중요한 이유는, 당신이 말한 사실이 직접 많은 사람에게 전달되지 않았더라도, 그 말을 들은 사람이 다른 사람들에게 퍼뜨릴 수 있는 상황이라면 ‘공연성’이 인정될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전파가능성: 소수인과의 대화도 명예훼손이 될 수 있는 이유
한 사람 또는 소수에게만 사실을 적시했더라도, 그것이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될 개연성이 있다면 명예훼손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법원이 적용해온 ‘전파가능성 이론’입니다.
예를 들어, 이웃과의 다툼 과정에서 당신이 그 이웃의 과거 전과사실을 이웃의 남편과 이웃의 친척이 듣는 가운데 큰 소리로 말했다고 가정합시다. 당신이 직접 많은 사람에게 말하지 않았더라도:
- 이웃의 친척이 마을 사람들에게 그 말을 전할 수 있다
- 그 내용이 개인의 사생활에 관한 민감한 정보라 다른 사람들 사이에서 회자될 가능성이 크다
- 공개된 장소(뒷길)에서 큰 소리로 말해 주변 사람들도 들을 수 있다
이런 객관적 상황들을 종합하면 전파가능성이 인정되어 명예훼손이 성립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모든 소수인과의 대화가 명예훼손일까?
아닙니다. 법원도 이 부분에서 명확한 기준을 세우고 있습니다. 공연성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다음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공연성이 부정되는 경우:
- 당신의 배우자나 친척 등 사적으로 매우 친밀한 관계인 사람에게만 말한 경우
- 변호사, 의사, 신부 등 직무상 비밀유지의무가 있는 사람에게만 말한 경우
- 수사나 소송 과정에서 공적 절차에 참여한 당사자들과의 대화
- 사실 확인이나 규명 과정에서의 발언
이런 경우에도 공연성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 상대방과의 관계가 특수하더라도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될 수 있다는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공연성이 인정됨
- 예: 친척이라도 실제 친밀도가 낮고, 적시 내용이 민감한 개인사이며, 공개된 장소에서 여러 사람이 들을 수 있는 정도의 큰 소리로 말한 경우
중요한 법적 원칙들
1. 전파가능성의 증명 정도
법은 단순한 ‘가능성’이 아니라 개연성을 요구합니다. 즉, “혹시 전파될 수도 있겠지”라는 막연한 가능성이 아니라, 객관적 정황상 합리적으로 전파될 가능성이 있어야 합니다. 또한 검사(또는 고소인)가 이에 대해 엄격하게 증명해야 합니다.
2. 발언자의 의도도 중요
당신이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될 가능성을 인식했는지, 그리고 그 위험을 용인했는지 도 판단됩니다. 예를 들어, 단순히 당신이 모르는 사이 말이 퍼진 경우와 의도적으로 소수 전달자를 통해 널리 알리려 한 경우는 다릅니다.
3. 실제로 전파된 여부는 중요하지 않음
당신이 말한 후 실제로 그 말이 다른 사람에게 전달되었는지는 명예훼손 성립에 소극적 사정으로만 고려됩니다. 즉, 실제 전파 여부가 없다고 해서 자동으로 명예훼손이 아닌 것은 아니고, 상대방의 전파의사(그 사람이 말할 의도가 있었는가)만으로도 판단하지 않습니다.
명예훼손과 모욕의 차이
혼동하기 쉬운 개념이 있습니다. 당신이 말한 내용이 **특정한 사실에 기초한 것이면 명예훼손(형법 제307조 제1항)이고, 단순히 모욕적인 표현 (예: “저 사람 쓰레기다”)이면 모욕(형법 제311조)입니다. 모욕도 ‘공연히’ 해야 처벌되지만, 보다 가벼운 처벌(1년 이하 징역·금고 또는 200만원 이하 벌금)을 받습니다.
실무에서의 판단 기준
법원이 실제로 검토하는 요소들:
- 발언자와 상대방의 관계: 얼마나 친밀한가, 특수한 신분관계가 있나
- 발언의 경위와 상황: 왜 그런 말을 하게 되었나, 의도는 무엇인가
- 발언 장소: 공개된 장소인가, 비공개 장소인가
- 발언 방식: 큰 소리로 했나, 낮은 목소리로 했나
- 적시된 내용: 개인의 사생활에 관한 민감한 사항인가, 회자될 가능성이 있는가
- 발언 후 실제 전파: 실제로 퍼졌다면 고려 대상이 될 수 있음 (하지만 이것만으로 판단하지는 않음)
결론: 한 사람에게만 말했어도 조심해야 하는 이유
한국 법은 개인의 명예 보호와 표현의 자유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려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한 사람 또는 소수에게만 말한 험담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더 많은 사람에게 퍼질 가능성이 객관적으로 있다면 명예훼손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특히 다음 상황에서는 더욱 주의해야 합니다:
- 말을 들은 사람이 그 내용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고 싶어 할 만한 민감한 정보
- 공개된 장소에서 여러 사람이 들을 수 있는 상황
- 당신이 명시적으로 비밀 유지를 요청하지 않았고, 상대방도 비밀유지의 의무가 없는 경우
다만 발언이 사실에 기초하고 공공의 이익과 관련이 있으면, 법원이 처벌을 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형법 제310조). 또한 사실 확인이나 규명 목적의 발언, 부당한 가해에 대한 대응 같은 정당한 상황이면 전파가능성에 대한 인식을 인정하기 어렵습니다.
결국 상황에 따라 다르다 는 것이 법의 답변입니다. 객관적 정황을 종합해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참고 법령
- 형법 제307조 (명예훼손)
- 형법 제310조 (위법성조각사유)
- 형법 제311조 (모욕)
- 대법원 2020. 11. 19. 선고 2020도5813 판결
관련 판례
대법원 2020. 11. 19. 선고 2020도5813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