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욕죄로 고소한 사건, 형사조정으로 넘어갈 수 있나 — 범죄피해자 보호법 제41조 바로 읽기
결론부터: “넘어갈 수 있다”이지 “넘어간다”가 아니다
모욕죄로 고소한 뒤 “형사조정에 넘어갈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은, 범죄피해자 보호법 제41조를 그대로 읽으면 분명하다. 이 조문은 형사조정 회부를 검사의 재량으로 정하고 있을 뿐, 피해자가 신청하면 자동으로 회부된다거나 고소 사건이면 반드시 조정 절차로 넘어간다고 규정하지 않는다.
조문 제1항은 이렇게 돼 있다.
검사는 피의자와 범죄피해자(이하 “당사자”라 한다) 사이에 형사분쟁을 공정하고 원만하게 해결하여 범죄피해자가 입은 피해를 실질적으로 회복하는 데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당사자의 신청 또는 직권으로 공소제기 여부 결정 전의 형사사건을 형사조정에 회부할 수 있다.
핵심 어미는 “회부할 수 있다”다. 신청 주체는 “당사자”(피의자와 범죄피해자)이고, 신청이 아니라 검사의 직권으로도 회부될 수 있다. 그러나 신청이 있다고 해서 회부 의무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검사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만 회부라는 선택지가 열린다는 구조다. 따라서 “모욕죄 고소 건이 형사조정으로 넘어갈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제도적으로 가능하다”는 답은 할 수 있어도, “반드시 그렇게 된다”거나 “신청만 하면 넘어간다”는 답은 조문과 맞지 않는다.
회부 시점: “공소제기 여부 결정 전”의 형사사건만 대상
제1항은 회부 대상을 “공소제기 여부 결정 전의 형사사건”으로 한정한다. 이 문언은 원래 “수사 중인 형사사건”이었는데, 2026년 8월 4일 공포된 법률 제21857호(형사소송법 개정에 따른 타법개정)로 바뀌었고, 2026년 10월 2일부터 시행 중인 현행 문언이 바로 “공소제기 여부 결정 전의 형사사건”이다. 즉 검사가 기소·불기소를 아직 결정하지 않은 단계의 사건이 형사조정 회부의 대상 시점이라는 뜻이고, 이 시점 요건은 제도 전체가 “수사·기소 단계에서의 분쟁 해결 절차”로 설계돼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구법 문언(“수사 중인 형사사건”)을 현행 조문처럼 인용하는 자료가 있다면, 2026년 10월 2일 시행 개정 이전 버전이라는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회부 대상의 구체적 범위는 대통령령에 위임돼 있다
제2항 본문은 “형사조정에 회부할 수 있는 형사사건의 구체적인 범위는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규정한다. 즉 어떤 죄명·어떤 유형의 사건이 형사조정 대상이 되는지는 범죄피해자 보호법 자체가 아니라 그 하위 대통령령에서 정해진다. 모욕죄가 이 대통령령상 회부 대상에 포함되는지 여부는 범죄피해자 보호법 제41조 조문만으로는 확인되지 않는다. “모욕죄는 조정 대상이다” 또는 “모욕죄는 조정 대상이 아니다”라고 단정하는 것은 이 조문 범위를 벗어난 추측이므로, 구체적인 사건에서는 대통령령의 해당 규정을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
검사가 회부할 수 없는 세 가지 금지 사유
제2항 단서는 본문의 재량 규정과 달리 명확한 금지 규정이다. 다음 어느 하나에 해당하면 “형사조정에 회부하여서는 아니 된다.”
- 피의자가 도주하거나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는 경우
- 공소시효의 완성이 임박한 경우
- 불기소처분의 사유에 해당함이 명백한 경우 — 다만 기소유예처분의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는 제외한다.
이 세 가지는 “회부할 수 없다”가 아니라 “회부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강행적 금지 문언으로 돼 있다는 점에서 제1항의 재량 규정과 성격이 다르다. 모욕죄 사건이라 하더라도 이 세 사유 중 하나에 해당하면 형사조정 회부 자체가 법적으로 차단된다.
