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여서 가져가면 사기일까, 절도일까? 가르는 기준은 '피해자가 직접 넘겼는지'다

입력 2026.10.01. 오전 10:08

기준일: 2026년 10월 1일 · 근거: 형법 제347조, 대법원 2017. 2. 16. 선고 2016도13362 판결

한눈에 보는 결론

  • 속였다는 사실만으로 사기가 되지는 않습니다. 대법원은 사기와 절도를 재산이 누구의 행위로 넘어갔는지로 나눕니다. 속임에 넘어간 피해자가 자기 행위로 재산을 넘기면 사기입니다. 피해자의 행위에 의하지 않고 가해자가 탈취의 방법으로 가져가면 절도입니다.
  • 이 기준을 판례는 **‘처분행위’**라고 부릅니다. 다만 이 말은 형법 조문에 없고 판례가 쓰는 용어입니다.
  • 대법원 2016도13362 판결(다수의견)은 피해자가 무엇에 서명하는지 몰랐더라도 처분행위가 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피해자가 속아서 내용을 잘못 안 채 스스로 서명·날인했고, 그 문서 내용대로 재산상 손해가 생겼다면 사기죄의 처분행위와 처분의사가 인정됩니다.
  • 한계도 있습니다. 의사무능력자의 행위나 무의식 상태에서 한 행위는 처분행위가 될 수 없습니다. 또 그 행위가 직접 재산상 손해를 초래하는 재산적 처분행위로 평가되어야 합니다.

1. 조문에는 ‘처분행위’가 없다

형법 제347조의 현행 문언은 다음과 같습니다.

제347조(사기)
① 사람을 기망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자는 2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개정 2025.12.23>
②전항의 방법으로 제삼자로 하여금 재물의 교부를 받게 하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게 한 때에도 전항의 형과 같다.
  • 제347조는 2개 항이고 호는 없습니다.
  • 제1항의 법정형은 2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 제2항은 같은 방법으로 제삼자가 재물의 교부를 받게 하거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게 한 때에도 같은 형으로 처벌한다고 정합니다.

조문에는 “기망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이라는 표현만 있습니다. ‘처분행위’, ‘처분의사’라는 말은 없습니다. 사기죄의 성립 구조는 판례가 세웠습니다. 대법원은 사기죄가 성립하려면 다음 네 가지가 있어야 하고, 그 사이에 순차적인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1. 행위자의 기망행위
  2. 피기망자(속은 사람)의 착오
  3. 착오에 따른 피기망자의 처분행위
  4. 행위자 등의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의 취득

2. 사기와 절도를 가르는 기준: 처분행위

대법원은 2016도13362 판결에서 처분행위가 하는 일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사기죄에서 처분행위는 … 착오에 빠진 피해자의 행위를 이용하여 재산을 취득하는 것을 본질적 특성으로 하는 사기죄와 피해자의 행위에 의하지 아니하고 행위자가 탈취의 방법으로 재물을 취득하는 절도죄를 구분하는 역할을 한다.

질문하신 “속여서 몰래 가져간 경우”에 적용하면 이렇게 나뉩니다.

구분사기절도
재산이 넘어간 경로속은 피해자 자신의 행위(건네줌, 서명, 송금 등)피해자의 행위 없이 행위자가 가져감(탈취)
판례상 핵심 요소피기망자의 처분행위와 처분의사행위자의 탈취
속임수의 역할피해자가 재산을 처분하게 만드는 수단속임수가 있어도 결국 재산은 행위자의 탈취로 넘어감

결국 속임수가 있었는지보다, 재산이 넘어간 마지막 단계에서 피해자가 스스로 처분했는지가 중요합니다.

참고: 이른바 ‘책략절도’

이 판결의 반대의견은 이런 사례를 소개합니다. 책이나 귀금속을 잠깐 보겠다고 속여 넘겨받은 뒤 그대로 가져가 버린 경우입니다. 반대의견에 따르면 대법원은 이런 사안에서, 넘겨준 뒤에도 물건이 여전히 피기망자의 점유 아래 있다고 보았습니다. 그래서 가져간 행위를 점유를 빼앗은 행위로 판단해 절도죄로 처벌해 왔습니다(대법원 1983. 2. 22. 선고 82도3115 판결, 대법원 1994. 8. 12. 선고 94도1487 판결 등). 속임수가 있었고 물건을 건네받기까지 했는데도 절도가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3. 무엇에 서명하는지 몰랐어도 처분행위가 될까: 2016도13362 판결

어떤 사안이었나

피고인 등은 토지 소유자이자 매도인인 피해자들에게 토지거래허가 등에 필요한 서류라고 속였습니다. 그렇게 해서 근저당권설정계약서 등에 서명·날인을 받고 인감증명서를 교부받았습니다. 이후 이 서류로 피해자들의 토지에 피고인을 채무자로 하는 근저당권을 다른 사람들에게 설정해 주고 돈을 빌렸습니다.

