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만 남은 부부가 이혼하면 그 빚, 꼭 반씩 나눠 갚나요?
이혼 상담에서 의외로 자주 나오는 질문이 있다. “재산이 하나도 없고 빚만 남았는데, 그래도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나요?” 그리고 그 뒤에 따라붙는 질문. “청구가 받아들여지면 빚도 반반씩 나누는 건가요?”
결론부터 말하면 두 질문의 답은 다르다. 빚만 남아도 재산분할 청구 자체는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빚을 “반씩” 나눈다는 공식은 없다. 이 글은 민법 제839조의2와 대법원 2013. 6. 20. 선고 2010므4071, 4088 판결을 근거로 이 둘을 구분해서 정리한다.
조문은 무엇을 정하고 있나
민법 제839조의2(재산분할청구권)는 이렇게 되어 있다.
① 협의상 이혼한 자의 일방은 다른 일방에 대하여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다. ② 제1항의 재산분할에 관하여 협의가 되지 아니하거나 협의할 수 없는 때에는 가정법원은 당사자의 청구에 의하여 당사자 쌍방의 협력으로 이룩한 재산의 액수 기타 사정을 참작하여 분할의 액수와 방법을 정한다. ③ 제1항의 재산분할청구권은 이혼한 날부터 2년을 경과한 때에는 소멸한다.
여기서 눈여겨볼 지점은, 조문이 분할 대상을 “적극재산”으로 한정하는 말을 쓰지 않았다는 것이다. 동시에 “채무도 분할 대상이다”라고 명시하지도 않았다. 제2항의 문언은 “당사자 쌍방의 협력으로 이룩한 재산의 액수 기타 사정을 참작하여 분할의 액수와 방법을 정한다”가 전부다.
즉 “빚이 재산보다 많아도 청구할 수 있다”는 결론은 조문 자체가 콕 집어 말한 내용이 아니라, 이 조문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를 두고 대법원이 내린 해석이다. 그래서 판례를 봐야 한다.
대법원 2013년 판결이 바꾼 것
이 판결 이전 대법원은(1997년, 2002년 판결 등) “총 재산가액에서 채무액을 공제하면 남는 금액이 없는 경우에는 상대방의 재산분할 청구는 받아들여질 수 없다”고 봤다. 쉽게 말해 순재산이 플러스여야만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2010므4071, 4088 판결의 다수의견은 이 입장을 “위 견해에 저촉되는 범위에서” 변경했다. 종전 판결 전체를 폐기한 것이 아니라, 저촉되는 부분만 바꿨다는 점이 중요하다.
다수의견의 핵심 논리는 이렇다.
소극재산의 총액이 적극재산의 총액을 초과하여 재산분할을 한 결과가 결국 채무의 분담을 정하는 것이 되는 경우에도 법원은 채무의 성질, 채권자와의 관계, 물적 담보의 존부 등 일체의 사정을 참작하여 이를 분담하게 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인정되면 구체적인 분담의 방법 등을 정하여 재산분할 청구를 받아들일 수 있다.
여기서 반드시 짚어야 할 표현이 “받아들일 수 있다”이지 “받아들여야 한다”가 아니라는 점이다. 청구 자체는 가능해졌지만, 그것이 자동으로 인용된다는 뜻은 전혀 아니다. 법원이 채무의 성질, 채권자와의 관계, 담보 유무 등 여러 사정을 참작해서 “적합하다”고 판단해야 비로소 구체적인 분담 방법을 정해 청구를 받아들이는 구조다.
“반씩”이 아닌 이유
적극재산을 나눌 때는 통상 혼인 기간 동안의 기여도를 따져 비율을 정한다. 그런데 다수의견은 채무 분담에 대해서는 이와 다른 기준을 명시했다.
재산분할에 의하여 채무를 분담하게 되면 그로써 채무초과 상태가 되거나 기존의 채무초과 상태가 더욱 악화되는 것과 같은 경우에는 채무부담의 경위, 용처, 채무의 내용과 금액, 혼인생활의 과정, 당사자의 경제적 활동능력과 장래의 전망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채무를 분담하게 할지 여부 및 분담의 방법 등을 정할 것이고, 적극재산을 분할할 때처럼 재산형성에 대한 기여도 등을 중심으로 일률적인 비율을 정하여 당연히 분할 귀속되게 하여야 한다는 취지는 아니다.
즉 적극재산처럼 “기여도 몇 대 몇이니까 채무도 그 비율대로”라는 일률적 공식은 판례가 스스로 배제했다. 채무를 누가 왜 졌는지(경위), 그 돈을 어디에 썼는지(용처), 혼인생활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각자의 경제활동능력과 장래 전망까지 종합적으로 따져서 분담 여부와 방법을 개별적으로 정한다. “반반”이라는 숫자는 이 판결 어디에도 없다.
아무 빚이나 나눌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더 중요한 전제가 하나 있다. 부부 중 한쪽이 제3자에게 진 빚이라고 해서 전부 재산분할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판결 이유는 이렇게 정리한다.
부부 중 일방이 제3자에 대하여 부담한 채무라도 그것이 공동재산의 형성에 수반하여 부담한 것이거나 부부 공동생활관계에서 필요한 비용 등을 조달하는 과정에서 부담한 것이면 재산분할의 대상이 된다.
