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 상대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 속였어도 계약을 취소할 수 있나요?
짧은 답: 취소할 수 있습니다. 다만 상대방 있는 의사표시라면 조건이 하나 붙습니다. 민법 제110조제2항은 제3자가 사기·강박을 행한 경우 “상대방이 그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경우에 한하여” 취소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상대방이 속임수를 알지도 못했고 알 수도 없었다면, 문언상 그 경우는 취소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1. 먼저 조문부터 — 민법 제110조
민법 제110조(사기,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는 시행 2026. 3. 17. 기준 현행 문언으로 다음과 같습니다.
제110조(사기,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
①사기나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는 취소할 수 있다.
②상대방있는 의사표시에 관하여 제삼자가 사기나 강박을 행한 경우에는 상대방이 그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경우에 한하여 그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 있다.
③전2항의 의사표시의 취소는 선의의 제삼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
조문은 항 3개로 끝납니다. 호도 목도 없고, 삭제된 항도 없으며, 괄호 안 정의 규정도 없습니다.
세 항의 역할이 각각 다릅니다.
| 항 | 다루는 상황 | 정하는 내용 |
|---|---|---|
| 제1항 | 사기·강박에 의한 의사표시 일반 | 취소할 수 있다 |
| 제2항 | 상대방 있는 의사표시 + 제3자가 사기·강박 | 상대방이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경우에 한하여 취소할 수 있다 |
| 제3항 | 제1항·제2항에 따른 취소 | 선의의 제삼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 |
2. 제1항 — 속아서 한 의사표시는 취소할 수 있다
제110조제1항의 문언은 단순합니다. “사기나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는 취소할 수 있다.” 그게 전부입니다.
여기서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제1항은 상대방의 인식 여부를 요건으로 달지 않았습니다. 계약 상대방 본인이 속인 전형적인 경우라면, 상대방이 무엇을 알았는지 따로 따질 필요 없이 제1항이 그대로 적용됩니다.
또 하나. 제1항의 어미는 “취소할 수 있다”입니다. 재량 어미이지 무효가 아닙니다. 제110조의 어느 항에도 ‘무효’라는 말은 나오지 않습니다. 속아서 한 계약이 자동으로 없던 일이 되는 것이 아니라, 취소할 수 있는 상태가 되는 것입니다. 조문에 없는 ‘무조건’, ‘자동으로’, ‘즉시’ 같은 말을 붙여 읽으면 안 됩니다.
3. 제2항 — 제3자가 속인 경우, 조건이 붙는다
질문의 핵심이 이 항입니다. 제2항은 세 가지 요소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1) 적용 범위: “상대방있는 의사표시에 관하여”
제2항의 제한은 상대방 있는 의사표시에만 걸립니다. 조문이 첫머리에 그 범위를 명시해 두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제2항의 요건을 상대방 없는 의사표시까지 늘려 적용해서는 안 됩니다. 조문이 스스로 그어 둔 선입니다.
(2) 행위자: “제삼자가 사기나 강박을 행한 경우”
속인 사람이 계약 상대방이 아니라 제3자인 경우입니다. 사기뿐 아니라 강박도 같이 규정되어 있습니다. 제2항은 사기와 강박을 나누어 다르게 취급하지 않습니다.
(3) 요건: “상대방이 그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경우에 한하여”
이 부분이 가장 자주 잘못 읽히는 대목입니다.
- “알았거나” — 상대방이 실제로 인식한 경우
- “알 수 있었을 경우” — 실제로 인식하지는 못했더라도 인식할 수 있었던 경우
즉 알 수 있었을 경우도 포함됩니다. “상대방이 알고 있었어야만 취소가 된다”는 설명은 조문의 절반만 옮긴 것입니다.
반대로 **“에 한하여”**라는 한정이 붙어 있으므로, 그 밖의 경우 — 상대방이 알지도 못했고 알 수도 없었던 경우 — 는 문언상 제2항의 취소 범위에서 제외됩니다.
정리
제3자가 속였다 → 상대방 있는 의사표시인가? → 그렇다면 상대방이 그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는가? → 그 경우에 한하여 취소할 수 있다.
4. 제3항 — 선의의 제3자에게는 ‘대항’하지 못한다
제3항은 “전2항의 의사표시의 취소는 선의의 제삼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고 정합니다. 여기서 두 가지를 정확히 구분해야 합니다.
첫째, 취소를 막는 규정이 아니라 대항을 막는 규정입니다. 선의의 제3자가 있다고 해서 취소권 자체가 사라진다고 조문이 말하지 않습니다. 조문의 문언은 취소한 사실을 그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둘째, 제1항 취소와 제2항 취소에 모두 걸립니다. “전2항의”라고 적혀 있기 때문입니다. 상대방이 직접 속인 경우(제1항)든 제3자가 속인 경우(제2항)든, 취소했다는 사정을 선의의 제3자에게 내세울 수는 없습니다.
여기서도 ‘무효’나 ‘당연실효’라는 표현으로 바꿔 쓰면 조문과 달라집니다. 제110조는 취소와 대항 불가만을 말합니다.