원심은 피해자들에게 토지에 근저당권을 설정해 줄 의사가 없었다는 이유만으로 처분행위를 부정하고 무죄로 판단했습니다.

종전 판례: 처분결과를 알아야 처분의사

이전에 대법원은 처분의사를 “처분결과에 대한 인식”으로 보았습니다. 이 입장에서는 피해자가 속아 손해를 입었더라도, 자기 행위가 어떤 결과를 낳는지 몰랐다면 처분행위가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변경된 판례(다수의견): 행위를 한다는 인식이면 충분

다수의견의 요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 처분의사는 착오에 빠진 피기망자가 **“어떤 행위를 한다는 인식이 있으면 충분”**합니다. 그 행위가 가져오는 결과까지 인식할 필요는 없습니다.
  • 다만 객관적 요건이 따로 있습니다. 피기망자의 작위 또는 부작위가 **“직접 재산상 손해를 초래하는 재산적 처분행위로 평가”**되어야 합니다.
  • 처분의사는 속은 상태에서 형성된 하자 있는 의사입니다. 그래서 피해자의 인식과 실제 결과가 어긋나는 것은 사기죄의 본질적 속성이라고 보았습니다.
  • 착오는 사실·법률관계·법률효과 어느 것에 관한 것이어도 됩니다. 처분행위의 동기·의도·목적에 관한 착오든 처분행위 자체에 관한 착오든 제한이 없습니다.
  • 결과를 알아야만 처분의사가 인정된다면 문제가 생깁니다. 수법이 교묘해 피해자가 깊이 속을수록 오히려 처분의사가 부정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입니다. 대법원은 이런 결론은 수긍하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 한계: 처분의사는 처분행위의 주관적 요소입니다. 따라서 의사무능력자의 행위나 무의식 상태에서 이루어진 행위는 처분행위가 될 수 없습니다.

이른바 ‘서명사취’에 대한 판단

판결은 속임수로 착오에 빠진 피해자가 내심의 의사와 다른 처분문서에 서명·날인해 재산상 손해를 입은 경우를 “이른바 ‘서명사취‘“라고 불렀습니다. 판단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처분행위: 속아서 내심의 의사와 다른 효과를 내는 처분문서에 서명 또는 날인했고, 그 문서 내용에 따른 재산상 손해가 초래되었다면 처분행위에 해당합니다.
  2. 처분의사: 문서의 구체적 내용과 법적 효과를 몰랐더라도 **“어떤 문서에 스스로 서명 또는 날인”**해 서명·날인 행위에 대한 인식이 있었다면 처분의사가 인정됩니다.

두 가지 흔한 오해를 짚어 둡니다.

  • “무엇에 서명하는지 몰랐으니 사기가 아니다” → 틀립니다. 다수의견은 내용을 몰랐다는 사정만으로 처분의사를 부정하지 않습니다.
  • “서명·날인을 받아 냈으니 곧바로 사기다” → 이것도 틀립니다. 스스로 서명했다는 인식이 있어야 하고, 문서 내용에 따른 재산상 손해가 생겨 재산적 처분행위로 평가되어야 합니다.

결론: 파기환송

대법원은 원심에 사기죄의 처분행위에 관한 법리오해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그래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했습니다. 대법원이 직접 유죄를 선고하거나 형을 정한 것이 아니고, 다시 심리·판단하라고 돌려보낸 것입니다.

변경된 종전 판례

처분결과를 인식해야 처분의사가 인정된다고 본 대법원 1987. 10. 26. 선고 87도1042 판결, 대법원 1999. 7. 9. 선고 99도1326 판결, 대법원 2011. 4. 14. 선고 2011도769 판결 등은 “이 판결과 배치되는 범위에서” 변경되었습니다. 이 판결들이 통째로 폐기된 것은 아닙니다.

4. 반대의견(대법관 6인)의 논리

다수의견과 결론이 달랐던 반대의견도 함께 알아 둘 만합니다. 판례의 입장은 다수의견이고, 아래는 반대의견의 주장입니다.

