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여서 몰래 가져갔다면 사기일까, 절도일까?
속였다는 사실만으로 사기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핵심은 재산을 얻는 과정에 속은 사람의 행위가 있었는지입니다. 속은 사람이 착오에 빠져 재물을 건네거나 재산상 손해를 직접 초래하는 행위를 했다면 사기가 문제 될 수 있습니다. 반면 그 사람의 행위를 거치지 않고 행위자가 재물을 몰래 가져갔다면 절도가 문제 될 수 있습니다.
형법 제347조제1항은 사람을 기망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경우를 정합니다. 조문에 ‘처분행위’나 ‘처분의사’라는 말은 없습니다. 이는 대법원이 사기와 절도를 구분하면서 사용하는 판례 용어입니다. 대법원은 사기죄의 성립을 판단할 때 기망, 그로 인한 착오, 착오에 따른 처분행위,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의 취득 사이에 순차적인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렇다면 속은 사람이 자신이 한 일의 결과를 몰랐어도 처분행위가 될까요? 대법원 2017. 2. 16. 선고 2016도13362 판결의 다수의견은 어떤 행위를 한다는 인식이 있으면 처분의사를 인정할 수 있고, 그 결과까지 알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그 행위가 직접 재산상 손해를 초래하는 재산적 처분행위로 평가되어야 합니다. 의사무능력자의 행위나 무의식 상태에서 이루어진 행위는 처분행위가 될 수 없다는 한계도 밝혔습니다.
예를 들어 문서의 용도를 속여 서명받은 경우, 서명한 사람이 문서의 구체적인 내용과 법적 효과를 몰랐다는 이유만으로 사기를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위 판결은 스스로 서명하거나 날인한다는 인식 아래 한 행위가 문서 내용에 따른 재산상 손해를 초래했다면, 사기죄의 처분행위와 처분의사가 인정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대법원은 이 법리를 잘못 적용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했으며, 직접 유죄나 형을 선고한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질문에 대한 답은 “몰래 가져갔으니 언제나 절도”도, “속였으니 언제나 사기”도 아닙니다. 속은 사람이 재산 취득에 이르는 행위를 인식하고 했는지, 그 행위가 직접 재산상 손해를 초래했는지를 살펴 구분해야 합니다.
참고 법령
- 형법 제347조제1항·제2항(사기)
- 형법 제329조(절도)
관련 판례
[1] [다수의견] 사기죄에서 처분행위는 행위자의 기망행위에 의한 피기망자의 착오와 행위자 등의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의 취득이라는 최종적 결과를 중간에서 매개·연결하는 한편, 착오에 빠진 피해자의 행위를 이용하여 재산을 취득하는 것을 본질적 특성으로 하는 사기죄와 피해자의 행위에 의하지 아니하고 행위자가 탈취의 방법으로 재물을 취득하는 절도죄를 구분하는 역할을 한다. 처분행위가 갖는 이러한 역할과 기능을 고려하면, 피기망자의 의사에 기초한 어떤 행위를 통해 행위자 등이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경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