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수수색 때 휴대전화 비밀번호, 안 알려주면 처벌되나
결론부터: 비밀번호를 알려줄 의무를 정한 조문은 없다
압수·수색 과정에서 수사기관이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요구했을 때 이를 알려주지 않았다는 사실 자체를 처벌하는 규정은 헌법과 형사소송법, 형법 어디에도 없다. 이 글은 헌법 제12조, 형사소송법 제120조·제244조의3, 형법 제155조의 문언만을 근거로, 그렇게 말할 수 있는 이유와 말할 수 없는 부분을 나눠 정리한다.
1. 헌법 제12조 — 압수·수색의 절차와 진술거부권
헌법 제12조는 신체의 자유와 형사절차상 권리를 정한 조항이다. 이 글의 논의와 직접 관련된 부분은 다음과 같다.
- 제2항: “모든 국민은 고문을 받지 아니하며,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아니한다.”
- 제3항 본문: “체포ㆍ구속ㆍ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 — 영장 제시는 의무다.
- 제3항 단서: “다만, 현행범인인 경우와 장기 3년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범하고 도피 또는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을 때에는 사후에 영장을 청구할 수 있다.” — 이 경우에 한해 사후 영장 청구가 재량으로 허용된다. 본문의 사전 영장 제시 원칙과 단서의 사후 영장 청구 예외는 요건이 다르므로 섞어서 이해하면 안 된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제2항의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아니한다”는 문장이다.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알려주는 행위가 이 조항이 말하는 ‘진술’에 해당하는지는 헌법 조문 자체에 규정이 없다. 비밀번호 제공이 진술에 포함되는지, 포함되지 않는지 이 조문만으로는 단정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해 둔다.
2. 형사소송법 제120조 — 영장 집행자의 ‘필요한 처분’ 권한
형사소송법 제120조는 다음과 같이 정한다.
제120조(집행과 필요한 처분) ①압수ㆍ수색영장의 집행에 있어서는 건정을 열거나 개봉 기타 필요한 처분을 할 수 있다. ②전항의 처분은 압수물에 대하여도 할 수 있다.
이 조문은 영장을 집행하는 쪽(수사기관)이 잠긴 문이나 서랍을 여는 등 필요한 처분을 할 수 있다는 재량 권한을 정한 것이다. 즉 수사기관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관한 조문이며, 압수·수색을 당하는 피의자나 참고인에게 비밀번호를 알려줄 의무를 지우는 문언이 아니다. ‘필요한 처분’에 잠금 해제 요구가 포함된다는 내용도 조문에는 없다.
3. 형사소송법 제244조의3 — 진술거부권 고지, 그러나 적용 시점이 다르다
형사소송법 제244조의3은 진술거부권 등을 고지하는 절차를 정한다.
제244조의3(진술거부권 등의 고지) ①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피의자를 신문하기 전에 다음 각 호의 사항을 알려주어야 한다.
- 일체의 진술을 하지 아니하거나 개개의 질문에 대하여 진술을 하지 아니할 수 있다는 것
- 진술을 하지 아니하더라도 불이익을 받지 아니한다는 것
- 진술을 거부할 권리를 포기하고 행한 진술은 법정에서 유죄의 증거로 사용될 수 있다는 것
- 신문을 받을 때에는 변호인을 참여하게 하는 등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수 있다는 것 ②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제1항에 따라 알려 준 때에는 피의자가 진술을 거부할 권리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행사할 것인지의 여부를 질문하고, 이에 대한 피의자의 답변을 조서에 기재하여야 한다.
이 조문이 요구하는 고지는 **“피의자를 신문하기 전”**이 요건이다. 압수·수색 현장에서의 고지 규정으로 옮겨 쓰면 조문의 요건을 벗어난다. 또한 제2호는 “진술을 하지 아니하더라도 불이익을 받지 아니한다”는 것으로, 여기서 말하는 ‘진술’이 비밀번호 제공까지 포함하는지는 조문에 나와 있지 않다.
여기서 시점 관련해 짚어둘 점이 있다. 이 글 기준일(2026-09-30) 현재 시행 중인 문언의 고지 주체는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이다. 이후 개정으로 고지 주체를 “사법경찰관”으로 바꾸는 문언이 이미 공포되어 있으나, 그 시행일은 2026년 10월 2일로 이 글 발행일보다 뒤다. 따라서 기준일 현재는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이 현행 문언이며, “사법경찰관”만 남긴 문언은 아직 시행 전이라는 점을 혼동하지 않아야 한다.
4. 형법 제155조 — 증거인멸죄, 그러나 ‘타인의’ 사건에 한정
형법 제155조는 다음과 같이 정한다.
제155조(증거인멸 등과 친족간의 특례) ①타인의 형사사건 또는 징계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 은닉, 위조 또는 변조하거나 위조 또는 변조한 증거를 사용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타인의 형사사건 또는 징계사건에 관한 증인을 은닉 또는 도피하게 한 자도 제1항의 형과 같다. ③피고인, 피의자 또는 징계혐의자를 모해할 목적으로 전2항의 죄를 범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④친족 또는 동거의 가족이 본인을 위하여 본조의 죄를 범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
이 조문이 처벌하는 대상은 “타인의” 형사사건 또는 징계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ㆍ은닉ㆍ위조ㆍ변조하는 행위다. 자기 자신의 형사사건과 관련해 자기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행위는, 조문의 문언상 ‘타인의’ 사건이라는 요건과 곧바로 맞아떨어지지 않는다. 또한 비밀번호 제공을 거부하는 행위 자체가 “인멸, 은닉, 위조 또는 변조”에 해당한다는 문언도 이 조문에는 없다. 이 부분을 넓게 해석해 “비밀번호를 안 알려주면 증거인멸죄”라고 단정하는 것은 조문의 문언을 벗어난 설명이다.
5. 정리 — 조문만 놓고 보면 이렇다
| 조문 | 무엇을 정하는가 | 비밀번호 미제공에 적용되는지 |
|---|---|---|
| 헌법 제12조제2항 | 불리한 진술 강요 금지 | 비밀번호 제공이 ‘진술’에 해당하는지 조문에 규정 없음 |
| 헌법 제12조제3항 | 압수·수색 영장 제시 의무(본문)·사후영장 재량(단서) | 수사기관의 절차 의무 규정, 피의자 의무 아님 |
| 형사소송법 제120조 | 영장 집행자의 필요한 처분 재량 | 집행자 권한 규정, 잠금 해제 의무 문언 없음 |
| 형사소송법 제244조의3 | 신문 전 진술거부권 고지 | ‘신문 전’ 요건, 압수수색 현장 고지 규정 아님 |
| 형법 제155조 | 타인의 형사사건 증거 인멸·은닉 처벌 | ‘타인의’ 사건 요건, 자기 사건 비밀번호 미제공과 문언상 불일치 |
결국 헌법·형사소송법·형법의 위 조문들을 종합하면, 압수·수색 때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았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처벌되는 근거 조문은 이 글에서 확인되지 않는다. 다만 이는 위 세 법률의 해당 조문에 한정한 확인이며, 다른 법률에 별도의 처벌 규정이 있는지는 이 글의 범위에서 확인되지 않았다. 또한 비밀번호 미제공 상황에 관한 법원 판단이 있는지도 이 글에서는 확인되지 않았으므로, 구체적 사안에서 어떤 법리가 적용될지를 이 글만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
참고 법령
- 대한민국헌법 제12조(제2항, 제3항)
- 형사소송법 제120조(제1항, 제2항)
- 형사소송법 제244조의3(제1항, 제2항)
- 형법 제155조(제1항, 제4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