  • 절도는 행위자의 탈취로, 사기는 피해자의 처분행위로 재산을 취득하는 범죄입니다. 그래서 사기죄는 ‘자기손상범죄’, 절도죄는 ‘타인손상범죄’라고 설명됩니다.
  • 자기손상으로서의 처분행위가 되려면 처분결과에 대한 인식이 필요합니다.
  • 서명사취에서 피해자는 처분결과를 전혀 몰랐으므로 처분의사와 처분행위를 인정할 수 없습니다. 피해자는 자기 명의 문서를 위조하는 범행에 이용당한 것일 뿐입니다.
  • 이런 경우에는 돈을 빌려준 사람에 대한 사기죄가 성립할 여지가 충분합니다.
  • 결과 인식을 요구하지 않으면 사기와 절도(예: 책략절도)의 구분이 흐려지고 처벌 범위가 넓어질 수 있습니다. 처벌이 필요하다면 별도의 입법으로 해결해야 합니다.

5. 자주 묻는 질문

Q. 속여서 물건을 받아 간 뒤 연락을 끊으면 사기인가요, 절도인가요? A. 판례의 기준은 피해자가 스스로의 처분으로 재산을 넘겼는지, 아니면 행위자가 탈취했는지입니다. 반대의견이 소개한 책략절도처럼, 건네받았더라도 물건이 여전히 피해자의 점유 아래 있다고 평가되면 절도로 처벌된 사례가 있습니다. 결론은 구체적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집니다.

Q. 속아서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는데 내용을 전혀 몰랐다면 사기 피해가 아닌가요? A. 다수의견에 따르면 내용을 몰랐다는 사정만으로 처분의사가 부정되지 않습니다. 스스로 서명·날인한다는 인식이 있었고, 문서 내용에 따른 재산상 손해가 생겼다면 처분행위와 처분의사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

Q. 결과를 몰라도 된다면 어떤 행위든 처분행위가 되나요? A. 아닙니다. 의사무능력자의 행위나 무의식 상태의 행위는 처분행위가 될 수 없습니다. 또 그 행위가 직접 재산상 손해를 초래하는 재산적 처분행위로 평가되어야 합니다.

Q. ‘처분행위’는 형법에 규정된 요건인가요? A. 아닙니다. 형법 제347조에는 없는 말이고, 판례가 사기죄의 구조를 설명하면서 쓰는 용어입니다.

6. 법령 시행 정보(기준일 2026. 10. 1.)

  • 현행 형법은 법률 제21450호입니다(2026. 3. 12. 공포, 2026. 9. 13. 시행). 이 개정이 고친 조문은 제98조, 제98조의2, 제99조, 제100조, 제101조, 제102조, 제104조, 제123조의2이고, 제347조는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부칙은 시행일만 정합니다. 공포 후 6개월이 지난 날부터 시행하되, 제123조의2는 공포한 날부터 시행합니다.
  • 제347조의 현재 문언은 법률 제21231호(2025. 12. 23. 공포)가 개정한 것입니다.
  • 법률 제22007호(2026. 9. 29. 공포)는 2026. 10. 2. 시행 예정이라 기준일 현재 시행 전입니다. 이 개정 뒤에도 제347조 문언은 같습니다.

이 글은 법령과 판례를 일반적으로 설명한 것입니다. 특정 사안의 범죄 성립 여부는 구체적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집니다.

참고 법령·판례

  • 형법 제347조 제1항·제2항 (사기)
  • 형법 제13조 (판결이 인용: “죄의 성립요소인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
  • 형법 제329조 (판결의 참조조문)
  • 형법 부칙 <제21450호, 2026. 3. 12.>
  • 형법 부칙 <제22007호, 2026. 9. 29.> (2026. 10. 2. 시행 예정)
  • 대법원 2017. 2. 16. 선고 2016도13362 판결

관련 법령: 형법 제347조

관련 판례

대법원 2016도13362 — 대법원 2017. 2. 16. 선고 2016도13362 판결

[1] [다수의견] 사기죄에서 처분행위는 행위자의 기망행위에 의한 피기망자의 착오와 행위자 등의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의 취득이라는 최종적 결과를 중간에서 매개·연결하는 한편, 착오에 빠진 피해자의 행위를 이용하여 재산을 취득하는 것을 본질적 특성으로 하는 사기죄와 피해자의 행위에 의하지 아니하고 행위자가 탈취의 방법으로 재물을 취득하는 절도죄를 구분하는 역할을 한다. 처분행위가 갖는 이러한 역할과 기능을 고려하면, 피기망자의 의사에 기초한 어떤 행위를 통해 행위자 등이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경우라

판결문 원문 (2017-02-16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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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인한 1차 출처

최종 확인일: 2026-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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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콘텐츠는 법률브리프 에디터가 작성 및 검수하였으며, 일부는 AI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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