특히 제3호는 괄호 단서를 통해 예외를 한 번 더 두고 있다는 점을 놓치기 쉽다. “불기소처분의 사유에 해당함이 명백한 경우”라고만 읽으면 불기소 사유가 있는 사건은 전부 조정 회부가 금지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중 기소유예처분의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는 금지 대상에서 다시 빠진다. 즉 “불기소 사유가 있으면 무조건 조정 불가”라는 식으로 단순화하면 틀린 설명이 된다. 기소유예 사유에 해당하는 사건은 오히려 형사조정 금지 사유에서 제외되므로, 조정 회부 가능성이 완전히 닫혀 있지 않다.
2026년 8월 4일 개정의 배경과 함께 바뀐 조문들
현재 문언을 만든 개정은 법률 제21857호(2026. 8. 4. 공포, 형사소송법 개정에 따른 타법개정)이며, 시행일은 2026년 10월 2일이다. 이 개정은 범죄피해자 보호법의 여러 조문에서 용어를 동시에 바꾸는 성격이었다. 함께 바뀐 내용은 다음과 같다.
- 제24조제1항·제2항: “지방검찰청” → “지방공소청”
- 제41조제1항: “수사 중인 형사사건” → “공소제기 여부 결정 전의 형사사건”
- 제42조제1항: “각급 지방검찰청” → “지방공소청”, 같은 조 제3항·제6항: “지방검찰청” → “지방공소청”
- 제45조제4항 본문: “수사하고 처리” → “처리”
이 중 벌칙이나 과태료 조문은 이번 개정 목록에 포함돼 있지 않다. 또한 부칙은 제1조(시행일)만 내용이 확인되고 제2조부터 제14조까지는 생략 처리돼 있어, 이 개정에 별도의 적용례나 경과조치가 있는지는 이 조문 자료만으로는 단정할 수 없다.
정리 — 질문에 대한 정확한 답
“모욕죄로 고소한 사건도 형사조정으로 넘어갈 수 있나요?”라는 질문에 범죄피해자 보호법 제41조를 근거로 답하면 다음과 같이 정리된다.
- 형사조정 회부는 죄명과 무관하게, 공소제기 여부 결정 전 단계에서 검사가 재량으로 판단하는 절차다. 당사자(피의자·범죄피해자)의 신청이 있거나 검사의 직권으로 검토는 되지만, 신청했다고 자동으로 회부되는 것은 아니다.
- 회부 가능한 구체적 사건 범위는 대통령령에 위임돼 있어, 모욕죄가 그 범위에 포함되는지는 이 법조문만으로는 확인되지 않는다.
- 피의자의 도주·증거인멸 우려, 공소시효 완성 임박, 명백한 불기소 사유(기소유예 사유는 제외)가 있으면 검사는 애초에 조정 회부를 할 수 없다.
따라서 “넘어갈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제도적으로는 가능성이 열려 있되, 검사의 재량 판단과 법정 금지 사유, 그리고 대통령령이 정하는 대상 범위라는 세 겹의 조건을 통과해야 한다”는 것이 조문에 충실한 답이다. 개별 사건에서 실제로 형사조정에 회부되는지는 수사기관의 구체적 판단에 달려 있으며, 이 글은 그 판단 기준이 되는 법률 규정의 구조를 설명하는 데 그친다.
참고 법령
- 범죄피해자 보호법 제41조(형사조정 회부) 제1항, 제2항(본문, 단서 제1호~제3호)
- 범죄피해자 보호법 제24조제1항·제2항
- 범죄피해자 보호법 제42조제1항·제3항·제6항
- 범죄피해자 보호법 제45조제4항
- 범죄피해자 보호법(법률 제21857호, 2026. 8. 4., 타법개정) 부칙 제1조(시행일), 부칙 제15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