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육비 소송 전에 재산을 넘기면 강제집행면탈죄가 될까
양육비 청구소송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상대방이 소송 제기 전에 집이나 예금을 다른 사람 명의로 돌려놓으면 어떻게 하나요”라는 질문을 자주 접하게 된다. 결론부터 말하면, 재산을 넘기는 행위 자체가 바로 처벌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형법 제327조 강제집행면탈죄가 정한 요건을 충족해야 죄가 성립한다. 이 글에서는 조문 문언을 기준으로 어떤 경우에 문제가 될 수 있는지를 정리한다.
형법 제327조 원문
제327조(강제집행면탈) 강제집행을 면할 목적으로 재산을 은닉, 손괴, 허위양도 또는 허위의 채무를 부담하여 채권자를 해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개정 1995.12.29>
이 조문은 법률 제22007호(2026. 9. 29. 일부개정, 2026. 10. 2. 시행)로 공포된 현행 형법에 그대로 담겨 있다. 다만 제327조 자체의 문언을 만든 것은 법률 제5057호(1995. 12. 29. 공포)의 개정이며, 2026년의 개정은 이 조를 고친 것이 아니다. 기준일인 2026년 10월 13일 현재 위 문언이 시행 중인 조문이다.
부칙 역시 확인해둘 필요가 있다. 법률 제22007호의 부칙은 “이 법은 2026년 10월 2일부터 시행한다”는 시행일 규정만 두고 있고, 별도의 적용례나 경과조치는 없다.
조문에 ‘양육비’라는 말은 없다
먼저 분명히 해둘 점이 있다. 형법 제327조 어디에도 ‘양육비’라는 단어는 등장하지 않는다. 이 조문은 양육비 채무자만을 겨냥한 전용 처벌 조항이 아니라, 강제집행을 면할 목적으로 재산을 빼돌려 채권자 일반을 해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일반 조항이다. 양육비 채권자도 민사상 ‘채권자’에 해당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조문이 문제 될 수 있는 상황에 놓일 뿐이지, 양육비 사건에만 적용되는 별도의 처벌 규정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죄가 성립하려면 세 가지 요건이 동시에 갖춰져야 한다
조문을 분해하면 요건은 다음 세 가지다. 하나라도 빠지면 이 조로 처벌할 수 없다.
- 강제집행을 면할 목적 — 행위자가 장차 있을 강제집행을 피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 재산의 은닉, 손괴, 허위양도 또는 허위의 채무 부담 — 조문이 정한 행위는 이 네 가지뿐이다.
- 채권자를 해함 — 위 행위로 인해 채권자가 실제로 해를 입는 결과가 있어야 한다.
‘재산을 넘기는 것’ 자체는 이 조의 행위가 아니다
여기서 질문의 핵심에 닿는다. 조문이 정한 행위는 은닉, 손괴, 허위양도, 허위의 채무 부담 네 가지뿐이다. 문언에 분명히 ‘허위’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다. 즉 재산을 누군가에게 ‘진짜로’ 넘기는 정상적인 양도나 증여 자체는 이 조문이 정한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 법률관계의 실질이 없는, 즉 겉으로만 양도한 것처럼 꾸미거나(허위양도)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채무를 지는 것처럼 꾸미는(허위의 채무 부담) 경우에만 조문의 행위 유형에 들어온다.
바꿔 말하면, 양육비 소송을 내기 전에 재산을 넘겼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는 강제집행면탈죄의 행위 요건을 충족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 그 양도가 실질이 없는 허위의 것이었는지, 은닉이나 손괴에 해당하는 사정이 있었는지가 함께 검토되어야 한다.
소송 전 시점이라는 점은 어떻게 보아야 하나
질문에서처럼 “소송을 내기 전”에 재산을 넘긴 경우라 해도, 조문은 시점을 요건으로 삼지 않는다. 조문이 요구하는 것은 ‘강제집행을 면할 목적’이라는 주관적 요건과 앞서 본 행위·결과 요건이지, 소송 제기 전후라는 시점 자체를 따로 구분하지 않는다. 다만 실제로 장차 있을 강제집행을 면할 목적이 있었는지는 사안의 구체적 사정에 따라 판단될 문제이며, 이 글에서 그 판단 기준을 더 넓히거나 좁혀 단정할 근거는 없다.
법정형
요건이 모두 충족되어 죄가 성립하는 경우, 형법 제327조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법정형으로 정하고 있다. 징역형과 벌금형 중 하나가 선택되는 구조이며, 두 형이 함께 부과되는 것은 아니다.
정리
- 형법 제327조는 양육비 전용 조항이 아니라 강제집행 일반을 면탈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조문이다.
- 처벌되는 행위는 은닉, 손괴, 허위양도, 허위의 채무 부담 네 가지로 한정되며, 정상적인(허위가 아닌) 재산 양도는 이 조문의 행위 유형에 해당하지 않는다.
- 강제집행을 면할 목적, 해당 행위, 채권자를 해한 결과라는 세 요건이 모두 갖춰져야 죄가 성립한다.
- 법정형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이다.
참고 법령
- 형법 제327조(강제집행면탈)
- 형법 부칙 <법률 제22007호, 2026. 9. 29.>