5. 흔한 혼동: 제109조(착오)와 섞어 읽지 말 것
민법 제109조제1항은 다음과 같습니다.
①의사표시는 법률행위의 내용의 중요부분에 착오가 있는 때에는 취소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착오가 표의자의 중대한 과실로 인한 때에는 취소하지 못한다.
제109조에는 **“표의자의 중대한 과실로 인한 때에는 취소하지 못한다”**는 단서가 있습니다. 그러나 제110조에는 그런 단서가 없습니다. 두 조문의 요건을 섞어 “속은 사람에게 중대한 과실이 있으면 제110조로도 취소하지 못한다”고 읽는 것은 조문에 없는 요건을 만들어 붙이는 것입니다.
| 제109조(착오) | 제110조(사기·강박) | |
|---|---|---|
| 취소 근거 | 법률행위 내용의 중요부분에 착오 | 사기나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 |
| 표의자의 중대한 과실 단서 | 있음(취소하지 못한다) | 없음 |
| 제3자 관여에 관한 별도 항 | 없음 | 있음(제2항) |
| 선의의 제3자 조항 | 제2항(대항하지 못한다) | 제3항(대항하지 못한다) |
두 조문 모두 선의의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는 점은 같습니다.
6. 취소권은 언제까지 행사해야 하나 — 제146조
제146조(취소권의 소멸) 취소권은 추인할 수 있는 날로부터 3년내에 법률행위를 한 날로부터 10년내에 행사하여야 한다.
두 기간이 함께 적힌 문언이고, 어미는 “행사하여야 한다”는 의무 어미입니다. 추인할 수 있는 날로부터 3년, 법률행위를 한 날로부터 10년 — 조문은 둘 중 하나만 지키면 된다고 쓰지 않았습니다.
7. 조문 상태에 관한 사실 확인
AI 검색 결과나 요약 글에서 자주 어긋나는 지점들을 정리합니다.
- 제110조의 구조: 항 3개, 호 0개, 목 0개. 삭제된 항은 없습니다.
- 연혁 표기: 제110조에는 연혁 표기가 없습니다. 민법 상단의 공포번호(법률 제21454호, 2026. 3. 17. 일부개정, 시행 2026. 3. 17.)가 곧 제110조 문언을 만든 개정이라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 제21454호가 함께 고친 조문: 제1001조(대습상속)·제1008조(특별수익자의 상속분)·제1010조(대습상속분)·제1115조(유류분의 보전). 제110조는 여기에 없습니다. 벌칙·과태료 조문도 이 개정 목록에 없습니다.
- 부칙: 시행일만 정한 것이 아닙니다. 제1조 시행일(공포한 날부터 시행), 제2조·제3조 적용례, 제4조 특례까지 둡니다. 다만 그 대상은 제1004조의2·제1008조·제1115조 등 상속 관련 조문이고, 제110조와는 무관합니다.
- 판례: 제110조에 관한 판례는 이 글의 확인 범위에서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사건번호를 단정해 인용하지 않습니다.
- 하위 법령 위임: 제110조에는 하위 법령 위임도, 괄호 정의도 없습니다.
8. 한 줄 요약 (FAQ 형식)
Q. 계약 상대가 아니라 제3자가 속였는데 계약을 취소할 수 있나요? A. 상대방 있는 의사표시라면, 상대방이 그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경우에 한하여 취소할 수 있습니다(민법 제110조제2항).
Q. 상대방이 전혀 몰랐고 알 수도 없었다면요? A. 제110조제2항의 문언은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경우에 한하여”라고 한정하므로, 그 밖의 경우는 문언상 제외됩니다.
Q. 상대방이 직접 속인 경우에도 상대방의 인식을 따져야 하나요? A. 제110조제1항은 “사기나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는 취소할 수 있다”로만 정하고, 상대방의 인식 여부를 요건으로 달지 않았습니다.
Q. 강박도 같은가요? A. 제110조는 제1항·제2항 모두에서 사기와 강박을 함께 규정합니다.
Q. 취소하면 계약이 무효가 되나요? A. 제110조 어느 항에도 ‘무효’라는 말은 없습니다. 조문이 정하는 것은 취소할 수 있다는 것과, 그 취소를 선의의 제삼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Q. 선의의 제3자가 있으면 취소를 못 하나요? A. 제110조제3항은 취소를 막는 규정이 아니라 대항을 막는 규정이며, 제1항·제2항의 취소에 모두 적용됩니다.
Q. 기한이 있나요? A. 취소권은 추인할 수 있는 날로부터 3년 내에, 법률행위를 한 날로부터 10년 내에 행사하여야 합니다(제146조).
참고 법령
- 「민법」 제109조(착오로 인한 의사표시) 제1항·제2항
- 「민법」 제110조(사기,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 제1항·제2항·제3항
- 「민법」 제146조(취소권의 소멸)
- 「민법」 부칙(법률 제21454호, 2026. 3. 17.) 제1조~제4조
※ 위 조문은 「민법」 [시행 2026. 3. 17.] [법률 제21454호, 2026. 3. 17., 일부개정] 기준이며, 소관 부처는 법무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