반대로 말하면, 공동재산 형성과 무관하거나 공동생활 비용 조달과 무관한 개인적 채무는 애초에 분할 대상에서 빠질 수 있다는 뜻이다. 이 기준은 1993년 대법원 판결(92므501)에서부터 이어져 온 것이다.
실제 사건에서 대법원이 한 일
이 판결의 사실관계를 보면 “채무가 더 많다고 청구가 무조건 받아들여진다”는 것이 아님을 더 분명히 알 수 있다. 원심(2심)은 부부 쌍방의 총 재산가액에서 채무액을 공제하면 남는 금액이 없다는 이유로 재산분할 청구 자체를 배척했다. 반소원고는 순재산 기준으로 자신이 더 많은 채무를 지고 있었고, 반소피고는 소액이지만 플러스(+)의 순재산을 보유한 상태였다.
대법원은 이 원심 판단을 파기했다. 하지만 대법원이 직접 “채무를 몇 대 몇으로 나누라”고 정한 것은 아니다. 주문은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관할 가정법원으로 이송하는 것이었다. 이유에서는 다음과 같이 적었다.
반소원고와 반소피고의 순재산관계를 기초로 채무초과의 실질적인 이유 등을 살펴보고 반소원고 명의로 된 채무 일부를 반소피고도 분담하게 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할 만한 사정이 인정된다면 적절한 분담 방법을 정하여 반소원고의 재산분할 청구를 받아들일 수도 있었다.
“받아들일 수도 있었다”는 것이지, 대법원이 분담 비율이나 방식을 확정한 것이 아니다. 다시 심리해서 판단하라는 취지로 돌려보낸 것뿐이다.
다른 의견도 있었다는 점
이 판결에는 다수의견 외에 반대의견과 별개의견들이 함께 실려 있다. 반대의견은 채무 총액이 적극재산 총액을 초과하면 재산분할 청구 자체가 받아들여질 수 없다고 봤다. 별개의견 중 하나는 상대방 명의로 플러스(+)의 순재산이 남아 있는 경우 그 가액 한도 내에서만 재산분할을 허용해야 한다고 봤고, 다른 별개의견은 상대방에게 적극재산이 있기만 하면 청구 자체는 가능하다고 보는 입장이었다. 실무에서 적용되는 것은 다수의견이지만, 이 쟁점이 법관들 사이에서도 견해가 갈렸던 문제라는 점은 알아둘 필요가 있다.
청구권에는 기한이 있다
재산분할청구권은 이혼한 날부터 2년이 지나면 소멸한다(민법 제839조의2 제3항). 기산점은 ‘이혼한 날’이며, 빚 문제가 복잡하다고 해서 이 기간이 당연히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정리
- 재산(적극재산)보다 빚(소극재산)이 많아도 재산분할을 청구하는 것 자체는 가능하다. 이것이 2013년 대법원 판결이 종전 판례를 변경하며 확인한 지점이다.
- 다만 법원이 채무 분담을 명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있다”는 재량의 문제이지, 자동으로 인정되는 것이 아니다.
- 채무를 나누더라도 적극재산처럼 기여도 비율로 일률적으로 “반씩” 나누는 것이 아니라, 채무의 경위·용처·혼인생활 과정·당사자의 경제력과 장래 전망 등을 종합해 법원이 분담 여부와 방법을 정한다.
- 제3자에 대한 채무라도 공동재산 형성 또는 공동생활비 조달과 무관하면 애초에 분할 대상이 아닐 수 있다.
- 재산분할청구권은 이혼한 날부터 2년이 지나면 소멸한다.
“빚만 남은 부부가 이혼하면 그 빚을 반씩 나눠 갚는다”는 말은 정확하지 않다. 정확히는 “청구는 할 수 있지만, 나누는지 여부와 방법은 법원이 여러 사정을 따져 개별적으로 정한다”는 것이 지금의 판례 법리다.
참고 법령·판례
- 민법 제839조의2(재산분할청구권) 제1항, 제2항, 제3항
- 민법 제843조 (참조조문으로만 확인, 구체적 문언은 본문에서 다루지 않음)
- 대법원 2013. 6. 20. 선고 2010므4071, 4088 판결(이혼·이혼및재산분할등)
- 대법원 1993. 5. 25. 선고 92므501 판결(위 2013년 판결 이유에서 참조)
- 대법원 1997. 9. 26. 선고 97므933 판결(위 2013년 판결로 저촉 범위 내 변경)
- 대법원 2002. 9. 4. 선고 2001므718 판결(위 2013년 판결로 저촉 범위 내 변경)
관련 판례
[다수의견] 이혼 당사자 각자가 보유한 적극재산에서 소극재산을 공제하는 등으로 재산상태를 따져 본 결과 재산분할 청구의 상대방이 그에게 귀속되어야 할 몫보다 더 많은 적극재산을 보유하고 있거나 소극재산의 부담이 더 적은 경우에는 적극재산을 분배하거나 소극재산을 분담하도록 하는 재산분할은 어느 것이나 가능하다고 보아야 하고, 후자의 경우라고 하여 당연히 재산분할 청구가 배척되어야 한다고 할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소극재산의 총액이 적극재산의 총액을 초과하여 재산분할을 한 결과가 결국 채무의 분담을 정하는 것이 되는 경우에도 법원은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